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총장 딸 특혜 채용·초상권 부당이익 의혹...MLB 선수노조, FBI 수사 받는다 [춘추 MLB]

2026시즌 뒤 만료되는 CBA 재협상 앞두고 내홍 예고

2025-06-05     배지헌 기자
토니 클라크 사무총장(사진=MLB.com)

 

[스포츠춘추]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노조(MLBPA)가 초상권 관련 비리 의혹으로 연방수사국(FBI) 수사를 받으면서, 과거 한국 프로야구선수협회가 겪었던 악몽이 미국에서 재현되고 있다.

미국 현지 매체들은 4일(현지시간) 토니 클락 MLBPA 사무총장이 노조와 별도로 개인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보도했다. 뉴욕 동부지검은 MLBPA 간부들이 라이선싱 업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부당한 이익을 취했는지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노조원인 선수들과 노조 사이에 이해관계 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사안이다.

수사의 핵심은 2019년 MLB와 NFL 선수노조가 공동 설립한 라이선싱 업체 '원팀파트너스'다. 이 회사는 선수들의 초상권과 상품 라이선싱을 대행하며 2022년 기업가치가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로 평가됐다. MLBPA는 지난해 이 회사로부터만 4450만달러(약 623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익명의 제보자가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에 클락이 원팀파트너스 지분을 부당하게 받았다며 고발장을 제출했다. 고발장은 클락이 "족벌주의, 부패, 부실경영"을 저질렀으며 자녀들과 가족에게 노조 협력업체 일자리를 알선해줬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클락의 딸 중 한 명은 NFL 선수노조에서 회원 서비스 담당으로 일하고 있다. 다른 딸은 지난해 3월까지 MLBPA가 설립한 청소년 개발 프로그램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등 특혜 채용으로 볼 만한 정황이 드러났다. MLBPA는 당시 "근거 없는 주장으로 완전히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지만, 이번 FBI 수사로 의혹이 재점화됐다.

클락과 MLBPA가 서로 다른 변호사를 선임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일반적으로 조직과 그 대표는 같은 법무팀을 쓰는데, 이번처럼 따로 변호사를 둔다는 것은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

MLBPA는 "선수들과 긴밀히 협의해 법무부 조사에 대응하기 위해 모리슨앤포스터 로펌에 외부 변호인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클락은 별도로 카튼 무친 로젠만 로펌의 다니엘 콜린스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콜린스는 연방검찰 출신으로 정부기관 수사를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다.

클락은 지난해에도 조합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선수들이 부사무총장 겸 수석 협상가인 브루스 마이어의 해임을 요구하며 사실상 '쿠데타'를 벌인 것이다. 당시 선수들은 노조 재정 감사도 요구했고, 12월 내부 검토 결과를 전달받았다.

하지만 올해 3월 열린 이사회 선거에서 쿠데타를 주도했던 잭 플래허티, 루카스 지올리토, 이안 햅 등 선수들이 8인 집행위원회 재선에 모두 실패하면서 내부 갈등은 일단 진정됐다. 8인 집행위 중 기존 멤버는 마커스 세미엔과 앤드류 밀러 2명만 남게 됐다.

MLBPA는 조직 투명성 강화를 위해 제3자 회계법인 위섬의 감사 결과를 공개하고, 새로운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 직책을 신설하는 등 쇄신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이번 FBI 수사로 다시 조직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

이번 사태는 MLB 선수노조로선 최악의 타이밍이다. MLB 구단들과 선수노조는 2026년 시즌 후 만료되는 단체협약 재협상을 앞두고 있는데, 구단주들이 연봉 상한제 도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일치 단결한 노조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2013년부터 선수노조를 이끌어온 클락은 2027년까지 계약이 연장된 상태지만, 이번 수사 결과에 따라 거취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한국 프로야구선수협회도 2011년 비리 사태 이후 조직이 흔들리면서 몇 년간 제 역할을 못했던 전례가 있어, MLB 선수들의 권익에 미칠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