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세' 조코비치, 츠베레프 완파하고 시너와 4강 대결...세계 361위 보아송은 안방에서 기적 연출 [춘추 테니스]

38세 조코비치의 '클레이 마법'...361위 보아송은 홈 관중 앞에서 눈물

2025-06-05     배지헌 기자
시너와 조코비치가 만난다(사진=프랑스오픈 SNS)

 

[스포츠춘추]

38세 노장 노박 조코비치가 28세 알렉산더 츠베레프를 꺾고 프랑스오픈 준결승에 진출했다.

조코비치는 6월 5일(한국시간) 파리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8강전에서 츠베레프를 4-6 6-3 6-2 6-4로 꺾었다. 첫 세트를 내준 뒤 보여준 역전 드라마는 그야말로 '클레이 코트의 마술사' 다운 경기력이었다.

조코비치는 이날 경기에서 35개의 드롭샷을 구사해 츠베레프(12개)를 압도했다.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발놀림과 창의적인 각도 공격으로 상대를 완전히 농락했다. 특히 4세트에서 츠베레프가 41랠리 장기전으로 체력 소모를 노렸지만, 조코비치는 포핸드 패싱샷으로 마무리하며 필리프 샤트리에 코트를 기립박수로 만들었다.

6년간 롤랑가로스에서 나달 외 다른 상대에겐 패배한 적이 없는 조코비치는 25번째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향해 한걸음 더 다가섰다. 준결승 상대는 세계 1위 야닉 시너다. 최근 3차례 만남에서 모두 졌지만, 클레이 코트에서만큼은 3회 우승자 조코비치가 강자다.

조코비치는 그랜드슬램에서 톱3 시드를 모두 꺾는 최초의 남자 선수가 되는 도전에 나선다. 이미 츠베레프(3위)를 잡았고, 이제 시너(1위)와 결승 진출 시 만날 가능성이 큰 카를로스 알카라스(2위·스페인)가 남았다.

여자부에서도 극적인 스토리가 펼쳐졌다. 세계 361위 로이스 보아송이 미라 안드레예바를 7-6(8-6) 6-3으로 제압하고 생애 첫 그랜드슬램에서 준결승에 올랐다. 1989년 모니카 셀레스와 제니퍼 캐프리아티 이후 35년 만에 메이저 데뷔 무대에서 4강 진출을 이룬 보아송이다.

1년 전 롤랑가로스 직전 무릎 부상으로 9개월 재활을 받았던 보아송은 놀라운 '신데렐라 스토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16강에서 세계 3위 제시카 페굴라를 꺾은 데 이어 18세 유망주 안드레예바까지 잡아내며 홈 관중들을 열광시켰다.

2세트에서 멘탈이 완전히 무너진 안드레예바와 달리 보아송은 시종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승부가 결정된 순간 코트에 주저앉아 얼굴을 감싸 쥔 보아송은 "이런 응원을 받으며 경기하는 건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보아송은 2011년 마리온 바르톨리 이후 12년 만에 프랑스오픈 4강에 오른 프랑스 여자 선수가 됐다. 지금까지 벌어들인 상금이 고작 2만1100달러(약 3000만원)였다는 보아송은 이번 4강 진출로 그간 상금의 40배에 달하는 78만4269달러를 손에 쥐게 됐다. 준결승 상대는 2년 연속 4강에 오른 코코 고프(2위·미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