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월드컵 흥행, 폭삭 망했수다...메시 경기도 텅텅, 관중석 분위기 썰렁, 라리가 회장은 "대회 없애야" [춘추 이슈]

인판티노 야심작 32개팀 확대 대회, 미국서 관중 외면...권위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2025-06-18     배지헌 기자
FIFA가 야심차게 준비한 32팀 확대 클럽 월드컵이 미국에서 심각한 흥행 부진에 직면했다(사진=FIFA 클럽 월드컵 SNS)

 

[스포츠춘추]

FIFA가 야심차게 준비한 32팀 확대 클럽 월드컵이 미국에서 심각한 흥행 부진에 직면했다. 텅 빈 관중석과 썰렁한 분위기 속에 열리는 경기들이 연일 부정적인 면에서 화제가 되고 있으며, 축구계 파워 피플 사이에선 대회의 존재 가치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첼시의 엔초 마레스카 감독은 6월 17일(한국시간) 애틀랜타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LA FC와의 경기 후 "이상한 분위기였다"며 "경기장이 거의 비어있었다"고 토로했다. 7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경기장에는 2만2137명만 입장해 공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킥오프 1시간 전 경기장은 거의 텅 비어있었고, 가장 저렴한 티켓을 구매한 팬들에게는 더 비싼 좌석이 자리한 아래층으로 내려가라는 안내판이 설치될 정도였다. 관중 대부분은 첼시 유니폼을 입었고, LA FC 서포터즈는 골대 뒤 몇 줄에 불과했다.

이는 첼시와 LA FC만의 문제가 아니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대부분의 클럽 월드컵 경기가 열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관중석에서 나오는 에너지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파리 생제르맹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경기는 관중은 더 많았지만 심심한 분위기에서 진행됐고, 양 팀 특유의 열정이나 개성을 전혀 느낄 수 없는 밋밋한 경기였다는 평가다.

FIFA가 야심차게 준비한 32팀 확대 클럽 월드컵이 미국에서 심각한 흥행 부진에 직면했다(사진=FIFA 클럽 월드컵 SNS)

이런 가운데 하비에르 테바스 라리가 회장이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테바스 회장은 17일 "클럽 월드컵이 더 이상 열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나의 목표"라며 "이를 축구 일정에서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계 축구 일정상 이 대회를 넣을 여유가 전혀 없다"며 "개선 가능성도 없다"고 단언했다. 또한 "특정 클럽과 선수들에게만 돈을 가져다주는 또 다른 대회는 필요 없다"며 "돈이 무한정 있는 것도 아니고, 생태계를 유지하려면 이 대회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안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이 대회를 "빅뱅"이자 "세계 클럽축구 최고 권위의" 대회라고 홍보해왔다. 지난 3월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는 특유의 허풍을 섞어가며 "최고의 팀에서 최고의 선수들"이 참여하며 "수백만 명이 올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플루미넨세와 마멜로디 선다운스의 경기는 1만 장도 팔리지 않았고, 인터 밀란과 파리 생제르맹 같은 유명 클럽 경기들도 매진과는 거리가 멀다. 심지어 'GOAT' 리오넬 메시가 뛰는 인터 마이애미의 경기 티켓조차 원래 349달러(49만원)였던 최저가가 20달러(2만8000원), 심지어 일부는 4달러(5600원)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여러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다. 먼저 FIFA가 대회의 기대치와 가격을 현실과 동떨어지게 설정했다는 점이다. "최고 대 최고"라는 슬로건과 달리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현 챔피언들은 참가하지 않고 K-리그 울산 현대나 뉴질랜드 아마추어 팀이 참가해 대회의 권위가 의문시되고 있다.

또한 FIFA의 대회 기획과 조직이 너무 늦게 시작된 것도 문제다. 미국이 이 대회를 유치한 것이 아니라 인판티노가 일방적으로 가져온 것이어서 FIFA는 경기장 확보에서 협상력이 부족했고, 상대적으로 높은 임대료를 지불해야 했다. 경기장들은 티켓 판매와 관계없이 수익을 보장받는 구조다.

방송사 DAZN과의 10억 달러(1조4000억원) 계약도 인판티노의 초기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 몇 주 전까지 여러 유럽 클럽들이 대회 참가 포기를 진지하게 고려했을 정도였다.

이 대회에 대한 미국 관중들의 무관심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대부분의 참가팀이 미국 시장에 생소하다는 점이다. FIFA는 주요 스포츠 이벤트 티켓이 수백, 수천 달러에 거래되는 미국 시장에 기대를 걸었지만, 세계적으로 이 대회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간과했다.

평일 오후에 집중된 경기 일정, 무더위,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으로 인한 우려 등도 영향을 미쳤다. 또한 골드컵, 프리미어리그 서머 시리즈 등 다른 축구 이벤트들과 겹치면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디 애슬레틱은 "(대형 축구 이벤트는) 역사와 전례가 중요하다. FIFA가 클럽 월드컵에 인위적으로 권위를 부여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단지 '최고급'이라고, '아이코닉'한 대회라고 우겨본들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축구 토너먼트의 핵심은 관중석에서 나오는 긴박감과 에너지인데, 현재 클럽 월드컵에는 그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훌륭한 스포츠라면 반드시 스타 플레이어나 값비싼 트로피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 경기가 정말 중요하다는 느낌만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FIFA가 야심차게 준비한 32팀 확대 클럽 월드컵이 미국에서 심각한 흥행 부진에 직면했다(사진=FIFA 클럽 월드컵 SNS)

일부에서는 토너먼트가 진행되면서 유럽의 유명 팀들이 결선 라운드에 진출할 경우 관심과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희망회로를 돌리고 있다. 또한 다이나믹 프라이싱 정책으로 티켓 가격이 하락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남아있다.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7개 팀으로 치러졌던 대회가 2년 만에 11개 도시 32개 팀으로 급격히 확대된 것 자체가 무리였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수요에 따라 확대했어야 했는데, '일단 만들어 놓으면 관중이 올 것이다'는 식으로 접근한 것이 실패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내년 미국 월드컵을 앞둔 FIFA로서는 이번 클럽 월드컵 흥행 '폭망'으로 체면을 구기는 상황이 됐다. 인판티노의 야심작이 과연 회생할 수 있을지, 앞으로 몇 주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