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구에 옆구리 맞고도 폭풍 질주...투혼의 장두성, 폐 타박 출혈로 입원 치료 [춘추 이슈]
견제구에 맞고도 2루로 질주...피 섞인 구토와 함께 고통 호소한 장두성
[스포츠춘추]
그 순간 망설임은 없었다. KT 위즈 마무리 박영현의 견제구가 장두성의 오른쪽 옆구리를 강타했을 때, 웬만한 선수라면 그 자리에서 멈춰 섰을 것이다. 하지만 장두성은 달랐다. 공이 뒤로 흘러가는 것을 본 순간, 장두성은 고통을 참고 2루를 향해 달렸다.
세이프 판정을 받은 후에야 장두성은 고개를 숙인채 고통을 호소했다. 피가 섞인 구토와 함께.
지금 장두성은 폐 타박으로 인한 출혈로 병원에 입원해 있다. 롯데 자이언츠는 6월 13일 장두성이 4-5일간 치료를 받은 후 부산으로 이동해 추가 검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 부상으로 장두성의 2025시즌 놀라운 질주가 잠시 멈추게 됐다.
장두성은 2018년 롯데에 입단했지만, 지난해까지는 '대주자 전문'이라는 제한적인 역할에 머물러 있었다. 스피드는 역대 롯데 선수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빨라지만 방망이가 약했고, 투수의 투구폼과 타이밍을 뺏는 능력이 부족했다.
하지만 올 시즌 모든 것이 달라졌다. 장두성은 61경기에서 타율 .303, 출루율 .364를 기록하며 롯데의 1번 타자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5월 타율 .310, 6월 들어서는 .316을 기록하며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었다. 특히 주전 외야수 황성빈이 지난달 10일 부상으로 이탈한 후, 그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우면서 롯데의 핵심 선수로 자리를 굳혀가는 와중이었다.
장두성의 변화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준 장면은 부상 하루 전인 11일 KT 전에서 나왔다. 1대 3으로 뒤진 8회초 1사 만루, 장두성은 KT 특급 마무리 박영현과 무려 11구까지 가는 승부를 벌였다. 박영현의 강속구를 6차례나 파울로 커트해내며 끈질기게 버텼다.
결국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장두성과 승부에 힘을 쏟아낸 박영현은 다음 타자 고승민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고, 빅터 레이예스에게 2타점 역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이날 경기에서 롯데는 4대 3 역전승을 거뒀다.
12일 경기에서도 장두성은 3안타 1볼넷으로 4차례 출루하며 또 한 번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특히 연장 10회 공격에서 보여준 투혼의 2루 질주는 후속 세 타자(고승민, 빅터 레이예스, 전준우) 연속 볼넷과 결승점으로 이어졌다. KT 마무리 박영현은 0.2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다. 장두성의 투혼이 이틀 연속 롯데를 거짓말 같은 대역전승으로 견인했다.
이런 장두성의 부상 이탈은 롯데에게 큰 타격이다. 롯데는 일단 4~5일간 치료를 예고했지만, 폐출혈이라는 부상 특성상 완전 회복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거인을 깨운 작은 거인 장두성의 빠른 회복을 롯데 팬들도 구단도 한 마음으로 기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