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선생님이 골 넣었다! '아마추어 팀' 오클랜드 시티, 명문 보카 주니어스와 기적의 무승부 [춘추 이슈]

0대 10, 0대 6 참패 후 마지막 경기에서 극적 무승부

2025-06-25     배지헌 기자
크리스천 그레이의 골(사진=클럽 월드컵 SNS)

 

[스포츠춘추]

FIFA 클럽 월드컵에서 유일한 아마추어팀으로 참가해 '최약체' 낙인이 찍혔던 뉴질랜드 오클랜드 시티가 마지막 조별리그에서 아르헨티나 명문 보카 주니어스를 상대로 기적같은 무승부를 기록했다.

오클랜드 시티는 6월 25일(한국시간) 미국 내슈빌 지오디스 파크에서 열린 2025 FIFA 클럽 월드컵 C조 최종전에서 보카 주니어스와 1대 1로 비겼다. 바이에른 뮌헨에 0대 10, 벤피카에 0대 6으로 참패하며 대회 수준을 떨어뜨린다는 힐난을 듣던 오클랜드가 마지막 경기에서 마침내 첫 골과 첫 승점을 따냈다.

결정적 골을 넣은 주인공은 28세 체육교사 크리스천 그레이였다. 그레이는 전반 52분 코너킥 상황에서 헤딩골을 터뜨리며 보카의 골문을 열었다. ESPN에 따르면 그레이는 경기 후 "작은 마을 출신인 내가 이렇게 큰 무대에서 골을 넣다니 정말 꿈만 같다"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오클랜드 시티는 말 그대로 아마추어 클럽이다. 선수들은 교사, 배달 기사, 기술자 등 각자의 본업을 가지고 있으며, 많은 선수들이 자비로 대회 참가비를 충당한다. 보카 주니어스 선수들은 연봉 수백만 달러를 받고 축구만 하지만, 오클랜드 선수들은 월급을 받으며 본업에 충실하다가 퇴근 후 시간을 쪼개서 훈련한다. 

그레이 역시 평소 뉴질랜드에서 체육교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과제들이 쌓여있어서 집에 돌아가면 바빠질 것"이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클럽 월드컵 참가를 위해 학교에 휴가를 신청해야 했던 그에게는 세계적 무대에서의 영광을 뒤로 하고 학생들의 과제 채점이란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폴 포사 감독은 "우리의 상대가 얼마나 대단한 팀인지 말로 표현하기도 어렵다"며 "우리는 작은 클럽이지만 누구보다 큰 꿈을 갖고 있다. 오늘 드디어 뭔가 건져냈고, 그동안 묵묵히 뒷바라지해 준 모든 분들께 보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클랜드 시티는 41대 3의 압도적인 슈팅 격차에도 불구하고 무승부를 기록하며 클럽 월드컵 역사에 길이 남을 이야기를 남겼다. 그레이는 "정말 힘들었고 쓰라린 패배도 많았지만, 동료들과 함께 이뤄낸 결과라 너무 기쁘다. 우리도 이 정도는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말했다.

안드레아스 시엘데루프(사진=클럽 월드컵 SNS)

한편 같은 시각 샬럿에서 열린 벤피카와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에서는 벤피카가 1대 0 승리를 거두며 또 다른 이변을 연출했다. 대회 우승 후보로 꼽혔던 바이에른을 제치고 C조 1위로 16강에 진출한 것이다. 21세 안드레아스 시엘데루프의 전반 골이 결승골이 됐다.

이날 샬럿 기온이 40도(화씨 104도)에 달하는 극한 상황에서도 벤피카는 흔들리지 않았다. 바이에른의 벤치 선수들은 더위를 피해 라커룸에서 경기를 지켜봤고, 선수들은 음료 타임마다 덕아웃에 숨어 그늘을 찾았다. 해리 케인은 얼음통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식힐 정도였다.

37세 앙헬 디 마리아가 이끄는 벤피카는 탄탄한 수비 조직력으로 바이에른의 공세를 막아냈다. 골키퍼 아나톨리 트루빈이 4차례 선방을 보이며 맨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됐다.

이적 후 첫 골을 넣은 델랍(사진=클럽 월드컵 SNS)

D조에서는 첼시가 에스페랑스를 3대 0으로 꺾고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리암 델랍이 첼시 이적 후 첫 골을 기록했고, 토신 아다라비오요와 타이리크 조지가 추가골을 넣었다. 첼시는 토요일 샬럿에서 벤피카와 16강전을 치른다. 승자는 보타포고 또는 파우메이라스와 8강에서 맞붙는다.

D조 1위로 올라간 플라멩고는 일요일 마이애미에서 바이에른 뮌헨과 16강전을 벌인다. 플라멩고는 LAFC와 1대 1로 비기며 무패로 조별리그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