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리그 팀이 3년 만에 2부리그까지...'구단주가 데드풀' 렉섬, 프리미어리그 승격 도전 [춘추 EPL]

4년 만에 5부→2부 '3연속 승격' 달성, 프리미어리그행 꿈꾸며 대규모 투자 시작

2025-06-04     배지헌 기자
렉섬 구단주 라이언 레이놀즈.

 

[스포츠춘추]

그야말로 넷플릭스 시리즈 같은 이야기다. 4년 전 할리우드 스타들이 웨일스의 무명 축구단을 인수했을 때만 해도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와 롭 맥엘헤니가 소유한 렉섬이 5부에서 2부리그까지 3연속 승격해 이제는 프리미어리그를 꿈꾸고 있다.

스포츠 전문지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렉섬은 6월 16일 이적시장 재개를 앞두고 챔피언십 리그에서 통할 선수 영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43년 만에 2부 리그 복귀를 이룬 렉섬이 이제는 최고 무대인 프리미어리그를 향해 새로운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영국 축구는 1부 프리미어리그 아래 2부 챔피언십, 3부 리그원, 4부 리그투, 5부 내셔널리그 순으로 구성돼 있다. 렉섬은 2021년 5부 내셔널리그에서 시작해 매년 승격하며 놀라운 성장을 이뤘다.

지난 시즌 초 일부 감독들이 렉섬을 미국 농구 쇼팀처럼 "볼거리를 위한 팀"이라고 폄하했지만, 렉섬은 시즌 막판 뛰어난 경기력으로 승격을 확정지으며 실력을 증명했다. 특히 폄하 발언에 앞장선 감독이 이끄는 팀(로더햄)을 2경기에서 모두 이기며 승격을 확정한 순간은 '사이다' 그 자체였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단순히 화제성을 위해 축구팀을 인수했다는 외부의 선입견과 달리, 렉섬은 영리한 선수 영입과 체계적인 팀 운영으로 의미있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유명인들의 취미 생활로 치부됐던 구단이 실제로는 그 어느 구단보다 전문적인 축구 경영을 통해 3연속 승격이라는 기적을 일궈냈다.

필 파킨슨 감독은 "챔피언십 리그에서 성공하려면 페이스와 파워를 추가해야 한다"며 전력 보강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4년간 렉섬의 모든 이적을 총괄한 파킨슨 감독은 선수 영입 시 직접 수백 마일을 운전해 선수를 직접 만나 인성을 확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렉섬은 골키퍼를 제외한 거의 모든 포지션에서 보강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파킨슨 감독이 선호하는 3-5-1-1 전술을 유지하려면 미드필드의 창조성 보강이 급선무다. 2부 리그 수준의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팀 화합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더 좋은 선수들을 데려오려면 현재 임금 구조를 대폭 상향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존 선수들의 불만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27명의 1군 선수가 계약돼 있지만 2부 리그에서는 25명 스쿼드 제한이 있어 일부 선수는 떠나야 한다. 지난 시즌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선수들과 나이가 많은 베테랑들이 우선 정리 대상이다.

렉섬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자유계약 시장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지난 시즌 자유계약으로 영입한 선수들이 승격에 핵심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현재 여러 선수들과 접촉 중이지만 대부분 6월 30일 계약 만료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젊은 유망주들은 임대를 통해 경험을 쌓을 가능성이 높다. 렉섬은 이들이 다른 팀에서 실전 경험을 쌓은 뒤 돌아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번 승격으로 렉섬의 재정 여건도 크게 개선됐다. 3부 리그에서는 매출의 60% 이내로 페이롤을 제한하지만, 2부 리그에서는 3년간 총 손실액만 제한한다.

렉섬은 2023-26년 사이클에서 4500만 파운드(787억원)까지 손실을 낼 수 있다. 지난 2년간 연 270만 파운드(38억원) 정도 손실을 기록해 내년 한 해에만 거의 4000만 파운드(700억원)를 쓸 수 있는 여유가 있다.

2부 리그는 1부에서 강등된 팀들만 추가 지원금을 받는 상황이어서 렉섬에게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이다. 파킨슨 감독은 일반적으로 2부 리그에서 플레이오프권(6위) 경쟁을 하려면 최소 3차례 이적시장을 거쳐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클럽 내부에서는 올 시즌이 빠른 상승의 절호 기회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레이놀즈와 맥엘헤니가 써내려가는 할리우드식 반전 드라마가 최고 무대 프리미어리그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