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위 전력으로 3등 하는 롯데, 3위 전력으로 8등 하는 삼성...기대승률로 돌아본 전반기 [춘추 데이터센터]
한화·롯데는 예상 뛰어넘고, 삼성·두산은 기대치 못 미쳐
[스포츠춘추]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는 기대를 뛰어넘었고,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는 실망스러웠다.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는 예상했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치열했던 KBO리그 전반기를 돌아보면 가진 전력 이상의 성적을 낸 팀, 멤버에 비해 형편없는 야구를 한 팀, 딱 가진 전력만큼 야구한 팀으로 나뉜다.
스포츠춘추는 10개 구단의 시즌 개막 전 WAR(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 예측치와 전반기 기대승률, 실제승률을 비교해서 어느 팀이 가진 전력의 합보다 잘하고 못했는지 따져봤다. 분석 결과 명암이 뚜렷하게 엇갈렸다. 시즌 전 WAR 6위 예상이었던 한화는 실제승률 1위로 도약했고, WAR 3위로 예측했던 삼성은 실제승률 8위로 추락했다. (주: 예상 WAR 합계는 외국인 선수, 신인 제외하고 측정)
‘최강한화’ 주문이 현실로…WAR 예측 6위에서 실제 1위로 올라선 한화
한화는 시즌 전 WAR 예측상으로는 전체 6위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투수 WAR은 전체 2위 수준이지만 야수 WAR이 9위로 최하위권이라, 투수력에 비해 약한 타선 탓에 애를 먹을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시즌 초반에는 극심한 타격 부진으로 승수를 쌓는 데 어려움을 겪은 기간도 있었다.
그러나 전반기가 끝난 현재 한화의 득실점으로 구한 피타고라스 기대승률은 0.599로 전체 2위다. 여기에 실제승률은 0.612로 전체 1위에 해당한다. WAR 예측 6위에서 기대승률 2위, 실제승률 1위로 점프한 것이다. 전력보다 좋은 성적을 내는 수준을 넘어, 실제 팀 전력이 강해져서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 후반기에도 선전이 기대된다.
인간적으로 강해도 너무 강한 마운드가 선전의 비결이다. 애초부터 투수진은 강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코디 폰세라는 생태교란종의 등장과 마무리 김서현 등의 성장으로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올렸다. 팀 평균자책 3.42로 1위, 수비무관 평균자책(FIP)도 3.61로 1위, 9이닝당 탈삼진 9.09개로 10개 팀 중 유일하게 9개 이상을 기록하며 압도적 1위다.
한화는 다승 1위 코디 폰세(11승)와 라이언 와이스(10승)까지 2명의 10승 투수를 전반기에 배출했다. 지난 10년간 단 11명, 최근 5년간 5명 밖에 배출하지 못했던 10승 투수가 전반기에 2명이나 나왔다. 한화 선발진의 경기당 평균 이닝은 5.45이닝으로 전체 2위다. 78억 FA 엄상백이 1승 밖에 못한 가운데서도 이 정도 결과를 냈다는 점이 더 놀랍다.
불펜도 평균자책 3.51로 전체 2위로 수준급이다. 평균자책 1.55에 22세이브(4위)를 기록한 김서현이 마무리로 확실하게 자리잡으면서 불펜 전체가 안정되는 효과를 보고 있다. 한화가 1점차 승부 승률 0.615(2위)를 기록하고 7회까지 앞선 경기, 8회까지 앞선 경기 승률 100%를 기록하는 건 정말 낯선 광경이다.
약점일 줄 알았던 타격도 팀 득점 5위(403점), OPS 0.715(6위)로 생각만큼 나쁘진 않다. 엄청난 대량득점까진 아니라도 이기는 데 필요한 점수는 그런대로 내고 있다. 특히 작년 69개(9위)였던 팀 도루가 76개(4위)로 크게 증가하면서 부족한 장타력을 보완하고 있다. 루이스 리베라토가 가세한 7월 팀 득점은 전체 1위(57점)다.
8, 9위 전력으로 3위에 오른 롯데?
롯데 역시 시즌 전 예상 대비 놀라운 성과를 보여준 팀이다. 시즌전 WAR 예측상으론 9위였고, 전반기 기대승률도 0.471로 전체 8위 수준이다. 팀의 득점과 실점만 놓고 보면 8위 내지 9위를 하고 있을 전력이다. 하지만 실제 순위는 그보다 5, 6단계 높은 3위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롯데의 전반기 기록엔 몇 가지 논쟁적인 점이 있다. 우선 팀 득점권 타율이 0.282로 전체 1위다. 또 1점차 이내 접전 상황에서 팀 타율도 0.288로 1위, 같은 상황에서 OPS도 0.777로 1위다. 만약 ‘클러치’의 실존을 믿는다면 롯데 선수들이 승부처에서 집중력을 발휘했다고 받아들일 것이고, 반대로 클러치를 안 믿는 쪽에선 전반기에 많은 ‘운’이 따랐다고 판단할 것이다.
접전 상황에서 승률도 좋았다. 롯데는 전반기 1점차 경기 승률 0.625로 전체 1위를 기록했다. 7번의 연장전에선 무려 4승 2무 1패 승률 0.800을 기록했다. 대신 한번 질 때는 큰 점수차로 완패하는 경기가 많았다. 이걸 잡을 경기는 확실히 잡고 버릴 경기는 버린 ‘명장’ 김태형 감독의 능력으로 볼지는 보는 사람이 판단할 몫이다.
