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만에 나온 김혜성 멀티히트+도루 맹활약...로버츠 감독님, 플래툰 '억까'를 멈춰주세요 [춘추 MLB]

좌완투수 상대로 또 안타 기록...플래툰 시스템 이제 그만

2025-06-29     배지헌 기자
김혜성이 멀티히트를 기록했다(사진=LA 다저스)

 

[스포츠춘추]

5경기 만에 선발 출전한 LA 다저스 김혜성이 멀티히트 경기를 펼쳤다. '억까'에 가까운 플래툰 시스템 탓에 가뭄에 콩나듯 돌아오는 출전 기회에서도 타격감을 잃지 않고 제몫을 해냈다.

김혜성은 6월 29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의 카우프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8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 4타석에서 2안타 1볼넷 1도루 1득점을 기록했다. 시즌 타율도 0.372에서 0.383(81타수 31안타)으로 상승했다.

김혜성의 선발 출전은 23일 워싱턴 내셔널스전 이후 6일 만이자 경기수로는 5경기 만이다. 최근 4경기 연속 선발에서 제외됐던 김혜성은 그라운드를 밟을 기회조차 26일 콜로라도전 대수비로 잠깐 외야에 선 게 전부였다.

오랜만의 경기 출전으로 타격감 유지가 쉽지 않은 악조건에서도 김혜성의 방망이는 식지 않았다. 김혜성은 이날 팀내에서 프레디 프리먼(3안타), 맥스 먼시(2안타)와 함께 멀티히트를 기록한 3명 중 하나였다.

2회말 첫 타석에서 김혜성은 캔자스시티 선발 세스 루고와 6구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냈다. 6구 모두 바깥쪽 보더라인에 걸치는 공으로 신중한 승부를 펼친 루고를 차분하게 공략했다. 출루 후에는 바로 2루 도루에 성공해 시즌 7호 도루를 기록했다. 도루 시도 7번에 7번 성공으로 성공률 100%를 유지했다.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삼진을 당했지만, 0대 6으로 뒤진 6회초 세 번째 타석에서 이날 첫 안타를 기록했다. 2사 1루 상황에서 루고를 상대로 2-2에서 7구째 바깥쪽 높은 커터를 공략해 2루수 조나단 인디아 쪽으로 보낸 깊숙한 타구가 내야안타가 됐다.

1대 9로 뒤진 9회초 마지막 타석에서는 두 번째 안타를 터뜨렸다. 선두타자로 나온 김혜성은 좌완 샘 롱을 상대로 2-2에서 5구째 몸쪽 낮은 슬라이더를 잘 받아쳐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어냈다. 이후 토미 에드먼의 2루타로 1사 2, 3루가 됐고, 2사 만루에서 맥스 먼시의 우전안타 때 김혜성이 홈을 밟았다.

다저스 하위타선에서 맹타를 휘두른 김혜성(사진=LA 다저스 SNS)

김혜성은 마지막 경기가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오랜만의 출전에도 2안타, 볼넷, 도루 등으로 하위타선에서 충실하게 제 역할을 했다. 또 좌완투수 상대로도 안타를 추가했는데, 올해 좌완 상대 5타수 4안타 타율 0.800으로 좌투수 공략에 전혀 문제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김혜성을 철저하게 플래툰 시스템에 가둔 기용법이다. 잊을 만하면 어쩌다 한 번씩 주어지는 기회에도 나왔다 하면 안타를 치고, 좌투수도 곧잘 공략하고 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플래툰이라는 정해둔 원칙만 기계적으로 고수하고 있다.

로버츠 감독은 19일 기자회견에서 "김혜성이 4, 5, 6일씩 벤치에 앉아서 감각을 잃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해놓고도 김혜성을 5일 연속, 4경기 연속 벤치에 앉혔다. 플래툰 감옥에서 벗어나려면 좌완을 상대하고 좌투수 상대 경험을 쌓고 능력을 증명할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데 그 기회 자체가 철저하게 봉쇄되고 있다.

데이터에 충실한 기용이라고 하지만 과연 실제로 데이터를 충분히 보는지도 의문이다. 로버츠 감독은 뉴욕 메츠전에서 상대 투수로 전 두산 베어스 좌완 브랜든 와델이 올라오자 김혜성을 대타로 교체했다. 좌완이라는 이유로 교체했겠지만 김혜성은 KBO에서 와델을 상대로 14타수 5안타의 강한 모습을 보였다. 로버츠가 기용한 토미 에드먼은 범타로 물러났다.

전 KIA 타이거스 외국인 투수였던 숀 앤더슨이 등판했을 때도 김혜성을 대타로 교체했다. 김혜성은 KBO리그 시절 앤더슨 상대로 3타수 1안타(3루타 1)를 기록했다. 로버츠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김혜성이 한국 시절 에릭 페디와 상대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말도 했는데, 과연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결정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LA 다저스의 투타겸업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사진=LA 다저스 SNS)

한편 이날 경기에서 '투수' 오타니 쇼헤이는 팔꿈치 수술에서 복귀한 뒤 처음으로 2이닝을 소화했다. 시즌 세 번째 선발 등판한 오타니는 2이닝을 안타 1개, 볼넷 1개, 삼진 1개 무실점으로 막았다. 최고 구속 163.7km/h(101.7마일)를 던지며 개인 최고구속 기록도 세웠다.

그러나 두 번째 투수 벤 캐스패리우스가 4이닝 동안 8피안타 6실점하면서 다저스는 패배했다. 다저스는 9회 김혜성의 안타를 시작으로 4득점하며 뒤늦은 추격전에 나섰지만 5대 9로 패했다. 6연승 달성에 실패한 다저스는 52승 32패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