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2등=꼴찌? 25년 만의 컨파 진출 이끌고도 잘렸다...닉스, 톰 티보도 전격 경질 [춘추 NBA]
컨퍼런스 파이널 진출 이끌었지만 돌아온 건 해고...닉스, 우승 이끌 새 감독 찾을듯
[스포츠춘추]
뉴욕 스포츠에서 2등은 꼴찌나 마찬가지였다. 톰 티보도 뉴욕 닉스 감독이 팀을 25년 만의 이스턴 컨퍼런스 파이널로 이끌고도 감독직에서 쫓겨났다.
ESPN의 크리스 헤링과 샴스 차라니아는 6월 4일(한국시간) "25년 만의 컨퍼런스 파이널 진출 여운이 채 가시기 전에 뉴욕 닉스가 톰 티보도 감독을 해임했다"고 보도했다. 닉스가 이스턴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인디애나 페이서스에게 6경기 만에 탈락한 지 사흘 만이다.
이번 결정은 뉴욕 지역 프랜차이즈 감독에게 요구되는 높은 기준을 확인하게 한다. 양키스, 메츠, 자이언츠, 레인저스 등 4대 메이저 프로스포츠 팀이 모인 이 도시에서 '선전'은 결코 만족할 만한 성과가 아니다. 뉴욕은 우승에 대한 갈망이 유난히 강한 곳이고, 그 기준에서 볼 때 아쉬운 결과는 과감한 변화의 명분이 된다.
레온 로즈 단장은 성명에서 "우리는 오직 팬들을 위한 우승에만 전념하고 있다"며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단이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로즈 단장은 67세 티보도가 매일 쏟아부은 열정과 헌신에 대해서는 감사를 표하면서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티보도 해임이 충격적인 이유는 여러 가지다. 티보도는 올 시즌 팻 라일리를 제치고 뉴욕 프랜차이즈 최다승 4위에 올랐으며, 1995년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50승을 달성했다. 2000년 이후 가장 성공적인 닉스 감독이었고, 불과 작년 여름 3년 연장계약을 체결했던 인물이다.
선수들의 지지를 받는 감독이기도 했다. 팀의 간판스타 제일런 브런슨은 인디애나에서 패한 뒤 티보도 재신임을 묻는 기자들에게 "지금 정말 그런 질문을 하는 거냐? 내가 그를 적임자라고 믿는지 묻는 거냐? 당연하다"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선수들의 신뢰를 받는 감독을 내치는 것은 프로스포츠에서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하지만 뉴욕의 기준은 달랐다. 닉스 경영진은 이미 충분한 재능을 확보했다고 판단했고, 이제는 그 재능을 우승으로 승화시킬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봤다. 브런슨, 칼앤서니 타운스, 미칼 브리지스, OG 아누노비, 조쉬 하트로 구성된 닉스의 주전 라인업은 분명 우승을 노릴 만한 전력이다.
티보도의 '약점'도 구단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티보도는 주전 선수들을 과도하게 기용한다는 비판을 오랫동안 받아왔다. 올 시즌에도 닉스 주전 5명의 출전시간은 리그 최고 수준이었다. 3월에는 미칼 브리지스가 "출전시간이 너무 많다"고 공개 발언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현대 NBA가 선수 보호를 위한 로드 매니지먼트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이는 분명한 시대착오였다.
플레이오프에서의 전술적 한계도 지적됐다. 특히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보여준 선수 교체와 작전 운용은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닉스가 인디애나에게 무너진 것은 개별 선수들의 실력 부족보다는 시스템과 전술의 문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뉴욕 지역 언론들도 이번 결정의 배경을 상세히 보도했다. SNY의 이언 베글리에 따르면 티보도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위기를 겪었지만 그때마다 로즈 단장의 신뢰로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구단은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를 대상으로 한 시즌 평가 회의를 거쳐 최종 결정을 내렸고, 제임스 돌런 구단주도 이를 승인했다.
티보도는 프런트 오피스에 잔류하지 않으며, 잔여 계약금 3천만 달러 이상을 받게 된다. 이는 구단이 완전한 결별을 원한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이번 결정이 그리 드문 일은 아니다. 통계 분석업체 엘리어스에 따르면 컨퍼런스 파이널이나 NBA 파이널 진출 후 감독을 교체한 사례는 리그 역사상 30회가 넘는다. 최근에도 보스턴 셀틱스가 2021년 파이널 진출 후 이메 우도카를 내보내고 조 마줄라를 앉혔고, 이는 결국 우승으로 이어졌다.
티보도는 분명한 성과를 낸 사령탑이다. 5시즌 중 4번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고, 정규시즌 226승 174패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디펜딩 챔피언 보스턴 셀틱스를 플레이오프에서 꺾는 성과도 올렸다. 하지만 결국 뉴욕에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티보도는 팀을 한 단계 끌어올렸지만, 마지막 고지는 정복하지 못했다.
닉스는 브런슨이라는 정상급 포인트가드를 중심으로 타운스, 브리지스, 아누노비 등 균형 잡힌 로스터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 재능들을 어떻게 조화시켜 우승이라는 최종 목표에 도달할 것인가다. 티보도가 해내지 못한 마지막 퍼즐을 맞춰줄 새로운 리더의 등장이 절실한 상황이다.
닉스가 찾는 32번째 감독은 뉴욕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언론과 팬들의 압박을 견디고, 스타 플레이어들을 하나로 묶으며, 무엇보다 25년간 이어진 우승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구단주 제임스 돌런은 과거 명감독 필 잭슨 영입에 거액을 투자했듯, 이번에도 필요하다면 과감한 투자를 마다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티보도는 닉스를 한 단계 끌어올렸지만, 뉴욕에서는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25년 만의 기회 앞에서 구단이 선택한 것은 현상 유지가 아닌 변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