지도자 등록 전이라? 손흥민 父 재심서 출전 정지 징계 취소...피해자 "상식으로 이해불가" [춘추 이슈]

지도자 등록 전 학대 행위라며 출전정지 3개월 처분 백지화

2025-05-29     배지헌 기자
손웅정 감독.

 

[스포츠춘추]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에게 내려진 유소년 선수 학대 관련 징계가 취소되면서 새로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징계 취소 사유가 '지도자 등록 전 행위'라는 점에서 무자격 지도자가 수년간 아카데미를 운영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손 감독 측에선 지도자 자격과 등록이 다른 개념이란 점을 들어 손 감독의 자격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강원도체육회는 28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SON축구아카데미 지도자들의 유소년 선수 학대 사안에 대한 징계 처분을 재심의한 결과 손 감독에게 내려진 출전정지 3개월 징계를 취소했다고 발표했다.

도 체육회는 "손 감독의 징계는 대한축구협회 지도자 등록 이전에 행한 행위로 관련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취소 사유를 밝혔다. 체육계에 따르면 손 감독은 유소년 학대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3월 이후인 4월에 지도자 등록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결정에 피해 아동 측 변호인 류재율 변호사는 "그렇다면 수년간 미등록 지도자 신분으로 축구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유소년 선수들을 지도하고, 지도자 자격으로 대회에 출전했다는 것인데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손흥윤 수석코치와 A 코치에 대한 재심 요청은 기각됐다. 이들은 각각 출전정지 6개월과 3개월 징계 처분이 확정돼 징계가 끝날 때까지 체육회와 관계 단체 주최 모든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3월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중 발생했다. 피해 아동 측에 따르면 손흥윤 수석코치는 경기 패배 후 훈련생에게 20초 안에 중앙선까지 뛰어오라고 지시했고, 지시를 따르지 못하자 엎드린 상태에서 코너킥 봉으로 허벅지를 가격해 2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처를 입혔다.

손 감독도 당시 훈련에서 실수를 이유로 피해 아동에게 반복적으로 욕설을 했고, A 코치는 숙소에서 엉덩이와 종아리를 때리거나 구레나룻과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등의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아동은 전지훈련 후 당시 상황을 기억하며 "꿀밤 4번, 발 엉덩이 6번, 귀 땡기기 2번, 구레나룻 2번", "속상하고 기분이 나쁨"이라는 직접 메모를 남기기도 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지난 2월 조사 결과 손 감독과 손흥윤 수석코치 등 3명의 폭력 비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고,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대한체육회를 통해 관련 체육단체에 징계를 요구하도록 요청했다.

손 감독 등 3명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10월 춘천지법에서 벌금 300만원과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명령을 각각 받았다. 강원도축구협회는 애초 이들의 행위를 '우발적이고 경미한 경우'로 판단해 규정상 가장 낮은 수위의 징계를 내린 바 있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손 감독은 당시 입장문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받은 아이와 그 가족분들께 깊은 사과를 전한다"면서도 "고소인의 주장 중에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 지도자들의 언행에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전제되지 않은 행동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손웅정 측 법률대리인은 보도자료를 통해 "손웅정 감독은 대한축구협회에서 발행한 필드A급 자격을 보유하고 있고, 아카데미 소속 지도자들 모두 적법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며 "지도자 '자격'과 대한축구협회 경기 참가를 위한 참가팀 지도자 '등록'은 다른 개념"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아카데미는 U-15팀을 창단해 2024강원권역 중등부 축구리그에 처음 참가를 신청했으며, 영국을 오가는 손웅정 감독의 일정을 고려해 손흥윤 수석코치 위주로 팀 지도자 등록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손웅정 측은 "사건 발생 직후 손흥윤 수석코치가 책임을 통감해 아카데미에서 탈퇴했고, 이후 손웅정 감독이 U-15팀 지도자로 등록해 강원권역 중등리그에 참가했다"며 "사건 발생 당시 전지훈련 장소에도 없었고 U-15팀 지도자로 등록하지 않았던 손웅정 감독에 대한 출전정지 징계가 취소된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