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후-혜성 친구 맞대결, 오늘은 김혜성이 웃었다! 오타니는 멀티로로 MLB 통산 250호 홈런 [춘추 MLB]

선두타자 홈런으로 포문 열고 6회 마일스톤 홈런까지...다저스 11대 5 완승 견인

2025-06-15     배지헌 기자
홈런포를 쏘아올리는 오타니(사진=LA 다저스 SNS)

 

[스포츠춘추]

이정후와 김혜성의 한국인 메이저리거 맞대결을 보려고 TV를 켠 팬이라면, 오타니 쇼헤이의 홈런 대기록을 라이브로 보는 행운까지 함께 누렸을 것이다. 오타니가 최근 11경기 침묵을 깨고 아시아 선수 최초로 통산 250홈런 고지를 밟았다.

6월 15일(한국시간) 미국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LA 다저스의 경기는 한국 팬들에게 의미가 특별한 경기였다. 2017년 키움 히어로즈에 함께 입단한 동기 이정후(샌프란시스코)와 김혜성(LA 다저스)이 빅리그 무대에서 동시 선발 출전해 첫 맞대결을 펼쳤기 때문이다. 전날 1차전에서는 이정후만 선발 출전했지만, 이날은 두 선수 모두 스타팅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14일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샌프란시스코(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SNS)

하지만 이날 경기의 진짜 주인공은 이정후와 김혜성이 아닌 오타니였다.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오타니는 시즌 24, 25호 홈런을 폭발시키며 다저스의 11대 5 완승을 이끌었다. 3타수 2안타 2타점 2볼넷으로 4차례 출루하면서 지난해 50-50을 달성한 마이애미전 다음가는 완벽한 경기를 연출했다.

첫 타석부터 강렬했다. 1회말 첫 타석에서 샌프란시스코 선발 랜던 루프의 4구째 커터를 잡아당겨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127미터짜리 홈런을 쏘아올렸다. 시속 110.3마일(177.5km)의 강력한 타구로 지난 3일 뉴욕 메츠전 이후 12일 만에, 그리고 11경기 만의 홈런을 터뜨렸다.

오타니의 선두타자 홈런은 잠들어 있던 다저스 타선을 깨웠다. 전날 경기에서 무기력하게 패했던 다저스는 2회에만 5득점을 폭발시키며 루프를 1.2이닝 만에 조기 강판시켰다. 최근 등판하는 경기마다 6이닝 이상 호투를 이어가던 루프는 다저스의 맹공에 올시즌 최소 이닝만 던지고 내려갔다.

6회말 타석도 팬들의 전율을 일으켰다. 팀이 7대 0으로 크게 앞선 상황에서 선두타자로 나선 오타니는 트리스탄 벡과의 풀카운트 승부에서 존 바깥쪽 커브볼을 받아쳤다. 오타니의 타구가 담장을 가볍게 넘어가면서 시즌 25호이자 메이저리그 통산 250번째 홈런이 완성됐다.

이 홈런으로 오타니는 타자로 출전한 928경기 만에 250홈런과 150도루를 동시에 달성하며, 알렉스 로드리게스(977경기)를 제치고 메이저리그 역대 최단 기간 250-150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50-50이라는 역대급 기록을 세운 오타니이기에 가능한, 오타니만이 할 수 있는 기록이 나온 것이다.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출발해 2018년 LA 에인절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오타니는 빅리그 8시즌 만에 250홈런 대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9월 추신수의 218홈런을 넘어 아시아 선수 역대 최다 홈런 기록을 경신한 지 불과 9개월 만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오타니는 2018년 데뷔 첫해 22홈런으로 시작해 2021년 46홈런으로 처음 40홈런 벽을 돌파했다. 2023년에는 아메리칸리그 홈런왕(44개)에 오르며 아시아 선수 최초 업적을 달성했고, 지난해에는 54홈런으로 50홈런 벽도 무너뜨렸다.

현재 시즌 25홈런으로 내셔널리그 홈런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오타니는 2위 카일 슈와버(필라델피아·22개)에 3개 차이로 앞서 있다. 메이저리그 전체로도 아메리칸리그 공동 선두인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와 칼 랄리(시애틀)의 26개를 1개 차이로 추격하고 있어 리그 전체 홈런왕도 가시권이다.

특히 이날 시즌 3번째 멀티홈런 경기로 개막 첫 71경기에서 25홈런을 기록한 오타니는 1996년 볼티모어 오리올스 브래디 앤더슨과 함께 선두타자 출전 경기 최다 홈런 기록도 세웠다. 또한 게리 셰필드(2000년)와 함께 다저스 역사상 개막 71경기 최다 홈런 기록도 공동 보유하게 됐다.

오타니 쇼헤이(사진=MLB.com)

한편 관심을 모았던 키움 동기 이정후와 김혜성은 이날 경기에서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김혜성은 9번 2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특히 3회말 2사 3루 상황에서 적시타를 날려 타점을 기록했는데, 이 안타는 아이러니하게도 이정후 앞에 떨어지는 타구였다.

반면 이정후는 1번 중견수로 나섰지만 4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쳤다. 1회초 볼넷으로 출루했지만 이후 타석에서는 범타로 물러났다. 이틀 연속 타석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못한 이정후는 시즌 타율이 0.266까지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