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당한 야구 단장이 골든벨을? 워싱턴 전 단장, "19년 인연 감사 이벤트" 팬들에게 술값 쏜다 [춘추 MLB]
올스타전 홈런더비 앞두고 현지 스포츠바에서 '라운드 온 리즈' 이벤트 개최
[스포츠춘추]
해고당한 전 단장이 팬들에게 한 턱 크게 쏜다? 최근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해고당한 마이크 리조 전 단장이 19년간의 재임 기간에 대한 감사 표시로 팬들에게 술값을 대신 내주겠다고 발표했다. 해고된 구단 경영진으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다넬 메이베리는 7월 12일(한국시간) "리조가 SNS를 통해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전하면서 '라운드 온 리즈(Round on Riz)'라는 특별 이벤트를 예고했다"고 보도했다.
리조 패밀리 재단 명의로 올린 SNS 게시물에 따르면 이번 이벤트는 14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2시간 동안 펜 쿼터 스포츠 태번과 월터스 스포츠 바에서 열린다. 같은 날 열리는 MLB 홈런더비 전 시간대를 택한 것이다.
리조는 "워싱턴 내셔널스와 함께한 놀라운 19년에 대해 팬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방법으로 '라운드 온 리즈'를 준비했다"며 "첫 번째 맥주는 저희가 사겠습니다. 믿을 수 없는 여정에 건배"라고 적었다.
이는 MLB 구단 경영진이 해고 후 팬들을 위해 개인 비용으로 주최하는 매우 이례적인 행사다. 메이베리는 "리조가 SNS 작별 인사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행동으로 감사를 표현하기로 했다"고 평가했다.
리조는 지난 7일 데이브 마르티네스 감독과 함께 해고됐다. 팀이 37승 53패로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최하위에 머물며 6년 연속 부진을 겪은 데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리조의 재임 기간 업적은 결코 작지 않다. 그는 2007년 워싱턴에 부단장으로 합류해 2009년 단장으로 승진했고, 2013년에는 야구운영 사장으로 승격됐다.
리조 체제에서 워싱턴은 2019년 프랜차이즈 역사상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워싱턴은 MLB 역사상 일곱 번째 와일드카드 월드시리즈 우승팀이 됐다. 그 시즌 팀은 프랜차이즈 기록인 231홈런과 873득점도 작성했다.
또한 리조 재임 기간 동안 워싱턴은 2014, 2016, 2017, 2019년 네 차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으며, 2012년부터 2017년까지 4차례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하며 강팀 반열에 올랐다.
리조는 작별 성명에서 팬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정말 믿을 수 없는 여정이었다"며 "승리, 패배, 우승, 축하 그리고 그 사이의 모든 것들, 여러분의 워싱턴 내셔널스 사장이자 단장이 되는 것은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진심으로 정직함, 청렴함, 전문성을 갖고 이 프랜차이즈를 위대함으로 이끄는 제 목표를 지지해주신 모든 팬에게 감사드린다"며 "그 과정에서 여러분과 가족들이 평생 간직할 추억을 만들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특히 리조는 워싱턴DC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DC는 모든 면에서 우리의 집이 됐으며, 국가의 수도보다 더 나은 곳에서 이 모든 것을 함께 해낼 수 있었던 곳은 상상할 수 없다"고 표현했다.
또한 "리조 패밀리 재단을 통해 지역구에 계속 헌신할 것이며, 가장 도움이 필요한 지역사회 어린이들과 가족들을 계속 지원해나갈 것"이라고 향후 계획도 밝혔다.
메이베리 기자는 "리조가 해고 직후에도 팬들과의 마지막 만남을 준비한 것은 그의 인품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19년간 워싱턴 야구를 이끈 수뇌부로서 마지막까지 팬들을 생각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