다만 롯데 투수진이 2015~16 한화 이글스 이후 최악의 혹사를 경험했다는 점은 확실하다. 전반기 롯데 불펜은 연투 116회로 최다를 기록했으며, 유일하게 연투 100회 이상을 넘겼다. 3연투도 21회로 최다다. 리그에서 10회 이상의 3연투를 기록한 팀은 롯데가 유일하다. 멀티이닝 소화도 80회로 전체 1위다. 후반기까지 써야 할 불펜투수진의 팔꿈치를 전반기에 끌어다 쓴 이 전략이 후반기에도 계속 통할지는 미지수다.
3위 전력으로 8위 추락한 삼성 미스테리
롯데와는 정반대로 시즌 전 기대에 크게 못 미친 팀도 있다. 시즌 전 WAR 예측 전체 3위에 올랐던 삼성 라이온즈다. 삼성은 득실점으로 구하는 기대승률도 0.557로 전체 3위다. 하지만 실제 성적은 8위에 승률도 0.494로 5할 아래다. WAR 예측과 기대승률 3위 전력으로 5계단이나 굴러떨어진 8위에 그친 셈이다.
팀 타선의 파괴력은 리그 최고 수준이다. 팀홈런 93개로 압도적 1위, 팀 OPS도 0.761로 1위, 팀 득점도 451점으로 전체 1위다. 여기에 팀 평균자책도 4.26(6위)으로 크게 떨어지지 않는 수준인데도 성적은 하위권이다. 롯데와 반대로 이길 때는 크게 이기고, 접전 승부에선 번번이 패한 결과다. 삼성은 전반기 1점차 승률 0.412로 전체 9위에 그쳤다.
핑계거리는 있다. 외국인 투수 데니 레예스가 발등 부상으로 이탈했고, 원태인도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선발 마운드에 구멍이 생겼다. 불펜은 오승환, 김재윤, 임창민 등 지난해 영입한 노장 불펜투수들이 부진하면서 경기 후반 승리조 운영에 차질이 생겼다. 6회까지 앞선 경기 승률 79%, 7회까지 앞선 경기 승률 91%로 다른 팀에 비해 잡아야 할 경기 승률이 크게 떨어졌다. 어찌됐든 가진 전력에 비해 성적이 부진하면 그 화살은 코칭스태프 쪽으로 향할 공산이 크다. 삼성은 이미 전반기 한 차례 코치진을 갈아엎은 팀이다.
시즌 전 예측은 4위, 실제 성적은 9위 추락 두산
두산 베어스 역시 시즌 전 예상에 비해 크게 추락한 팀이다. 시즌전 WAR 예측은 4위였지만 실제로는 기대승률 9위, 실제승률도 9위다. 삼성이 전력은 나쁘지 않은데 실제 승률이 나빴다면, 두산은 시즌 전 예상보다 전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 팀이란 게 차이다.
타선이고 마운드고 누구 하나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우선 타선. 이승엽 감독이 시즌 초반부터 믿고 기회를 줬던 주축 타자들이 단체로 부진에 빠지면서, 득점 생산성이 크게 떨어졌다. 두산의 팀 득점은 384점으로 8위에 그쳤다. 여기에 폰세급 활약을 기대했던 외국인 투수 콜어빈의 부진과 곽빈의 부상으로 인한 늦은 출발, 홍건희의 공백 등으로 마운드 운영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두산의 팀 평균자책은 4.35로 7위에 그쳤다.
조성환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뒤 박준순, 오명진, 이유찬 등 젊은 야수들이 활약하면서 조금씩 공격에 활기를 띠는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이미 5위 팀과 8.5경기차로 벌어져 남은 시즌 따라잡기 쉽지 않은 게임차다. 현재의 두산의 가을야구 진출 확률은 1.1%에 불과하다. 이대로라면 윈나우와 미래 사이에서 결단할 시점이 생각보다 일찍 찾아올 수 있다.
WAR 예측 1위 LG와 2위 KIA, 우승후보 두 팀의 아쉬운 전반기
한편 2년전 챔피언 LG는 WAR 예측 1위였고, 실제 순위도 2위로 비교적 예상에 근접한 성과를 거뒀다. 리드오프 홍창기의 시즌아웃 부상, 주전 유격수 오지환의 부진 등 악재 속에 팀 OPS 0.750(2위), 출루율 0.357(1위), 볼넷 387개(1위)를 기록한 건 LG의 두터운 뎁스를 증명한다. 다만 기대승률이 0.615로 전체 1위라는 점에서 0.558의 실제승률은 다소 아쉬울 수 있다.
작년 챔피언 KIA 역시 주전 줄부상 속에 아쉬운 전반기를 마감했다. 시즌 전 WAR 예측은 LG와 거의 차이없는 2위였지만 기대승률은 5위, 실제순위는 4위였다. 물론 작년 MVP 김도영을 시작으로 나성범, 김선빈, 박찬호, 곽도규, 황동하 등이 줄줄이 빠진 와중에 이 성적을 낸 게 KIA의 저력을 보여준다고 할 수도 있겠다. 완전체 전력으로 치르는 후반기 지켜봐야 할 팀이다.
그외 KT 위즈는 시즌 전 WAR 예측치는 7위였지만 강력한 마운드(팀 평균자책 3.65, 3위)의 힘으로 5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8위 전력으로 평가했던 SSG 랜더스도 리그 최고 불펜(평균자책 3.37, 1위)에 힘입어 5할대 승률로 전반기를 마쳤다. KT는 새 외국인 투수의 활약이, SSG는 전반기 내내 ‘태평양 랜더스’급 공격에 그친 타선(OPS 0.675)의 반등이 관건이다.
NC 다이노스는 홈구장 인명사고로 두 달 동안 홈경기를 못 하고 원정경기만 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5할 승률로 전반기를 마쳤다. 그리고 신임 단장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최하위로 예상했던 키움 히어로즈는 예상대로 최하위 성적을 내고 있다.
통계출처=PSODDS.com, 스탯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