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OB들 "NC 연고지 이전, 전 야구인 이름 걸고 지지"...창원시에 독침 [춘추 이슈]
일구회 "어떤 결정이든 적극 지지"...야구계 한목소리로 창원시 비판
[스포츠춘추]
프로야구 원로들이 NC 다이노스의 연고지 이전 검토를 전면 지지하고 나섰다. 창원시의 불합리한 행태에 맞서는 NC를 야구계가 한목소리로 옹호하며 압박에 나선 것이다.
프로야구 OB 모임인 사단법인 일구회(회장 김광수)는 6월 1일 성명서를 내고 "창원시와 창원시의회의 불합리한 대우에 맞서고 있는 NC 다이노스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NC가 어떠한 결정을 내리더라도 전 야구인의 이름을 걸고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일구회는 성명에서 지난 3월 29일 창원NC파크 사고 이후 양측의 대응을 비교하며 창원시를 강하게 비판했다. "NC 구단은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책임감 있는 사후 처리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며 "반면 창원시는 서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건 돌리기에 열중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구회는 "KBO 허구연 총재가 지난해 4월 창원시가 구장 접근성 개선과 적극적인 지원을 하지 않으면 연고지를 이전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던 것은 최고 수장의 경고였다"며 "그런데도 창원시는 신뢰를 저버리고 노력하지 않는 태도로 일관했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NC가 13년간 창원시로부터 받은 부당한 대우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일구회는 "NC가 팬을 위해 인내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해온 것과는 대조적으로 창원시의 행태는 이미 임계점에 도달한 상황"이라며 "이제 KBO도, 구단도, 팬도 더는 참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연고지 이전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해외 사례도 제시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닛폰햄 파이터스가 도쿄에서 홋카이도로 옮긴 후 삿포로시 등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퍼시픽리그의 강자로 성공 사례를 쓰고 있다"며 연고지 이전이 결코 특별한 일이 아님을 강조했다.
일구회의 이번 성명은 야구계 전체가 NC의 편에 서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 2009년 제9구단으로 창단한 NC를 처음부터 환영했던 원로들이 이제는 연고지 이전까지 지지하며 창원시에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창원시와 NC의 갈등은 단순한 안전사고 문제를 넘어선 지 오래다. 창원시는 2010년 야구단 유치 당시 '구장 사용료 면제, 구장 운영권 장기 위탁' 등을 약속했지만 창단 후 말을 바꿨다. 결국 NC는 새 구장 건립비 1270억원 중 100억원을 분담하고도 25년간 330억원의 고액 사용료를 추가 납부해야 했다.
구단이 지속적으로 요청한 교통 인프라 개선도 13년째 방치되고 있다. 마산역에서 서울행 KTX 막차는 오후 9시43분인데, 대부분 야구 경기가 9시30분에 끝나는 점을 고려하면 원정 팬들의 접근성은 극도로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언론 취재진조차 창원 경기 현장 취재를 기피하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3월 사고 이후 창원시가 보인 무책임한 태도가 결정타였다. 창원시는 사고 직후 NC에 책임을 전가하며 한동안 공식 입장도 내지 않았고, 시민 규탄 시위가 일어나자 그제야 형식적인 애도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후 안전점검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NC를 62일간 홈구장 없는 유랑 생활로 내몰았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데는 창원시의 근본적인 인식 부족이 깔려 있다. 창원은 부산, 대구, 광주 같은 광역시가 아닌 특례시로, 접근성과 인프라 면에서 프로야구단을 보유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그럼에도 창원시는 NC를 '도와줘야 할 지역 자산'이 아닌 '이용할 수 있는 수익원'으로만 인식해왔다.
반면 현재 여러 지자체가 KBO리그 구단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1000만 관중을 돌파한 프로야구의 인기에 힘입어 성남시는 지난 3월 KBO와 2만석 규모 야구전용구장 건립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울산광역시도 지난달 2027년까지 문수구장 관람석을 6천석 증설한다고 발표했다.
일구회는 성명 말미에서 "창원시는 팬을 볼모로 삼아 NC에 대한 불합리한 대우를 이제 그만둬야 한다"며 "단순히 '소통과 협력 강화'라는 허울 좋은 말로 넘길 때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이어 "한 번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작은 창원시의 '백 마디 말보다 지금의 실천'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NC는 지난달 30일 연고지 이전을 검토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진만 NC 대표이사는 "모든 가능성을 진지하게 검토하겠다"며 사실상 연고지 이전을 선언했다. 구단은 창원시에 시설 개선, 접근성 개선, 행정적 지원 등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담은 공문을 발송한 상태다.
프로야구 원로들까지 나서서 NC를 지지하는 상황에서 창원시가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야구계는 "반드시 연고지를 이전하는 팀이 나와서 본때를 보여줘야 창원시 같은 사례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 이번 사태가 향후 지자체와 프로구단 관계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