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목숨 토트넘 감독, 17년 만에 우승시킨 감독도 잘렸다...포스테코글루 전격 경질 [춘추 EPL]
유로파리그 우승에도 최악의 프리미어리그 성적...4년 계약인데 2년 만에 결별
[스포츠춘추]
17년 만에 토트넘에 트로피를 안겨준 안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결국 경질됐다. 지난달 유로파리그 우승이라는 역사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클럽 사상 최악의 프리미어리그 성적이 더 무겁게 작용했다. 손흥민도 토트넘을 떠나 중동행이 유력한 가운데, 토트넘 우승 주역들이 하나둘씩 팀을 떠나는 모양새다.
토트넘은 6월 7일(한국시간)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성과 검토와 심도 깊은 성찰을 거쳐 안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경질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구단은 "클럽 역사상 유럽 트로피를 들어올린 세 번째 감독으로, 빌 니콜슨과 키스 버킨쇼 같은 전설적 인물들과 함께 기억될 것"이라고 포스텍의 공헌을 인정했다.
구단은 "감정이 아닌 합리적 판단이 필요했다"며 경질 이유를 설명했다. "유로파리그 우승은 클럽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순간 중 하나였지만, 이 성과에 대한 감정에만 기대 결정을 내릴 수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포스테코글루의 2년 임기는 극명한 명암을 보였다. 지난 5월 21일 빌바오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1대 0으로 꺾고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한 순간은 분명 토트넘 역사에 길이 남을 성취였다. 이는 2008년 리그컵 이후 토트넘이 품에 안은 17년 만의 트로피였다.
하지만 리그에서의 성과는 참담했다. 이번 시즌 토트넘은 38경기에서 11승 5무 22패를 기록하며 17위로 마감했다. 이는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토트넘 구단 최악의 순위다. 22패는 38경기 시즌 기준 클럽 최다 패배 기록이기도 하다.
특히 시즌 후반의 팀 붕괴는 심각했다. 4월부터 5월까지는 6경기 연속 무승을 기록했고, 마지막 12경기에서는 고작 5점만 따냈다. 유일한 승리는 최하위 사우샘프턴을 상대로 한 것뿐이었다.
경질 발표 직후 포스테코글루는 대리인을 통해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는 "토트넘 감독으로서의 시간을 돌이켜보면 자부심이 가장 큰 감정"이라며 "영국의 역사적인 축구 클럽을 이끌고 영광을 되찾은 경험은 평생 기억에 남을 것"이라며 유로파리그 우승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포스텍은 특히 빌바오에서의 밤을 언급하며 "2년간의 노력과 헌신, 꿈에 대한 흔들림 없는 믿음의 결정체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많은 사람이 불가능하다고 했던 일을 이뤄내는 과정에서 수많은 도전과 잡음이 있었다"면서도 "이 클럽이 다시 17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될 토대를 마련했다"는 말로 자신의 공을 내세웠다.
포스테코글루는 "우리는 영원히 연결돼 있다"는 말로 성명을 마무리했다.
후임 감독으로는 브렌트퍼드의 토마스 프랭크 감독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영국 언론들은 토트넘이 프랭크 감독의 대리인과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프랭크 감독은 1000만 파운드(184억원)의 방출 조항을 갖고 있다.
덴마크 출신인 프랭크 감독은 2018년 브렌트퍼드를 맡아 2021년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이끌었고, 이후 꾸준히 잔류를 확정하며 능력을 입증했다. 이번 시즌에도 56점으로 10위를 기록했다.
토트넘은 또한 풀럼의 마르코 실바, 부르니머스의 안도니 이라올라, 크리스탈 팰리스의 올리버 글래스너 감독도 후보군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테코글루 경질을 둘러싸고는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옹호하는 측에서는 극심한 부상자 발생을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토트넘은 핵심 센터백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미키 판더펜이 4개월 가까이 빠졌고, 골키퍼 굴리엘모 비카리오도 3개월간 결장했다.
실제로 지난 시즌 페드로 포로만이 전체 출전 시간의 75% 이상을 소화했을 정도로 토트넘은 부상 상황이 심각했다. 포스테코글루는 "결정은 모두 내 책임"이라며 부상 관리에 대한 비판을 수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비판론자들은 그의 전술적 고집을 문제로 지적한다. 이른바 '앙헬볼'로 불리는 고강도 압박과 공격적 축구는 분명 매력적이었지만, 핵심 선수들이 빠지면 대안이 없다는 한계가 드러났다. 특히 풀백들이 모두 올라가며 생기는 측면 공간이 상대팀의 집중 공략 약점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니엘 레비 회장은 성명에서 "우리가 내려야 했던 가장 어려운 결정 중 하나"라며 "가볍게 내린 결정도, 성급하게 내린 결정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최선의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말은 그럴싸하게 하지만, 레비 회장은 2001년 취임 이후 24년간 포스테코글루를 포함해 13명의 감독을 경질한 기록을 갖고 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가 14위였을 때, 조제 무리뉴가 7위였을 때, 안토니오 콘테가 4위였을 때도 경질했던 그가 이번에는 17위 팀을 이끌면서도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한 감독을 내보낸 것이다.
59세인 포스테코글루는 2023년 7월 셀틱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해 4년 계약을 체결했지만, 2년 만에 떠나게 됐다. 포스텍은 셀틱에서 2년간 스코틀랜드 프리미어십 2연패를 포함해 5개 트로피를 들어올렸던 명장이었다.
토트넘의 새 감독 발표는 다음 주에 이뤄질 예정이다. 과연 레비 회장이 이번에는 올바른 선택을 했는지, 시간이 답을 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