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트라웃 있어도 성적 바닥인 이유 있었네...LA 에인절스 충격 진실 "선수 마약거래 알고도 방치" [춘추 MLB]
스캑스 사망 5년 후 폭로...웨이드 마일리·맷 하비 등 유명 선수들 연루
[스포츠춘추]
2019년 메이저리그 투수 타일러 스캑스의 죽음이 단순한 개인의 비극이 아닌 LA 에인절스 구단 전체를 관통하는 조직적 은폐 스캔들로 드러나고 있다.
스포츠 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이 6월 13일자(한국시간) 공개한 법정 문서들은 구단 고위 간부들이 선수들 간의 마약 거래를 알고도 수년간 방치한 정황이 가득하다. 웨이드 마일리, 맷 하비 같은 유명 메이저리거들이 이 약물 공급망에 직접 연루됐다는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사건의 핵심 인물인 에릭 케이의 전 부인 카멜라는 에인절스 고위 간부들이 케이가 스캑스를 포함한 선수들에게 마약을 공급한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알고도 수년간 방치했다고 증언했다.
2013년 뉴욕 원정에서 케이는 홍보담당 부사장 팀 미드와 여행 비서 톰 테일러 앞에서 자신의 바이코딘 남용을 직접 시인했다. 2017년 10월에는 더 심각한 일이 벌어졌다. 케이 가족이 약물 중독 치료를 위한 개입을 시도했지만 실패하자, 다음 날 미드와 테일러가 케이의 집을 직접 방문했다. 그들은 그곳에서 6-7개 봉지에 나뉘어 담긴 약물들을 발견했다.
카멜라는 "케이가 약을 판매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고, 선수들에게 파는 것 같았다"고 증언했다. 구단 간부들이 직원의 마약 판매 현장을 목격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다.
결정적 순간은 2019년 부활절이었다. 케이가 사무실에서 상의를 벗고 춤추며 환각 상태를 보이자 테일러가 그를 집까지 데려다줬다. 그날 저녁 카멜라는 테일러에게 긴급히 전화를 걸어 "케이가 그 약들이 타일러 스캑스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며 선수 이름을 직접 거명해 경고했다. 케이의 어머니도 같은 날 병원에서 미드에게 "케이가 타일러 스캑스로부터 문자를 받고 있다"고 알렸다.
하지만 구단은 스캑스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명된 이후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케이는 불과 두 달 후 스캑스에게 펜타닐이 섞인 약물을 공급했고, 스캑스는 그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스캑스의 전 에이전트 라이언 해밀은 증언에서 스캑스가 현 신시내티 레즈 소속 좌완 웨이드 마일리로부터 정기적으로 퍼코셋을 공급받았다고 폭로했다. 해밀은 "스캑스가 솔직하게 털어놨다. 퍼코셋을 사용했으며 웨이드 마일리를 통해 구했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15년 베테랑 마일리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시절 스캑스와 동료였다.
법정에 제출된 문자 메시지들은 선수들 간의 약물 거래가 얼마나 일상적이었는지 보여준다. 2017년 6월 스캑스는 동료 마이크 모린에게 "EK(에릭 케이)와 얘기했는데, 네가 그 사람 물건을 다 털었으니 나한테 하나 팔 수 있어?"라고 문자했다.
죽음을 불과 며칠 앞둔 2019년 6월에는 스캑스가 전 뉴욕 메츠 에이스 맷 하비에게 "2개 구할 수 있어? ㅋㅋ"라는 문자를 보냈다. 하비는 케이의 형사재판에서 자신도 스캑스에게 약물을 공급했다고 시인했다.
케이의 재판에서는 캠 베드로시안, C.J. 크론, 하비, 모린 등 총 4명의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케이로부터 약물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종종 스캑스가 중간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LA 에인절스 구단의 은폐 의혹은 케이에 대한 구단의 대응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2019년 부활절 사건 이후 케이는 재활치료를 위해 한 달간 휴직했다. 하지만 복귀 직후 구단은 그를 다시 원정길에 보냈다.
당시 구단 사장 존 카르피노는 증언에서 케이가 2019년 5월 약물 재활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단지 의료휴가를 냈다고만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LA 에인절스 직원들 사이에서도 케이의 이상행동이 공공연히 알려져 있었다. 홍보팀 직원 그레이스 맥나미는 2018년 시애틀 경기 중 케이가 프레스박스에서 잠들어 있는 것을 목격하고 동료와 함께 테일러에게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맥나미는 스캑스가 숨진 텍사스 원정을 떠나는 2019년 6월 30일 동료에게 "치료라는 게 원래 시간이 걸리는 건데, 케이는 이번 원정에 가지 말고 집에서 쉬어야 할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단은 여전히 케이를 원정에 동행시켰다.
현재 콜로라도 연방교도소에서 22년형을 복역 중인 케이는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다. 민사소송도, 전국적인 뉴스도, 에인절스도, 스캑스 가족도 모두 나와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스캑스 가족은 현재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2억1000만 달러(2940억원) 규모의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가족 측 변호사 러스티 하딘은 "재판을 통해 에릭 케이의 마약 밀매가 LA 에인절스 조직 내 수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반면 LA 에인절스 측은 "구단은 타일러 스캑스의 사망에 책임이 없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당초 2023년 10월 예정이던 재판은 2025년 4월로 연기된 상태다.
이번 폭로는 마이크 트라웃과 오타니 쇼헤이를 동시에 보유하고도 오랫동안 아무 성과를 내지 못한 LA 에인절스의 조직 문화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으로 기록에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