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타디움서 양키스 팬 머리 위로 콘크리트 덩어리가 쿵! 보호망으로 대충 감싸고 경기 진행한 다저스 [춘추 MLB]

63년 된 노후 경기장 안전 우려...보호망 설치로 임시 조치

2025-06-01     배지헌 기자
떨어진 콘크리트 조각을 보여주는 양키스 팬(사진=브랜단 쿠티 기자 SNS)

 

[스포츠춘추]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에서 콘크리트 덩어리가 관중석으로 떨어져 팬을 직격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63년 된 노후 경기장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 최고 부자 야구단의 홈구장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한 것도 아이러니다.

5월 31일(한국시간) 미국 현지 보도에 따르면 멕시코시티에서 원정 온 양키스 팬 리카르도 아키노는 이날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다저스와 뉴욕 양키스의 경기를 관람하던 중 콘크리트 덩어리에 맞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는 3회 말 홈플레이트와 1루 사이 구역인 10구역 좌석에서 일어났다. 아키노는 "경기장 위쪽에서 떨어진 콘크리트 덩어리가 내 등을 직격했다"고 증언했다. 통역을 담당한 팬 알바로 바에사는 "아키노가 상당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출혈은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목격자들의 증언은 사고의 심각성을 뒷받침했다. 아키노 뒤편에 앉아있던 루이스 로이는 "저런 식으로 돌덩어리가 떨어지는 걸 봤다면 이 구역 전체를 대피시켜야 한다"며 "또 떨어지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나. 어린아이에게 맞을 수도 있었다"고 우려를 표했다.

사고 직후 여러 명의 경기장 보안요원과 경찰관이 현장에 출동했다. 아키노는 의료진의 치료를 받은 후 얼음찜질을 하며 경기를 계속 관람했다. 경찰관은 다른 팬이 들고 있던 콘크리트 조각을 압수해갔다.

하루 뒤인 1일 다저스구단은 사고 현장에 임시 보호망을 설치했다. 약 60cm 길이의 보호망이 경기장 상부 갑판 부분을 덮었으며, 그 아래엔 울퉁불퉁하고 균열이 있는 콘크리트가 그대로 노출된 상태였다.

다저스는 성명을 통해 "오늘 아침 전문가들이 다저스타디움을 점검해 안전을 확인했다"며 "장기적인 검토 작업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962년 개장한 다저스타디움은 올해로 63년 된 노후 시설이다. 사고가 발생한 좌석 위쪽 콘크리트는 곳곳이 거칠고 낡은 모습을 보였다. 한 시즌티켓 보유자는 "처음에는 누군가 물건을 던진 줄 알았는데 아키노가 돌덩어리를 보여주자 명백히 경기장에서 떨어진 것임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이러니한 점은 다저스가 MLB에서 손꼽히는 부자구단이라는 사실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다저스의 구단 가치는 약 47억 달러(약 6조6000억원)로 양키스에 이어 2위에 랭크돼 있다. 연간 수익도 5억 달러를 웃돌며 막대한 자금력을 자랑하지만, 정작 63년 된 홈구장의 안전 관리에는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최고 부자구단이 반세기가 넘은 낡은 야구장을 홈으로 쓰는 것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양키스 팬.

이번 사고는 올해 야구장 안전사고가 발생한 뒤 전 구장 안전점검을 진행한 KBO리그의 사례와도 대조를 이룬다. 지난 3월 29일 창원NC파크에서는 4층 구단 사무실 벽에 고정된 60kg 알루미늄 루버가 17m 높이에서 떨어져 관중 3명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20대 여성이 머리에 중상을 입고 이틀 후 사망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창원 사고 이후 KBO는 전 경기장 긴급 안전점검에 나섰고, NC는 두 달간 창원에서 홈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반면 이번 다저스타디움 사고에서는 임시 보호망 설치만으로 경기를 계속 진행하고 있어 안전 의식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메이저리그 야구장 안전 사고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1998년 4월 양키스타디움에서도 콘크리트 보가 떨어져 경기 2경기가 취소되고 한 경기를 셰이 스타디움에서 치른 바 있다. 2004년 7월에는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콘크리트 덩어리가 떨어져 가족 관람객들이 큰 위험에 처했던 사례도 있다.

특히 이번 사고는 작년 월드시리즈 리턴매치로 화제를 모은 다저스-양키스 시리즈의 첫 경기에서 발생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다저스가 8대 5로 승리한 이 경기에는 많은 관중이 몰렸으며, 자칫하면 대형 인명피해로 번질 뻔한 상황이었다.

한 관중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이 야구장에서 많은 돈을 쓰고 있는데 최소한 안전은 보장받아야 하지 않겠나"라며 경기장 측의 안전 관리 소홀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