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달라졌다' 동성애자 전 NBA 선수 결혼 발표...미 프로스포츠에 '커밍아웃' 확산 [춘추 이슈분석]
NBA 첫 커밍아웃 선수 콜린스 최근 결혼...NFL·MLS서도 공개된 동성애자 선수 증가 추세
[스포츠춘추]
미국 프로스포츠계에서 성소수자 선수들의 커밍아웃이 늘어나면서 후배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한 명 한 명의 용기있는 결정이 다음 세대에게 롤모델이 되면서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미국 스포츠 전문지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NBA 역사상 첫 현역 공개 게이 선수였던 제이슨 콜린스가 최근 할리우드 프로듀서 브런슨 그린과 결혼했다. 2013년 커밍아웃한 콜린스는 "각자의 발표가 후배들에겐 청사진이 된다"며 "과거와 달리 이제는 가능하다는 증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콜린스는 "내가 커밍아웃했을 때도 로비 로거스가 이미 길을 열어놓은 상태였다"며 "더 많은 선수들이 계속 이런 대화를 이끌어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성소수자 대변인이나 사회운동 지도자가 되려던 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런 역할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선배들의 용기는 스포츠계를 넘어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2017년 커밍아웃한 전 NFL 선수 라이언 오캘러한은 "커밍아웃한 아들과 인연을 끊었던 한 아버지가 내 이야기를 보고 마음을 바꿔 아들과 화해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고 전했다. 프로선수의 커밍아웃이 일반 가정의 화해까지 이끌어낸 셈이다.
팀 동료들의 반응도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2013년 커밍아웃한 축구선수 로비 로거스는 LA 갤럭시 복귀 후 베테랑 주장 랜던 도노반이 라커룸에 붙인 공지를 회상했다. "팀 저녁식사 때 남편, 아내, 남자친구, 여자친구는 데려오지 말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로거스는 "다양성 위원회의 지시로 쓴 문구가 아니라, 도노반이 자연스럽게 나를 팀원으로 받아들인다는 신호였다"며 "그 순간 세상이 정말 바뀌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성소수자를 특별 취급하지 않고 '그냥 동료'로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콜린스는 리그의 변화도 커밍아웃 결정에 영향을 줬다고 했다. "2001년 NBA 입단 때는 동성애 혐오 발언에 제재가 없었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최소 5만 달러(7000만원) 벌금이 도입됐다"며 "리그가 내 편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북미 프로스포츠가 사회 변화를 선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보수적이던 스포츠계가 이제는 포용성을 앞세우며 변화를 이끄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의미있는 사례들이 이어졌다. 2021년 칼 나십이 NFL 최초 현역 커밍아웃 선수가 됐고, 2014년 미주리대 마이클 샘은 NFL 드래프트 전 커밍아웃을 발표했다. NHL에서는 루크 프로콥이 계약을 맺은 첫 공개 게이 선수로 기록됐다.
커밍아웃 방식은 선수마다 달랐다. 콜린스는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기고문으로, 로거스는 개인 웹사이트 글로, 오캘러한은 아웃스포츠닷컴 인터뷰로 각각 공개했다. 하지만 목표는 같았다. 진정한 자신으로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로거스는 현재 프로듀서 그렉 벌란티와 결혼해 두 자녀를 키우며 TV 시리즈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왜 굳이 모든 사람에게 말해야 하느냐'고 묻지만, 커밍아웃은 나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북미 남성 프로리그에서는 여전히 공개적인 성소수자 선수가 드물지만, 각각의 커밍아웃이 후배들에게 용기를 주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콜린스는 "실망스럽다는 말보다는 아직 할 일이 많다고 표현하겠다"며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