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이 납득 못하면 문제...체크스윙 비디오판독, 올스타전부터 시범 가동" 허구연 총재, 크보라이브에서 밝혔다 [춘추 이슈]
애초 내년 시즌 도입하기로 단장 회의에서 결정...도입 앞당길 가능성 시사해 주목
[스포츠춘추]
체크스윙 판정을 둘러싼 현장의 불만과 논란이 갈수록 거세지는 가운데, 허구연 KBO 총재가 이번 올스타전부터 체크스윙 비디오판독 시범 가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허 총재는 "팬들이 납득 못 하면 문제"라며 조기 도입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허 총재는 7월 7일 오후 6시 30분 KBO 공식 유튜브 채널 '크보 라이브'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매주 월요일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은 그동안 류지현 2026 WBC 대표팀 감독, 조계현 KBO 전력강화위원장 등이 출연해 팬들과 소통하며 호응을 얻어왔다.
체크스윙을 둘러싼 선수·감독들의 불만과 항의는 프로야구가 생긴 이래로 언제나 있어왔던 문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야구장에 첨단장비가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비디오판독 시스템과 자동볼판정시스템(ABS) 도입으로 다른 판정은 모두 기계의 영역이 됐는데, 체크스윙만 여전히 인간 심판이 판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들어 체크스윙 관련 항의가 유독 잦아진 것도 이런 배경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5월 말부터 6월 초 사이에는 김경문 한화 감독을 시작으로 홍원기 키움 감독, 이숭용 SSG 감독, 조성환 두산 감독대행까지 불과 보름 사이에 네 차례나 체크스윙에 강하게 항의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날 허 총재는 '팬 퍼스트' 실천을 위해 도입한 ABS와 피치클락 등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면서 체크스윙 비디오판독에 대한 입장도 분명히 했다. 총재는 "체크스윙 비디오판독은 내년부터 도입하기로 단장회의에서 10개 구단 단장들과 얘기를 나눈 상황"이라며 애초 구상은 '내년 도입'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지금의 판정에 대해) 팬들이 납득 못 한다면 그건 문제"라며 "공정하게 하려면 빠르게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기 도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체크스윙 비디오판독 도입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야구 규칙상 스윙에 해당하는 조항은 '타자가 쳤으나 투구에 배트가 닿지 않은 것'인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체크스윙이라는 기준이 나와 있지 않기 때문이다. 허 총재는 "체크스윙은 아직 정확한 룰이 아직 없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계속 연구 중인 부분"이라며 기준 설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특히 한국과 미국 간의 기준 차이도 극명하다. 허 총재는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와의 대화 내용을 공개하며 "체크스윙 기준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물어봤더니 '135도로 본다'고 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90도를 기준으로 봐 왔지 않나. 35도는 타자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그런 차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메이저리그는 작년 애리조나 가을리그부터 체크스윙 챌린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데, 1·3루 파울라인을 기준으로 45도를 넘으면 스윙으로 판정하는 상당히 관대한 기준을 택했다. 이는 홈플레이트를 중심으로 했을 때 135도에 해당하는 각도로, 한 구단 단장은 "타자에게 굉장히 유리한 기준이다. 한국과 비교하면 거의 스윙으로 인정될 일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반면 한국은 홈플레이트 앞면과 평행을 이루는 지점을 기준으로 퓨처스리그에서 테스트하고 있어 미국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KBO는 "배트의 각도가 홈플레이트 앞면과 평행을 이루는 지점보다 투수 방향으로 넘어갔을 때 스윙 스트라이크로 판정한다"는 기준을 마련해 퓨처스에서 적용하고 있다.
기술적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허 총재는 "카메라의 위치에 따라 90도를 보는 기준이 달라진다. 시범 운영 중인 퓨처스리그에서도 (카메라 각도에 따라) 일부 다른 결과가 나왔다"라며 아직 해결할 문제점이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허 총재는 팬들과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당장 오는 12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2025 KBO 올스타전에서부터 자체 테스트를 진행한다는 구상도 공개했다.
허 총재는 "카메라 설치를 서둘러서 이번 올스타전부터 체크스윙 비디오판독을 시범 가동할 예정"이라며 "(비디오판독을) 시도해 보고 도입을 앞당길 수 있으면 조기 도입할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이는 기존 계획보다 상당히 앞당겨진 일정이다. 앞서 KBO 실행위원회에서는 올해 포스트시즌부터 도입하자는 의견과 올스타전이 끝난 뒤 후반기부터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충분한 테스트 없이 포스트시즌에 도입할 경우 기계적 오류나 문제가 발생하면 감당할 수 없는 후폭풍이 예상된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허 총재의 이날 발언을 종합하면, KBO는 올스타전부터 시범 가동을 시작해 후반기 중에 충분한 테스트를 거친 뒤 포스트시즌에는 안정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공정성을 요구하는 여론에 귀기울이면서 기술적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신중한 접근법을 택한 KBO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