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 '골칫덩이 5인방' 팔고 싶은데 아무도 안 사간다...재정 압박+팀 분위기 최악 딜레마 [춘추 EPL]
래시포드·산초 등 5명 공개적으로 퇴출 천명했지만 타 클럽 외면받아...재정난에 팀 분위기까지 최악
[스포츠춘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골칫거리로 낙인찍힌 선수들을 내다팔려 했지만 줄줄이 실패하면서 심각한 진퇴양난에 빠졌다. 쫓아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아무도 사가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재정 압박은 물론 팀 분위기마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스포츠 전문지 디 애슬레틱은 7월 5일(한국시간) "맨유가 마커스 래시포드, 알레한드로 가르나초, 제이든 산초, 안토니, 티렐 말라시아 등 5명에게 7월까지 새 팀을 알아서 찾으라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7일 시작되는 프리시즌 훈련에 참여하지 못하고 한 달 뒤에야 복귀할 수 있게 됐다.
루벤 아모림 감독이 이들을 퇴출시키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실력도 문제지만 팀 분위기를 해치는 '말썽꾼'들이기 때문이다. 래시포드는 훈련 태도 불량으로 여러 차례 징계를 받았고, 산초는 전 감독 에릭 텐 하흐와 공개적으로 갈등을 빚었다. 가르나초는 유로파리그 결승 패배 후 아모림에 대한 불만을 내비쳤다가 퇴출 명단에 올랐다.
이들의 천문학적 연봉이 맨유의 발목을 잡고 있다. 라시포드 혼자서도 주급 30만 파운드(연봉 약 270억원)를 받고 있고, 5명을 합치면 연간 수백억원의 연봉 부담이다. 맨유 입장에서는 이들을 팔기만 해도 이적료 수입과 연봉 절약이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아모림 감독은 이미 확실한 메시지를 보냈다. 올 여름 울버햄튼에서 마테우스 쿠냐를 6250만 파운드(약 1070억원)에 영입하면서 라시포드가 달고 있던 등번호 10번을 바로 넘겨준 것이다. "너는 이제 필요 없다"는 무언의 메시지였다.
문제는 이들의 몸값이 곤두박질쳤다는 점이다. 축구 이적시장 분석사이트에 따르면 래시포드, 산초, 안토니의 전성기 합산 몸값은 2억5000만 파운드(약 4300억원)였다. 지금은 9700만 파운드(약 1670억원)로 61%나 떨어졌다. 특히 산초는 1억1200만 파운드에서 2400만 파운드로 80% 가까이 폭락했다.
그나마 이 가격도 '그림의 떡'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훨씬 더 냉혹한 반응이 나온다. 라시포드는 지난 시즌 임대로 뛰었던 아스턴 빌라가 4000만 파운드 영구 영입 옵션을 행사하지 않았다. 산초는 첼시가 2500만 파운드만 내면 가져갈 수 있었지만, 대신 500만 파운드 위약금을 물고 되돌려보냈다. "거저 줘도 안 받는다"는 수준이다.
이 선수들을 처분하기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맨유가 똑같은 유형 선수 3명을 한꺼번에 내다팔려 한다는 점이다. 래시포드, 산초, 가르나초 모두 좌측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스타일이다. 도대체 같은 포지션 선수를 왜 이렇게 잔뜩 모아뒀는지 이해가 안 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요즘 축구계는 이런 선수들이 차고 넘친다. 몸값 50억원 이상인 왼쪽 윙 선수만 해도 25명이 넘는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나 가브리엘 마르티넬리(아스널) 같은 검증된 선수들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굳이 말썽 많은 맨유 선수들을 데려갈 이유가 없다.
맨유가 이렇게 다급한 이유는 돈 때문이다. 지난 10년 동안 헛돈만 수백억원을 날린 결과 경영난이 심화됐고, 지금은 직원을 자르고 티켓값을 올려가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새 선수를 사려면 기존 선수부터 팔아야 하는데, 정작 내다팔 선수들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악순환이다.
시간도 별로 없다. 유럽 주요 리그 이적시장은 8월 말이면 문을 닫는다. 그때까지 이들의 거취를 정리하지 못하면 또 한 시즌을 이들과 함께 보내야 한다. 아모림 감독이 원하는 '새 출발'은 물 건너가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선수들과 에이전트들은 맨유의 일방적 통보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일부는 "이적을 요청한 적 없다"며 "정상적으로 훈련에 참여하겠다"고 주장한다. 맨유는 "네가 나가고 싶다고 했잖아"라고 하고, 선수 측은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맞서는 형국이다.
결국 이들이 7월 말까지 새 팀을 찾지 못한다면 맨유는 더 큰 골칫거리를 떠안게 된다. 싫어하는 선수들과 억지로 한 시즌을 보내야 하고, 수백억원 연봉은 고스란히 나가고, 자금이 부족해서 새 선수 영입도 못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기다리고 있다.
맨유 전담 기자 마크 크리칠리는 "이들을 팔고 싶어한다는 게 이렇게 명백해진 이상 맨유는 협상에서 주도권을 잃었다"며 "다른 팀들이 '어차피 팔아야 하니까 더 깎아달라'고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업자득이지만 맨유로서는 진퇴양난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