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 타이밍, 영리한 협상" 첼시가 맨유, 뉴캐슬 제치고 최대어 스트라이커 영입한 비결 [춘추 EPL]
3000만파운드 방출조항 활용해 '반값 쇼핑'...감독과 16세부터 인연 작용해
[스포츠춘추]
첼시가 프리미어리그 절반과 유럽 빅클럽들이 노렸던 '이적시장 최대어' 리암 델랍 영입에 성공한 배경이 공개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뉴캐슬, 유벤투스, AC밀란, 바이에른 뮌헨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첼시가 최종 승자가 된 이유는 단순한 돈 때문만이 아니었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6월 5일(한국시간) 델랍의 첼시 이적 과정을 상세히 보도하며 "인맥과 타이밍, 그리고 영리한 협상"이 승부수였다고 분석했다. 델랍은 입스위치 타운의 프리미어리그 강등으로 발동된 3000만파운드(약 525억원) 방출조항을 통해 첼시와 6년 계약을 체결했다.
첼시 영입의 결정적 요인은 엔초 마레스카 감독과의 오랜 인연이었다. 마레스카는 델랍이 16세였던 맨체스터 시티 시절부터 그를 지켜봤다. 당시 맨시티 엘리트 육성팀(U-23) 감독이었던 마레스카 휘하에서 델랍은 2020-21시즌 프리미어리그 2 우승을 이끌며 20경기 24골을 터뜨렸다. 해트트릭만 3차례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여줬다.
마레스카는 지난 4월 첼시가 입스위치와 경기할 때 이미 델랍에 대한 찬사를 보낸 바 있다. "숫자적으로만 훌륭한 게 아니다. 경기 감각이 뛰어나고 투지도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첼시 내에는 델랍과 연결고리를 가진 인물들이 여럿 있었다. 현재 첼시 공동 리크루팅 디렉터인 조 실즈는 2019년 더비 카운티에서 델랍을 맨시티로 영입한 장본인이다. 맨시티 아카데미 출신인 콜 파머, 로메오 라비아와도 절친한 사이다.
3000만파운드라는 방출조항 금액도 첼시에게 유리했다. 시장에 나온 다른 공격수들의 몸값이 그 두 배에서 시작되는 상황에서 델랍의 몸값은 오히려 저렴한 편에 속했다. 첼시는 2000만파운드를 선불로 지급하고, 입스위치는 향후 재판매 수익의 일부를 받는 조건으로 합의했다.
맨유는 루벤 아모림 감독이 원하는 스트라이커 조건을 가진 델랍을 강력히 원했다. 기술이사 제이슨 윌콕스가 맨시티 시절 델랍과 인연을 활용해 5월 19일 직접 면담까지 가졌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첼시 행이 기정사실화된 상태였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델랍이 첼시를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젊은 팀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싶은 욕심이었다. 첼시는 콜 파머(23), 모이세스 카이세도(23), 엔조 페르난데스(24) 등 20대 초반 비슷한 나이대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리스 제임스가 25세로 '고참' 축에 들 정도다.
맨유는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팀이고 리버풀은 버질 반 다이크와 모하메드 살라의 팀이다. 하지만 상징적인 고참이 없는 첼시라면 '델랍의 팀'이 될 수 있다. 또래들과 함께 오랫동안 지속적인 성공을 구가하는 팀을 만들고 싶었을 거라는 분석이다.
첼시는 지난 1월부터 일찌감치 델랍과 접촉을 시작해 다른 경쟁팀들보다 앞서나갔다. 지난여름 오마리 허친슨의 영구 이적 때 쌓인 입스위치와의 좋은 관계도 협상을 수월하게 만들었다. 입스위치 관계자들은 "델랍은 항상 첼시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고 전했다.
이적이 사실상 확정적인 상황에서도 팀을 위해 모든 경기에서 최선을 다했던 델랍은 지난주 최종 결정을 내렸다. 맨유, 뉴캐슬 같은 '톱 티어' 팀들과는 직접 면담을, 나머지 팀들과는 화상회의를 통해 제안을 들어본 뒤였다. 델랍의 선택은 첼시였다.
첼시는 올여름 18세 이스테방 윌리앙(브라질), 18세 켄드리 파에스(에콰도르), 20세 다리우 에수구(포르투갈) 등 젊은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델랍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 퍼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