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강인 우승에 숟가락 얹기? 정몽규 회장 축전에 축구팬들 "낄끼빠빠 좀..." [춘추 이슈]
"끼지 마라" "눈치 좀 챙겨라" 축구팬들 냉소적 반응
[스포츠춘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파리 생제르맹(PSG) 이강인의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토트넘 손흥민의 유로파리그 우승에 잇따라 축하 메시지를 전했지만, 축구팬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정 회장은 6월 1일 축구협회 SNS를 통해 "PSG의 2024-2025시즌 UCL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이강인 선수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유럽 무대 '트레블'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결승전 무대에서 그라운드를 밟진 못했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우승이라는 값진 결과는 그라운드 안과 밖의 모든 선수들, 감독과 스태프들, 또 팬들의 응원과 염원이 모두 하나 된 결과"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3일에는 손흥민의 유로파리그 우승에도 축하 서신을 전한 바 있다. 정 회장은 당시 "토트넘 홋스퍼의 2024-2025시즌 유로파리그 우승을 축하한다"며 "손흥민 선수가 주장으로서 첫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길 간절히 바란 많은 축구 팬들처럼, 저 역시도 새벽에 마음을 졸이며 우리 국가대표팀의 주장을 응원했다"고 밝혔었다.
축구협회장으로서 한국 선수 우승에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냉소적 반응이 주를 이룬다. 그간 정 회장이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드러낸 규정 위반, 회장선거 불공정 논란, 천안축구센터 건립 관련 논란 등으로 많은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홍명보호 대표팀 경기에선 관중석에서 '정몽규 나와!' 구호가 나오기도 했다.
정 회장의 축전 소식을 전하는 기사 댓글과 각종 축구 커뮤니티, SNS에서 축구팬들은 "끼지 마라", "낄끼빠빠 좀...", "눈치 좀 챙겨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특히 일부 팬들은 "손흥민 탁구 사태 때는 이강인을 팔아먹더니 왜 이렇게 나대냐"며 과거 두 선수에 대한 축구협회의 태도를 비판했다.
지난해 아시안컵 당시 손흥민과 이강인 간 물리적 충돌 사건이 벌어졌을 때, 정 회장과 대한축구협회는 이를 이례적으로 빠르게 인정하며 논란을 확산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축구협회는 영국 타블로이드 더 선의 보도가 나온 지 몇 시간 만에 사실을 인정했고, "이강인이 손흥민에게 도를 넘는 듣기 거북한 말을 했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상황까지 공개했다.
이로 인해 이강인에게 비난이 집중되고 논란이 커지자,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축구협회의 '언론플레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둘러싼 논란과 대표팀 경기력에 대한 팬들의 비판 여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설상가상으로 정 회장은 최근 출간한 자서전 '축구의 시대'에서 당시 탁구 사태를 다루면서 논란을 재점화시켰다. 정 회장은 자서전에서 손흥민과 이강인의 충돌을 언급하며 "일각에선 군대에서 쓰는 '하극상'이라는 용어까지 동원해 (이강인을) 비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해석에 대해 어느 정도 수긍하나 이강인을 향한 비판에 동의하진 않는다"며 이강인을 옹호하는 입장을 밝혔다.
자서전 출간 당시 축구팬들은 이미 이강인이 사과를 위해 런던까지 찾아가 손흥민과 화해하고 일단락된 사건을 정 회장이 굳이 다시 꺼내들어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며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원팀'을 강조했던 축구협회장이 대표팀 주장보다 이강인 편을 드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랬던 정 회장이 두 선수의 우승에 축하 메시지를 보내자, 과거 둘의 갈등을 부추기고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축구협회의 수장이 축하할 자격이 있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갈등은 키워서 이용하고, 성과에는 숟가락을 얹는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뭘 해도 욕먹는다고 억울할 수도 있지만, 어찌보면 자업자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