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필요로 하는 후배들 있어...한국야구 붐 더 크게 하는 길" KT 떠나 예능 택한 종범신의 해명 [춘추 이슈]

시즌 중 KT 떠나 예능 합류한 이례적 결정... 야구계 비판에 직접 해명

2025-06-30     배지헌 기자
이종범 전 KT 위즈 코치(사진=KT)

 

[스포츠춘추]

JTBC '최강야구'가 이종범 전 KT 위즈 코치를 새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30일 공식 발표했다. 시즌 중 프로구단을 떠나 예능프로그램에 합류한 이례적 결정을 둘러싼 논란이 거센 가운데, 야구계 안팎에서 쏟아진 비판에 대해 이종범 감독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이종범 감독은 지난 27일 KT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후 팀을 떠났다. 소속팀 KT가 한창 정규시즌 순위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레전드이자 슈퍼스타 이종범이 시즌 도중 프로야구를 떠나 예능프로그램으로 향한다는 소식은 야구계에 큰 충격을 줬다. '도의가 아니다' '무책임한 행태'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야구계에서는 이종범의 선택을 두고 "시즌 중에 다른 팀 코치를 빼가는 게 정당화되는 경우는 없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에 대해 이종범은 "6월 초 '최강야구' 담당 PD와 저녁을 먹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최강야구'를 준비하고 있는 줄도 몰랐다"며 "새로운 '최강야구'의 감독 제안을 받았지만 현직 코치 신분이기 때문에 사양의 뜻을 표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며칠 후 몇몇 은퇴한 후배들에게 연락이 와, 내가 구심점이 돼 '최강야구'를 이끌어 주길 부탁받았다"며 "야구 예능이 인기를 얻으면서 몇몇 후배들은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후배들도 많다. 더 많은 후배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 감독직을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선수들과 팬, 동료 코칭스태프는 물론 자신을 기용한 구단에 대해서도 예의가 아니"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야구계에서는 "해태 타이거즈부터 33년 인연을 이어온 이강철 감독이 손을 내밀었는데 8개월 만에 팀을 떠나는 것은 배은망덕"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관해 이종범은 "먼저 KT 위즈를 응원해주시는 팬 여러분들께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시즌 도중 구단을 떠나는 결정은 결코 쉽게 내린 것이 아니다. 제안을 받고 많은 걱정에 며칠을 심사숙고했고, 이강철 감독님께 상의를 드렸다"고 강조했다.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팀 전력 누수에 대한 걱정보다는 절친한 후배의 야구 커리어에 대한 걱정 때문이셨다"며 "후배가 정통 지도자의 길을 가길 바라는 마음이 크셨지만, 나를 필요로 하는 후배들이 있고,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내 마음을 이해하고 허락해 주셨다"고 해명했다.

이강철 감독이 "(이종범 코치의) 공백은 없다. 공백이 생긴다고 했다면 본인도 가겠다고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야구계에서는 그동안 코치 이종범이 팀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종범은 "감독 제안을 받았을 때 나는 마침 구단에서 능력 있는 후배 코치들의 성장을 위해 한발짝 물러난 상황이었다"며 "후배 코치들이 너무 잘 해주고 있는데, 내 존재가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에게도 부담이었기에, 이 부분을 감독님께서도 헤아려 주셨다"고 밝혔다. 이어 "나오기 전날에는 따로 불러서 감독의 마음가짐과 주의할 점에 대해 아낌없는 충고도 해 주셨다"고 덧붙였다.

이종범 전 KT 위즈 코치(사진=KT)

야구계 일각에서는 이종범의 결정이 결국 평생의 꿈인 감독에 대한 욕심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종범은 "감독직을 수락하면 많은 욕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며 "감독직 자체만을 원했다면 '최강야구'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최강야구'를 살리는 것은 한국 야구의 붐을 더욱 크게 할 수 있다고 본다"며 "특히 새로 출범하는 '최강야구'는 유소년 야구 등 아마 야구에 대한 지원도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시즌 중 팀을 떠나 예능프로그램으로 향한 결정이 한국야구와 아마야구를 위한 '대의'라는 주장이다.

물론 일개 예능프로그램이 '한국야구를 살린다' '한국야구 흥행을 이끈다'는 식의 비대한 자의식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 야구계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한 관계자는 "아무리 인기 있고 영향력 있어봐야 예능은 어디까지나 예능이다. 본질적인 의미에서 진짜 스포츠는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관해 이종범은 "은퇴 선수들의 새로운 도전을 이끌고, 야구계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일인데, 예능이라고 해서 프로야구와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맞서며 "예능이고, 은퇴 선수라고 해도 야구를 진심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모두 프로 선수였고, 프로로서의 자부심과 긍지가 있는 친구들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종범 감독의 해명이 야구계와 팬들의 비판 여론을 달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강야구' 제작진은 "저작권 침해 사태로 촉박하게 섭외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구단과 프로야구 팬들에게 불편감을 드려 송구하다"며 사과했지만, 시즌 중 프로팀 현직 코치를 섭외한 행태에 대한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한편 '최강야구'는 은퇴한 프로야구 선수들이 함께 팀을 꾸려 다시 야구에 도전하는 프로그램으로, 오는 9월 새 시즌 방송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