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지 이전 사례 나왔다! OK저축은행, 12년 안산 떠나 부산행…"수도권 편중 해소" [춘추 발리볼]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 V리그 남자부 첫 사례…25-26시즌부터 강서체육관서 홈경기
[스포츠춘추]
12년간 경기도 안산을 터전으로 삼았던 남자배구 OK저축은행이 부산으로 둥지를 옮긴다. 대부분의 프로스포츠 팀들이 수도권 진출을 꿈꾸는 상황에서 정반대 방향을 택한 이례적인 결정이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6월 2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연맹 사무국에서 남녀부 14개 구단이 참석한 제21기 제7차 이사회를 개최해 OK저축은행의 연고지 이전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OK저축은행은 2013년 4월 창단 이후 12년간 뿌리내린 경기도 안산을 떠나 부산으로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됐다.
OK저축은행의 부산 이전 배경에는 현재 V리그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현재 V리그 남녀 14팀 중 9팀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역 편중 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남자부의 경우 지방 구단은 현대캐피탈(천안)과 삼성화재(대전) 두 팀뿐이어서 지역 균형 발전이 절실한 상태였다.
연맹은 OK저축은행의 이전 신청을 검토하면서 "프로배구단 연고지 수도권 편중 완화, 영남지역의 잠재된 배구팬층을 기반으로 한 V-리그 인기 제고"라는 구단 측 요청 배경을 받아들였다. 연맹 규약 제6조에 따르면 구단 연고지는 원칙적으로 변경할 수 없지만, 특별한 사유로 연고지 변경이 필요한 경우 공식경기 시작 3개월 전 서면 신청을 통해 이사회 승인을 받아 변경할 수 있다.
부산은 배구 저변이 탄탄한 도시다. 초·중·고 엘리트 배구팀이 13개에 달하고, 등록된 배구 동호인 수도 1700명에 이른다. 이는 OK저축은행이 새로운 팬층 확보와 함께 구단 수익 증대를 노릴 수 있는 충분한 토양이 갖춰져 있음을 의미한다.
OK저축은행의 부산 이전은 단순한 연고지 변경을 넘어 구단 경영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2025-2026시즌부터 홈구장으로 활용할 부산 강서체육공원 체육관은 관중 수용 규모가 4189명으로, 기존 안산 상록수체육관(2300명)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관중 수 증가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수익원 확대로 이어진다. 관중 수입 증가는 물론 MD 상품 판매 증대, 부산 지역 기업들로부터의 후원 유치 등 다각화된 수익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부산이라는 대도시의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스폰서십과 지역 연계 마케팅 측면에서 안산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다만 OK저축은행의 부산 이전은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홈경기는 내년 시즌부터 부산에서 치르지만, 선수들이 생활하고 훈련하는 클럽하우스는 당분간 경기도 용인에 남는다. 구단 측은 부산시와의 협의를 거쳐 2-3년 안에 완전히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놨다. 구단은 기존 안산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한 이벤트 프로그램도 마련해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OK저축은행 연고지 이전 외에도 V리그 운영과 관련된 중요한 안건들이 함께 논의됐다. 가장 주목받은 것은 외국인선수 및 아시아쿼터 자유계약제도 전환이다. 아시아쿼터는 2026-2027시즌부터, 외국인선수는 2027-2028시즌부터 자유계약제로 변경된다.
이는 최근 몇 시즌 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된 트라이아웃 제도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트라이아웃 참가선수들의 실력 하향과 대체선수 선발 시의 어려움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여자부는 2015년, 남자부는 2016년부터 시행된 트라이아웃 제도가 10여 년 만에 자유계약제로 전환되는 것이다.
새로운 연봉 상한선도 정해졌다. 외국인선수는 남자부 1년차 40만달러(5억6000만원), 2년차 이상 55만달러(7억7000만원), 여자부는 30만달러(4억2000만원)로 설정됐다. 아시아쿼터는 남자부 1년차 12만달러(1억6800만원), 2년차 15만달러(2억1000만원), 여자부는 15만달러로 정해졌다.
남자부 보수 축소 안건도 확정됐다. 지난 3월부터 본격 논의된 이 안건에 따라 5시즌에 걸쳐 시즌별 2억원씩 총 10억원이 축소된다. 2024-2025시즌 58억1000만원에서 시작해 2029-2030시즌에는 48억1000만원까지 단계적으로 줄어든다.
운영진 구성에도 변화가 있었다. 최재효 전임 위원장의 뒤를 이어 전영아 심판이 심판위원장으로 새롭게 선임됐다. 전영아 신임 위원장은 프로 출범 원년인 2005년부터 프로배구 심판으로 활동하며 주부심 919경기, 선심 83경기에 출전한 베테랑이다. 2012-2013시즌 V-리그 심판상을 수상하는 등 풍부한 경험을 인정받아 중책을 맡게 됐다.
김세진 운영본부장과 박주점 경기위원장은 연임이 결정됐다. 김세진 본부장은 2023-2024시즌 한국배구연맹 운영본부장으로 선임된 이후 3시즌째 동행을 이어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