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월드컵은 최악의 아이디어" 클롭·과르디올라, 라이벌 명장의 이례적 의견 일치 [춘추 이슈]
FIFA 새 대회 형식에 선수 혹사 우려... "11월쯤 재앙될 수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
[스포츠춘추]
평생 라이벌이었던 두 명장이 오랜만에 한 목소리를 냈다. 위르겐 클롭과 펩 과르디올라가 FIFA 클럽 월드컵을 두고 동시에 비판의 날을 세운 것이다. 8년간 영국 무대에서 치열하게 맞섰던 이들의 이례적 연대는 새로운 대회 형식을 바라보는 축구계의 불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현재 레드불 글로벌 축구 총괄을 맡고 있는 클롭 전 리버풀 감독은 클럽 월드컵을 향해 "무의미한 대회"이자 "축구에서 시행된 최악의 아이디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클롭이 속한 레드불 잘츠부르크는 이 대회에 참가했다가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상황이다.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도 클롭의 발언에 대해 "위르겐과 수많은 다툼을 벌여왔지만, 그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안다"며 이해를 표했다. 그는 "영국에서 많이 싸웠고, UEFA 회의에서도 그랬으며, 특히 프리미어리그 일정을 논의할 때 감독과 선수들에게 더 많은 휴식을 주는 방안을 두고 격론을 벌였다"고 회상했다.
두 감독 모두 선수들의 혹사를 가장 큰 문제로 지목했다. 과르디올라는 "클롭의 의견이 그리 놀랍지 않다. 이해하고 존중한다"며 클롭에 대한 지지를 분명히 했다. 이어 "감독으로서 다음 시즌을 위해 두 달간 준비할 수 있다면 좋겠고, 다음 시즌을 위해 재충전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토마스 투헬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도 이런 우려에 힘을 실었다. 그는 클럽 월드컵에 출전하지 않은 리버풀과 아스널은 추가 경기 부담이 없어 다음 시즌 맨시티와 첼시에 비해 "큰 이점"을 갖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르디올라는 대회 참가에 따른 장기적 부작용에 대해서도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불안할 것 같다"며 "11월이나 12월, 1월쯤에는 재앙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지쳐서 월드컵이 우리를 파괴했을 수도 있다. 잘 모르겠다. 생전 처음 겪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는 감독의 딜레마도 드러났다. 과르디올라는 "많은 팀들은 이 자리에 없기 때문에 이런 대회를 불평한다"며 "만약 그들이 여기 있다면 다르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감독에게는 이상적인 상황이 아니다"라고 솔직히 인정했다.
다만 클럽 월드컵에 참가하고 있는 팀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는 확고히 했다. 과르디올라는 "우리의 직업은 감독이다. FIFA, UEFA, 프리미어리그나 세리에A 규칙을 따른다"며 "감독인 우리가 대회를 조직하는 게 아니다. 일단 여기에 왔으니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축구계 두 거장의 동시 비판은 클럽 월드컵이 직면한 근본적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다. 8년간 라이벌 관계였던 클롭과 과르디올라가 이례적으로 한목소리를 낸다는 것 자체가 이 대회를 둘러싼 논란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두 명장의 우려대로 클럽 월드컵 출전 여파가 다음 시즌 선수들의 건강과 경기력에 악영향으로 돌아올지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