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황금시대 만든 구단주의 레이커스 인수..."승리 최우선" 성공 공식, 농구에서도 통할까 [춘추 NBA]
공격적 투자·최고 인재 영입·스타 중심 전략...다저스 성공 5대 원칙, 레이커스에도?
[스포츠춘추]
LA 다저스를 2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구단주 마크 월터가 LA 레이커스 인수 후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년간 다저스에서 성공을 구가한 노하우가 레이커스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6월 20일(한국시간) "마크 월터의 다저스 운영에서 발견할 수 있는 5가지 핵심 원칙을 분석해보면 LA 레이커스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며 상세한 분석 기사를 게재했다.
월터의 첫 번째 특징은 파격적인 투자다. 지난해 가을 다저스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뒤 월터는 앤드류 프리드먼 야구운영 사장과 만난 자리에서 "더욱 공격적으로 가자. 계속 밀어붙이자"고 말했다.
실제로 월터는 2012년 다저스 인수 후 파산 직전이던 구단을 살리기 위해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애드리언 곤잘레스 등을 영입하는 데 2억5000만 달러를 투입했다. 2013년부터 매년 최상위권 연봉을 유지했고, 7번이나 리그 페이롤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창의적인 자금 운용 방식이 돋보인다. 지난해 오타니 쇼헤이와 7억 달러 계약을 맺으면서도 연봉의 98%를 선수 은퇴 후로 이연해 현재는 연간 200만 달러만 지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다른 스타들을 영입하는 일종의 '신용카드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평가다.
다저스는 현재 이연 지급 총액만 10억4000만 달러에 달하며, 작년 사치세는 1억300만 달러로 MLB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올해도 연봉과 사치세를 합쳐 5억 달러 이상을 지출할 예정이다.
월터의 두 번째 원칙은 선수 이외 분야에도 과감한 투자를 한다는 점이다. 올 시즌 다저스는 대규모 원정단을 위해 업계 최초로 항공기 2대를 운용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선수들과 스태프가 각각 다른 비행기를 이용하게 했다.
홈 구장 클럽하우스도 수백만 달러를 들여 전면 리모델링했다. 웨이트룸과 트레이닝룸 확장, 사우나 추가, 일본식 화장실 설치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일본의 괴물 유망주 투수 사사키 로키 영입 성공엔 일본식 화장실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월터 구단주는 팀이 이길 수 있는 모든 자원과 지원을 제공한다. 그는 이기고 싶어하고, 팬들과 도시가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세 번째는 최고 인재 확보다. 다저스가 2013-2014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를 연속 우승하고도 월드시리즈에 실패하자, 월터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네드 콜레티 단장을 경질하고 탬파베이 레이스의 신화를 이끈 프리드먼을 스카우트했다.
이듬해에는 돈 매팅리 감독도 교체하고 로버츠를 감독으로 영입했다. 로버츠는 부임 이후 현재까지 MLB 역사상 최고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월터는 양키스의 폭군 구단주 조지 스타인브레너처럼 무작정 사람을 해고하지는 않는다. 2017년과 2018년 월드시리즈에서 패했을 때도 프리드먼과 로버츠를 신뢰했다. 하지만 더 나은 선택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성공한 직원이라도 과감히 교체한다.
다저스는 MLB에서 가장 큰 규모의 데이터 분석팀과 스카우팅 스태프를 운영하고 있다. 다른 구단들이 프런트 오피스 자리를 줄이는 상황에서도 월터는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네 번째는 스타 중심 전략이다. 클레이튼 커쇼, 무키 베츠, 오타니 등 월터 구단주 체제 다저스에선 슈퍼스타가 끊이지 않았다. 2020년 베츠를 영입한 뒤 즉시 3억6500만 달러 연장계약을 체결했고, 오타니에게는 7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계약을 제시했다.
특히 오타니 영입 과정에서 월터는 "그동안의 다저스 운영은 실패라고 본다. 그 기간 동안 단 한 번밖에 우승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해 오타니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이 발언은 오타니 영입의 결정적 요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LA 레이커스는 이미 르브론 제임스와 루카 돈치치라는 역대급 슈퍼스타를 보유하고 있다. 다저스가 오타니를 활용해 일본 기업들과 무수한 스폰서십을 체결한 것처럼, 레이커스도 돈치치를 통해 그의 모국인 슬로베니아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월터 구단주의 특징 다섯 번째는 위임 경영이다. 콩팔칠팔 간섭이 심한 다른 구단주들과 달리 월터는 다저스타디움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언론 인터뷰도 거의 하지 않는다. 올 초 백악관 방문에서도 짧게 인사말만 했다. 야구 관련 의사 결정에는 개입하지 않고 프리드먼과 스탠 카스텐, 브랜든 곰스 단장의 전문성을 신뢰한다.
로버츠 감독은 "좋은 구단주는 자기가 고용한 사람들이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도록 놔두는 사람"이라며 "월터 구단주가 바로 그런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월터가 이런 방식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다저스가 계속 승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리드먼은 동료들 사이에서 최고의 프런트 수장으로 평가받으며, 다저스는 '디 애슬레틱'의 연례 여론조사에서 2년 연속 최고 프런트오피스로 선정됐다.
오타니는 계약서에 '핵심 인물' 조항까지 넣어 프리드먼이나 월터 중 한 명이라도 구단을 떠나면 FA가 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승리하는 조직이 되려면 모든 사람이 같은 방향을 봐야 한다"며 "이 두 사람이 구단을 이끌고 모든 걸 책임지고 있어서, 구단이 아니라 이들과 직접 계약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월터 구단주가 레이커스에서도 롭 펠린카 단장과 JJ 레딕 감독에게 같은 자율성을 줄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펠린카는 최근 계약을 연장했고, 레딕은 4년 계약 중 1년차를 마친 뒤라 당장 교체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월터의 과거 행보를 보면 더 나은 선택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변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월터가 다저스에서 보여준 13년간의 행보는 명확하다. 무제한의 투자, 최고 인재 영입, 스타 중심 전략 등 모든 것이 궁극적으로 '우승'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있었다. 앞으로의 레이커스 역시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 '디 애슬레틱'은 "월터의 모든 행동에는 한 가지 일관된 목표가 있다. 바로 승리"라며 "레이커스에서도 이 철학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46년간 이어진 버스 가문의 시대가 끝나고 월터 체제가 시작되면서, 레이커스가 또 다른 황금기를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저스에서 증명한 그의 '승리 공식'이 농구장에서도 통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