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 '골칫덩이 5인방' 팔고 싶은데 아무도 안 사간다...재정 압박+팀 분위기 최악 딜레마 [춘추 EPL]

래시포드·산초 등 5명 공개적으로 퇴출 천명했지만 타 클럽 외면받아...재정난에 팀 분위기까지 최악

2025-07-06     배지헌 기자
래시포드와 맨유의 결별이 가시화되고 있다(사진=마커스 래시포드 SNS)

 

[스포츠춘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골칫거리로 낙인찍힌 선수들을 내다팔려 했지만 줄줄이 실패하면서 심각한 진퇴양난에 빠졌다. 쫓아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아무도 사가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재정 압박은 물론 팀 분위기마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스포츠 전문지 디 애슬레틱은 7월 5일(한국시간) "맨유가 마커스 래시포드, 알레한드로 가르나초, 제이든 산초, 안토니, 티렐 말라시아 등 5명에게 7월까지 새 팀을 알아서 찾으라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7일 시작되는 프리시즌 훈련에 참여하지 못하고 한 달 뒤에야 복귀할 수 있게 됐다.

루벤 아모림 감독이 이들을 퇴출시키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실력도 문제지만 팀 분위기를 해치는 '말썽꾼'들이기 때문이다. 래시포드는 훈련 태도 불량으로 여러 차례 징계를 받았고, 산초는 전 감독 에릭 텐 하흐와 공개적으로 갈등을 빚었다. 가르나초는 유로파리그 결승 패배 후 아모림에 대한 불만을 내비쳤다가 퇴출 명단에 올랐다.

이들의 천문학적 연봉이 맨유의 발목을 잡고 있다. 라시포드 혼자서도 주급 30만 파운드(연봉 약 270억원)를 받고 있고, 5명을 합치면 연간 수백억원의 연봉 부담이다. 맨유 입장에서는 이들을 팔기만 해도 이적료 수입과 연봉 절약이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아모림 감독은 이미 확실한 메시지를 보냈다. 올 여름 울버햄튼에서 마테우스 쿠냐를 6250만 파운드(약 1070억원)에 영입하면서 라시포드가 달고 있던 등번호 10번을 바로 넘겨준 것이다. "너는 이제 필요 없다"는 무언의 메시지였다.

가르나초를 토트넘이 노리고 있다(사진=알레한드로 가르나초 SNS)

문제는 이들의 몸값이 곤두박질쳤다는 점이다. 축구 이적시장 분석사이트에 따르면 래시포드, 산초, 안토니의 전성기 합산 몸값은 2억5000만 파운드(약 4300억원)였다. 지금은 9700만 파운드(약 1670억원)로 61%나 떨어졌다. 특히 산초는 1억1200만 파운드에서 2400만 파운드로 80% 가까이 폭락했다.

그나마 이 가격도 '그림의 떡'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훨씬 더 냉혹한 반응이 나온다. 라시포드는 지난 시즌 임대로 뛰었던 아스턴 빌라가 4000만 파운드 영구 영입 옵션을 행사하지 않았다. 산초는 첼시가 2500만 파운드만 내면 가져갈 수 있었지만, 대신 500만 파운드 위약금을 물고 되돌려보냈다. "거저 줘도 안 받는다"는 수준이다.

이 선수들을 처분하기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맨유가 똑같은 유형 선수 3명을 한꺼번에 내다팔려 한다는 점이다. 래시포드, 산초, 가르나초 모두 좌측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스타일이다. 도대체 같은 포지션 선수를 왜 이렇게 잔뜩 모아뒀는지 이해가 안 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요즘 축구계는 이런 선수들이 차고 넘친다. 몸값 50억원 이상인 왼쪽 윙 선수만 해도 25명이 넘는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나 가브리엘 마르티넬리(아스널) 같은 검증된 선수들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굳이 말썽 많은 맨유 선수들을 데려갈 이유가 없다.

루벤 아모림 감독(사진=스카이 스포츠 방송화면)

맨유가 이렇게 다급한 이유는 돈 때문이다. 지난 10년 동안 헛돈만 수백억원을 날린 결과 경영난이 심화됐고, 지금은 직원을 자르고 티켓값을 올려가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새 선수를 사려면 기존 선수부터 팔아야 하는데, 정작 내다팔 선수들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악순환이다.

시간도 별로 없다. 유럽 주요 리그 이적시장은 8월 말이면 문을 닫는다. 그때까지 이들의 거취를 정리하지 못하면 또 한 시즌을 이들과 함께 보내야 한다. 아모림 감독이 원하는 '새 출발'은 물 건너가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선수들과 에이전트들은 맨유의 일방적 통보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일부는 "이적을 요청한 적 없다"며 "정상적으로 훈련에 참여하겠다"고 주장한다. 맨유는 "네가 나가고 싶다고 했잖아"라고 하고, 선수 측은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맞서는 형국이다.

결국 이들이 7월 말까지 새 팀을 찾지 못한다면 맨유는 더 큰 골칫거리를 떠안게 된다. 싫어하는 선수들과 억지로 한 시즌을 보내야 하고, 수백억원 연봉은 고스란히 나가고, 자금이 부족해서 새 선수 영입도 못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기다리고 있다.

맨유 전담 기자 마크 크리칠리는 "이들을 팔고 싶어한다는 게 이렇게 명백해진 이상 맨유는 협상에서 주도권을 잃었다"며 "다른 팀들이 '어차피 팔아야 하니까 더 깎아달라'고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업자득이지만 맨유로서는 진퇴양난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