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육성인가, 방임인가, 학대인가...키움 유망주 김윤하, 선발 15연패 불명예 신기록 [춘추 이슈]

20세 2년차 우완의 끝없는 패배 행진...투수는 맞으면서 큰다지만, 해도 너무합니다

2025-06-17     배지헌 기자
키움 김윤하(사진=키움)

 

[스포츠춘추]

이것은 육성인가, 학대인가. 키움 히어로즈의 20세 우완 유망주 김윤하가 KBO리그 선발투수 최다 연패 불명예 신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6월 1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SSG 랜더스전에서 5이닝 3실점을 기록한 김윤하는 팀의 1대 11 패배와 함께 선발 15연패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 25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승을 거둔 이후, 김윤하의 등판은 패배의 연속이었다. 첫 승 이후 9차례 선발 등판에서 5패를 추가한 김윤하는 올 시즌에도 14경기에서 10패를 당하며 통산 성적이 1승 16패가 됐다. 장충고 출신으로 2024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9순위 지명을 받은 유망주의 현실은 입단 당시 기대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김윤하의 투구 내용은 결코 나쁘지 않았다. 1회를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마무리했고, 2·3회에도 각각 안타 1개씩만 허용하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4회부터 시작됐다. 선두타자에게 볼넷을 내준 후 병살타로 위기를 넘기는 듯했지만, 연이어 안타와 볼넷을 허용하며 2사 1·2루 위기를 자초했다. 여기서 연속 적시타를 맞으며 결국 2점을 먼저 내줬다.

김윤하는 5회를 무실점으로 잘 넘어갔지만 6회 고비를 넘지 못했다. 안타와 볼넷으로 무사 1·2루 상황을 만들어 놓고 강판당했고, 후속 투수 박윤성이 승계주자를 들여보내면서 김윤하의 자책점은 3점으로 늘어났다. 키움은 후속 투수들이 올라오는 족족 난타당하며 15피안타 11실점의 대패를 당했다. 타선 역시 SSG 선발 미치 화이트를 상대로 시종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김윤하의 시즌 10패를 막아주지 못했다.

데뷔시즌인 작년만 해도 김윤하의 미래는 0승 10패보다 10승 0패 쪽에 가까워 보였다. 좋은 신체조건과 평균 144.6km/h의 힘 있는 포심, 여기에 커터, 커브, 슬라이더, 포크볼 등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는 선발투수는 분명 매력적이다. 작년 19세 신인답지 않게 긴 이닝을 곧잘 막아내며 이닝이터의 가능성을 보여줬고, 올 시즌 당당하게 로테이션 한 자리를 차지했다.

키움 김윤하(사진=키움)

하지만 현재까지 보여준 모습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김윤하는 올 시즌 14경기 등판에서 퀄리티스타트를 단 3회만 기록했고, 경기당 평균 4.81이닝만 소화하며 좀처럼 선발투수의 기본 임무인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승리 요건인 5회를 못 채우니 승리 없이 패배만 계속 쌓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타선 지원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김윤하 등판 시 키움 타선의 9이닝당 득점지원은 2.9점에 불과하다. 이 정도 득점력으로는 외국인 에이스가 올라와서 던져도 승리를 챙기기 어려운 수준이다. 김윤하 역시 기껏 잘 던져놓고 타선 지원 부재로 승패 없이 물러나거나, 억울한 패전투수가 되는 일을 반복해서 겪고 있다.

일례로 3월 30일 SSG전에서는 6이닝 2실점의 호투를 펼쳤지만 팀은 2대 8로 졌다. 4월 29일 롯데전에서도 6이닝 3실점을 기록했으나 3대 9 대패를 당했다. 5월 29일 KIA전에서는 6이닝 3실점 1자책의 준수한 투구를 선보였지만 결과는 3대 3 무승부에 그쳤고, 6월 10일 NC전에서 5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쳤음에도 경기는 2대 2 무승부로 끝났다. 

그렇다고 구원투수들이 뒤에서 든든하게 받쳐주는 것도 아니다. 올 시즌 김윤하가 구원투수에게 물려준 주자는 총 13명인데, 이 가운데 11명이 홈을 밟아 승계주자 실점률이 84.6%에 달한다. 이날도 6회 올라온 박윤성이 김윤하의 주자를 들여보내 3점째를 내줬다. 이런 총체적 난국 속에서 김윤하는 승리 없이 패배만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KBO리그 역사상 승리 없이 두 자릿수 패배를 당한 투수는 김윤하가 역대 10번째다. 1986년 장명부(당시 빙그레), 1980년 김청수(당시 롯데) 등이 이 불명예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앞으로다. 만약 이대로 승리 없이 시즌을 마칠 경우 김윤하는 1999년 가내영(당시 쌍방울, 0승 10패), 2010년 호세 카페얀(당시 한화, 0승 11패), 2021년 장시환(당시 한화, 0승 11패)에 이어 역대 4호 '0승 -10패' 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키움 김윤하(사진=키움)

"투수는 맞으면서 큰다"는 말도 있지만, 이런 식으로 지는 경험만 계속 쌓는 것이 과연 어린 투수의 성장에 바람직한 일인지는 의문이다. 잠시 보직을 바꾸거나, 보다 좋은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리는 식으로 변화를 줄 수도 있는데 계속 선발로 내보내면서 스스로 이겨내라고 강요하는 게 유망주를 위하는 길인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한편, 같은 날 광주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KIA 타이거즈가 KT 위즈를 10대 3으로 꺾고 3연승을 이어가며 시즌 35승을 달성했다. KIA는 선발 김도현이 6이닝을 2실점으로 안정적으로 막아냈고, 최형우가 멀티히트를 기록하는 등 타선이 고른 활약을 보이며 완승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