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오픈 후유증이 아직까지? 세계 1위 시너, 45위 부블릭에 역전패...가우프도 16강 완패 [춘추 테니스]

프랑스오픈 참가자들 잇단 패배와 고전...여자 우승자 가우프도 탈락

2025-06-20     배지헌 기자
야닉 시너를 물리친 부블릭(사진=ATP TOUR SNS)

 

[스포츠춘추]

세계 랭킹 1위 야닉 시너(이탈리아)의 연승행진이 마침내 끝났다. 세계 45위인 카자흐스탄 출신 알렉산더 부블릭이 시너를 무너뜨렸다.

부블릭은 6월 20일(한국시간) 독일 할레에서 열린 ATP 투어 테라 보트만오픈 16강에서 시너에 3-6, 6-3, 6-4로 역전승을 올렸다. 지난해 8월 이후 시너가 카를로스 알카라스(2위·스페인) 이외의 선수에게 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알카라스 제외' 49연승 행진이 마침내 끝났다.

부블릭에게 이날 승리는 2주 전 프랑스오픈 패배의 설욕전이기도 했다. 당시 8강전은 1-6, 5-7, 0-6이라는 일방적인 스코어로 시너의 완승이었다. 당시엔 참패했던 부블릭이 불과 보름 만에 설욕에 성공했다.

할레의 잔디 코트도 부블릭에게 최적의 무대였다. 2023년 이 대회 우승자인 그에게는 익숙한 환경이었고, 올해 처음 잔디 코트에 나선 시너에게는 낯선 곳이었다. 첫 세트에서는 시너가 예상대로 주도권을 잡았다. 안정적인 베이스라인 랠리와 정확한 샷으로 6-3 승리를 따냈다.

하지만 2세트부터 경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부블릭이 자신만의 '마법'을 부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드롭샷으로 시너를 네트 앞까지 달려오게 만들고, 예측 불가능한 슬라이스로 볼의 방향을 바꿨다. 200km/h가 넘는 서브는 거의 에이스가 될 뻔했다.

부블릭의 변칙 플레이는 잔디 코트에서 위력을 더했다. 특유의 슬라이스는 잔디 위에서 미끄러지듯 낮게 깔리며 시너를 당황시켰다. 평소 견고한 수비로 유명한 시너도 부블릭의 기상천외한 공격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대어를 잡은 부블릭은 경기 후 현지 인터뷰에서 "계속 서브에만 집중했다. 중요한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너는 정말 대단한 선수다. 사실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승자의 겸손을 보였다. 

야닉 시너를 물리친 부블릭(사진=ATP TOUR SNS)

시너의 패배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11일 전 프랑스오픈 결승에서 알카라스와 5시간 29분의 대혈투를 벌인 후유증이 아직도 남아있었단 분석이다. 실제 프랑스오픈 결승 진출자들은 이날 하나같이 고전했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올해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챔피언 코코 가우프(2위·미국)가 16강에서 왕신위(49위·중국)에게 3-6, 3-6으로 완패했다. 반면 결승에서 가우프에게 졌던 아리나 사발렌카(1위·벨라루스)는 레베카 마사로바(스페인)를 2-1로 꺾으며 8강에 진출했다.

런던 퀸스 클럽에서 출전한 카를로스 알카라스도 아슬아슬했다. 자우메 무나르(59위·스페인)와의 16강에서 최종 세트 2-4로 끌려가다 간신히 2-1 역전승을 거뒀다. 3시간 26분간 이어진 이 경기는 1991년 이후 퀸스 클럽 최장 기록이었다.

올해 영국 최고 기온인 섭씨 30도를 넘나드는 폭염 속에서 치러진 경기였다. 알카라스는 경기 후 카메라에 "우리가 클레이 코트에 있었나?"라는 문구를 써넣으며 경기 시간이 너무 길었다고 불평했다. 평소 차분한 알카라스답지 않게 이날은 심판의 재촉에 짜증을 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