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편에 선 다저스, 100만 달러 지원 결정...로버츠 감독도 "훌륭한 일" 박수 [춘추 MLB]
구단 주차장 ICE 접근 거부, 이민자 단속까지...이민자 편에 선 다저스 구단
[스포츠춘추]
트럼프 행정부의 대대적인 이민자 단속으로 갈등이 극에 달한 가운데 로스앤젤레스 연고 프로야구단 LA 다저스가 이민자들을 지원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저스는 6월 21일(한국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자 단속과 군사화된 급습으로 피해를 입은 가족들을 위해 100만 달러(약 14억원)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스탠 카스텐 다저스 구단주는 성명을 통해 "로스앤젤레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피해를 입은 이들을 대신해 우리가 주도적 역할을 해달라는 요청을 들었다"며 "자원을 투입하고 행동에 나서 로스앤젤레스 광역지역 공동체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격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하루 전 연방 요원들이 다저스타디움 주차장 접근을 요청했지만 구단이 이를 거부한 데 이어 나온 것이다. 20일 아침 이민세관단속청(ICE) 요원들이 다저스타디움 A 게이트에 나타나 접근 허가를 요청했지만 구단은 입장을 불허했다.
국토안보부는 "세관국경보호청 차량들이 어떤 작전이나 단속과는 무관한 목적으로 스타디움 주차장에 매우 짧은 시간 있었다"며 "다저스와는 아무 관련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ICE는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에 "우리 기관은 다저스타디움에 간 적이 없다"고 밝혀 두 기관이 서로 엇갈린 설명을 내놨다.
로스앤젤레스 지역 종교·시민·노조 지도자 50여 명은 이날 다저스에 서한을 보내 "우리 공동체를 공포에 떨게 하고 사업에 피해를 주며 가족을 이산시키는 무차별적 ICE 급습에 맞서 공개적 입장을 취해달라"고 요구했다.
다저스는 지역사회의 이런 요구에 하루 만에 응답했다. 다저스는 이번 지원금을 지역 공동체 및 노동단체와 협력해 "청소년과 가족들의 식량 불안정, 기본 필수품, 정신건강 서비스를 돕는 데"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도 "훌륭한 일이다. 돈이 올바른 방향으로 배분될 것이라 믿는다"며 "우리 구단이 이런 일을 한다는 소식을 들어 기쁘다. 분명히 옳은 일"이라고 지지 의사를 표했다.
이민자 사태를 두고 다저스 선수단에서도 이민자 지지 목소리가 나왔다. 키케 에르난데스는 15일 인스타그램에 이민자 지지 메시지를 올렸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인 그는 "나는 이곳 태생은 아니지만 이 도시가 나를 자신들 중 한 명으로 받아줬다"며 "우리 나라와 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슬프고 분노한다"고 밝혔다.
그는 "로스앤젤레스와 다저스 팬들이 나를 환영하고 지지해줬으며 친절과 사랑만을 보여줬다. 이곳은 나의 제2의 고향"이라며 "우리 공동체가 침해당하고 프로파일링당하며 학대받고 갈라지는 것을 볼 수 없다. 모든 사람은 존중과 존엄성, 인권을 가지고 대우받을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저스의 전설적인 스페인어 해설자였던 하이메 하린도 17일 인스타그램에 "70년 전 이 나라에 온 이민자로서 새로운 땅에서 새로운 삶을 건설하는 데 필요한 희망과 용기, 결단력을 알고 있다"며 "이민은 미국 이야기의 일부가 아니라 바로 미국 이야기 그 자체"라고 썼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기간 중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내 추방 작전"을 벌이겠다고 공약했으며, 6월 6일부터 시작된 이민자 단속은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한 전국에서 대규모 시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