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 받았나, 수맥이 흐르나? 곤솔린마저 IL행...LA 다저스 17번째 투수 부상자 발생 [춘추 MLB]

곤솔린마저 팔꿈치 부상으로 IL행...올시즌 20번째 부상자 명단 등록

2025-06-08     배지헌 기자
토니 곤솔린(사진=MLB.com)

 

[스포츠춘추]

LA 다저스의 투수진이 말 그대로 '부상자 천국'이 되고 있다. 6월 8일(한국시간) 토니 곤솔린까지 오른쪽 팔꿈치 불편감으로 15일 부상자 명단(IL)에 오르면서 다저스는 올 시즌 20번째 부상자 명단 등록이라는 비정상적인 기록을 세웠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20명 중 17명이 투수라는 점이다. 현재 다저스 부상자 명단에는 14명이 올라있는데, 이 중 대부분이 투수진이다. 지난 2년간 영입한 빅네임 투수 3명 블레이크 스넬, 타일러 글래스나우, 사사키 로키가 모두 부상으로 빠져있는 상황이다.

곤솔린은 2023년 8월 토미존 수술을 받은 후 올해 4월 30일 시즌 데뷔했지만, 7경기에서 평균자책 5.00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특히 7경기 모두에서 1회에 실점하는 등 초반 집중력 부족과 제구력 문제가 심각했고, 36이닝 동안 9홈런을 허용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다 결국 부상으로 이어졌다.

31세인 곤솔린은 이미 시즌 초 스프링 트레이닝 마지막 주 웨이트룸에서 허리를 다쳐 개막전을 놓쳤던 터라 올해만 두 번째 부상이다. 토미존 수술 후 구속은 2023년 92.4마일에서 93.5마일로 1마일 이상 회복됐지만, 정작 중요한 제구력과 커맨드는 수술 전 수준을 되찾지 못한 상태에서 또다시 팔꿈치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괴로워도 웃는 일류, 로버츠 감독(사진=MLB.com)

앤드루 프리드먼 야구운영 사장은 "재미없다"며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그는 "부상에 대해 우리가 모르는 것이 많고, 모든 답을 알고 있는 척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말 도전적인 일이다. 경험에서 계속 배우고 성장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 자신도 현역 시절 부상으로 커리어를 망쳤던 마크 프라이어 투수코치는 "20년 이상 이 일을 해왔지만 안타깝게도 부상은 여전히 야구계 전반에 걸쳐 심각한 문제"라며 "없어졌으면 좋겠지만 야구의 피할 수 없는 어두운 단면"이라고 한탄했다.

부상 여파는 실전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다저스는 올 시즌 불펜 사용량이 리그 최다인 272이닝에 달한다. 선발투수들이 제대로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고 불펜에 과도한 부담이 가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다저스 선발투수가 6이닝 이상 던진 경기는 11회에 불과해 마이애미 말린스, 밀워키 브루어스와 함께 리그 최소 기록이다. 팀 평균자책도 4.28로 리그 22위에 머물며 시카고 화이트삭스보다 겨우 나은 수준이다.

현재 다저스 부상자 명단의 면면은 가히 올스타급이다. 선발진에서는 스넬(15일 IL), 글래스나우(60일 IL), 사사키(60일 IL), 개빈 스톤(60일 IL), 에밋 시한(60일 IL) 등이 빠져있다.

불펜에서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역들인 블레이크 트레이넨(60일 IL), 에반 필립스(15일 IL)를 비롯해 마이클 코펙, 브루스다 그라테롤 등 핵심 투수들이 줄줄이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글래스노우(사진=FOX MLB SNS)

다저스 부상 투수 명단 (2025시즌)

15일 부상자 명단 (15-day IL)

블레이크 스넬 (Blake Snell) - 부상부위 미상 / 토니 곤솔린 (Tony Gonsolin) - 오른쪽 팔꿈치 불편감 / 커비 예이츠 (Kirby Yates) - 오른쪽 햄스트링 긴장 (복귀) / 에반 필립스 (Evan Phillips) - 오른쪽 전완 불편감

60일 부상자 명단 (60-day IL)

타일러 글래스나우 (Tyler Glasnow) - 어깨 부상 / 사사키 로키 (Roki Sasaki) - 부상부위 미상 / 클레이튼 커쇼 (Clayton Kershaw) - 부상부위 미상 / 개빈 스톤 (Gavin Stone) - 부상부위 미상 / 에밋 시한 (Emmet Sheehan) - 부상부위 미상 / 리버 라이언 (River Ryan) - 부상부위 미상 / 블레이크 트레이넨 (Blake Treinen) - 부상부위 미상 / 마이클 코펙 (Michael Kopech) - 오른쪽 어깨 충돌증후군 (복귀) / 브루스다 그라테롤 (Brusdar Graterol) - 부상부위 미상 / 카일 허트 (Kyle Hurt) - 부상부위 미상 / 마이클 그로브 (Michael Grove) - 부상부위 미상 / 에드가르도 엔리케스 (Edgardo Henriquez) - 부상부위 미상 / 루이스 가르시아 (Luis Garcia) - 부상부위 미상

투수 복귀 준비 중

오타니 쇼헤이 (Shohei Ohtani) - 토미존 수술 회복 중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복귀 예정)

총 투수 부상자: 17명 (올시즌 총 부상자 20명 중)

블레이크 스넬(사진=MLB.com)

아이러니하게도 다저스는 작년에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포스트시즌을 시작할 당시 건강한 선발투수가 단 3명뿐이었지만 결국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100이닝 이상 던진 투수가 스톤과 글래스나우 단 2명뿐인 팀이 우승을 차지한 것은 코로나19 단축시즌을 제외하면 전례 없는 일이었다.

이를 두고 통계 전문 미디어 팬그래프의 마이클 바우만은 "다저스는 선수들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평판이 있다"며 "현재 선발투수 7명과 릴리버 8명이 부상자 명단에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토니 곤솔린까지 새롭게 추가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투웨이 플레이어 쇼헤이 오타니의 투수 복귀도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로 미뤄졌다. 2023년 8월 토미존 수술을 받은 오타니는 현재 불펜 세션에서 50구까지 던지는 등 재활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마운드 복귀를 위한 구체적인 일정은 잡지 못한 상태다. 타자로는 매일 밤 홈런포를 가동하고 있지만 투수로서는 2023년 이후 프로 경기에서 공을 던지지 않고 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현재 상황에 대해 "우리가 이번 시즌 가질 것으로 생각했던 투수진이 전혀 아니다"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과거 부상으로 어려울 때도 우리가 해냈던 기본적인 것들, 유리한 카운트를 잡고 홈런을 주지 않는 투구를 지금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선발들이 좀 더 효과적으로 던져서 이닝을 늘려야 하는데 한 이닝에 30구씩 던지는 건 답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어찌 보면 이 참혹한 부상 상황에서 다저스가 38승 27패로 NL 서부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것 자체가 제일 믿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계속되는 투수진 부상 행렬이 언제까지 팀 성적에 영향을 주지 않을지는 미지수다. 프리드먼 사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정말로 "재미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