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타디움 반 트럼프 연대...스페인어로 국가 부른 가수, 이민자 시위 지지한 키케 [춘추 MLB]
가수 네사, 영어 대신 스페인어로 미국 국가 불러...키케 에르난데스도 SNS로 입장 표명
[스포츠춘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 강화로 LA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다저스타디움에서도 이를 둘러싼 연대 움직임이 나타났다. 한 가수는 구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어로 미국 국가를 불러 화제가 됐다.
6월 1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LA 다저스 경기를 앞두고 초대가수로 등장한 바네사 에르난데스(예명 네사)는 스페인어로 미국 국가를 불렀다. 디 애슬레틱은 "이는 구단이 영어로 부르라고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벌어진 일"이라고 보도했다.
네사는 자신이 틱톡에 올린 영상에서 다저스 관계자가 "오늘은 영어로 국가를 불러달라"며 "미리 전달받지 못했나요?"라고 말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하지만 네사는 도미니카공화국 셔츠를 입고 나와 '성조기(El Pendón Estrellado)'라는 제목의 스페인어 버전 국가를 불렀다. 이는 1945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시절 공식 제작된 스페인어 번역본이다.
네사는 후속 영상에서 "LA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 때문에 그렇게 했다"며 "지금까지 여러 번 국가를 불렀지만, 오늘만큼은 영어로 부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 민족을 위해(Para mi gente) 그렇게 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는 일주일 넘게 계속되고 있는 LA 이민 단속 반대 시위와 전국적인 '미국에 왕은 없다(No Kings)' 시위에 대한 연대 표현이었다. 해당 시위는 워싱턴에서 열린 군사 퍼레이드에 반대하는 의미로 벌어졌으며, 이 퍼레이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 축하행사와 미군 창설 250주년 기념행사, JD 밴스 부통령의 결혼기념일 축하를 겸하고 있다.
이와 관련 다저스 선수 중에서는 키케 에르난데스가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같은 날 인스타그램에 "비록 태어나고 자란 곳은 아니지만, 이 도시가 나를 자기 사람으로 받아들여줬다"며 "우리나라와 도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슬프고 분노한다"고 썼다.
에르난데스는 "LA와 다저스 팬들은 나를 환영하고 지지해줬으며 친절과 사랑만 보여줬다"며 "이곳은 나의 제2의 고향이다. 우리 공동체가 침해받고, 차별받고, 학대받고, 분열되는 것을 참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사람은 존중과 존엄성, 인권을 가지고 대우받을 자격이 있다"며 '#이민자들의도시'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반면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에르난데스와 대조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로버츠는 기자회견에서 시위에 대해 질문받자 "솔직히 잘 모르겠다"며 "사람들을 강제 추방하고 소요가 벌어지는 것은 분명 모두에게 불안한 일"이라면서도 "충분히 살펴보지 못했고 함부로 말할 수 없다"고 조심스럽게 선을 그었다.
다저스 구단 차원에서도 지난 일주일간의 시위에 대해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같은 LA 연고 팀인 엔젤시티 FC가 '이민자 도시 축구클럽'이라고 적힌 셔츠를 나눠주고 선수들이 직접 착용하며 시위 지지 의사를 분명히 한 것과 대조된다. 다저스는 지난 4월 전년도 월드시리즈 우승팀 자격으로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 바 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선거 공약으로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내 추방 작전을 실행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에 반대하는 시위가 LA에서 시작해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등 전국 24개 이상 도시로 확산된 상태이며, 트럼프의 워싱턴 군사 퍼레이드에 반대하는 '왕은 없다' 시위도 한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