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라고 욕한 녀석들 나와! '40세 호날두 동점골' 포르투갈, 승부차기로 스페인 꺾고 우승 [춘추 이슈]

승부차기 혈투 끝 포르투갈 우승...지는 해로 여겨졌던 호날두, 후반 동점골 활약

2025-06-09     배지헌 기자
포르투갈이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사진=UEFA SNS)

 

[스포츠춘추]

40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다시 한번 역사를 썼다. '아들뻘' 축구 신동 라미네 야말 앞에서 아버지뻘 레전드의 관록을 발휘하며 우승컵을 높이 들었다.

6월 8일(현지시간)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펼쳐진 이베리아 더비에서 결국 승자는 '지는 해'로 여겨졌던 노장이었다. 포르투갈은 UEFA 네이션스리그 결승에서 스페인을 승부차기 끝에 5대 3(2대 2)으로 꺾으며 대회 사상 최초로 2회 우승을 달성했다.

이번 결승은 단순한 축구 경기가 아니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이라는 이베리아 반도의 숙적 대결이자, 동시에 축구계의 신구 세대를 상징하는 대결이기도 했다. 한쪽에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던 호날두가, 다른 쪽에는 지난해 유로 2024에서 17세의 나이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야말이 서 있었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모든 관심은 야말에게 쏠려 있었다. 올해 발롱도르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야말은 이번 대회에서도 스페인 공격의 핵심 역할을 해왔다. 반면 호날두는 "한 물 갔다", "언제까지 뛸 것인가"라는 언론의 질문과 은퇴설에 시달렸다.

하지만 결승 무대에서 빛을 발한 것은 호날두였다. 포르투갈이 1대 2로 뒤지던 61분, 누누 멘데스의 크로스가 수비수에게 맞고 굴절되자 호날두는 마르크 쿠쿠레야를 제치고 완벽한 발리슛을 날려 2대 2 동점골을 넣었다. 통산 138번째 A매치 골이자, 40세가 넘어 주요 국제대회 결승에서 득점한 최초의 선수가 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반면 야말은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번 대회 내내 현란한 드리블과 창의적인 플레이로 찬사를 받았던 그였지만, 포르투갈 좌측 풀백 누누 멘데스의 끈질긴 견제에 막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멘데스는 야말이 공을 잡을 때마다 바로 달라붙어 압박했고, 돌파 시도는 번번이 좌절됐다.

경기 내용은 이베리아 더비답게 시종 치열했다. 스페인이 21분 마르틴 수비멘디의 선제골로 앞서갔다. 야말의 크로스를 포르투갈 수비진이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틈을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했다. 하지만 포르투갈도 곧바로 반격했다. 5분 뒤 누누 멘데스가 20m 지점에서 강력한 슛을 날려 골망을 흔들며 즉시 동점을 만들었다.

전반 막판 스페인이 다시 앞서갔다. 페드리의 정교한 스루패스를 받은 미켈 오야르사발이 골키퍼와의 일대일 상황에서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지난해 유로 2024 결승에서 잉글랜드를 상대로 결승골을 넣었던 오야르사발이 또 한 번 큰 무대에서 결정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호날두가 61분 극적인 동점골로 응수했다. 2대 2로 경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고, 연장전에서도 양 팀은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결정적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포르투갈은 하파엘 레앙의 교체 투입으로 활력을 얻었지만, 스페인 역시 끝까지 승부를 포기하지 않았다. 호날두는 정규시간 막판 부상으로 교체됐고, 경기는 결국 승부차기로 넘어갔다.

승부차기에선 경험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포르투갈의 키커들은 한 명도 실축하지 않았다. 곤살루 하무스, 비티냐, 브루노 페르난데스, 누누 멘데스가 차례로 킥을 성공시켰다. 반면 스페인의 알바로 모라타의 킥은 디오구 코스타에게 막혔다. 마지막 키커 후벵 네베스가 골망을 흔들며 포르투갈의 우승이 확정됐다.

40세 호날두가 이끈 포르투갈이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사진=UEFA SNS)
40세 호날두가 이끈 포르투갈이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사진=UEFA SNS)

벤치에서 지켜보던 호날두는 네베스의 결승 킥이 들어가자 바닥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호날두는 경기 후 "포르투갈을 위한 승리는 언제나 특별하다"며 "클럽에서 많은 타이틀을 따봤지만, 조국에서 우승하는 것만큼 좋은 건 없다. 의무를 다했고 정말 기쁘다"고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반면 야말은 연장전에서 교체된 데 이어 팀까지 패하면서 아쉬운 밤을 보냈다. 17세 천재에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 경기였다. 스페인 루이스 데 라 푸엔테 감독은 "정말 팽팽한 경기였는데, 결국 승부차기로 가게 됐다. 포르투갈이 한 수 위였다"는 말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승리로 포르투갈은 2019년에 이어 두 번째 네이션스리그 트로피를 차지했다. 호날두와 젊은 선수들이 조화를 이루며 좋은 결과를 얻었고, 내년 월드컵을 앞두고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이제 9월부터 시작되는 2026 월드컵 예선 준비에 돌입한다. 포르투갈은 F조, 스페인은 E조에 편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