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오타니 라이벌이었는데...후지나미, MLB 실패 접고 일본 복귀-요코하마 DeNA 입단 [춘추 NPB]

메이저리그 좌절 후 NPB 복귀, 연봉 5천만엔에 요코하미 입단

2025-07-18     배지헌 기자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는 7월 18일 후지나미와 계약을 체결하고 공식 입단식을 가졌다.

 

[스포츠춘추]

한때 오타니 쇼헤이와 일본 고교야구의 양대 거물로 불렸던 후지나미 신타로(31)가 메이저리그 도전을 접고 일본으로 돌아왔다.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는 7월 18일 후지나미와 계약을 체결하고 공식 입단식을 가졌다.

후지나미는 이날 요코하마시 구단 사무소에서 열린 입단 기자회견에서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도록, 진심으로 우승을 목표로 그 한 조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3년 전 메이저리그로 떠날 때의 당당한 포부와는 사뭇 다른, 한층 겸손해진 모습이었다.

후지나미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처참한 실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cm 장신에서 뿜어내는 160km/h 광속구를 무기로 2023년 325만 달러를 받고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일본 시절부터 문제였던 제구력이 계속 발목을 잡았다.

애슬레틱스는 처음에 그를 선발로 기용했지만 7경기에서 평균자책 8.57이라는 참담한 성적을 남겼다. 나중엔 불펜으로 밀려났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시즌 중 볼티모어 오리올스로 트레이드됐지만 거기서도 평균자책 4.85에 그쳤다.

2024년에는 뉴욕 메츠와 계약했으나 메이저리그 무대를 한 번도 밟지 못하고 마이너리그에서만 뛰었다. 올해 시애틀 매리너스 산하 트리플A 타코마에서는 21경기 등판해 평균자책 5.79를 기록한 뒤 지난 6월 방출 통보를 받았다. 18.2이닝에서 26개 볼넷을 내줬다는 수치가 후지나미의 제구 상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쓰고 싶은 DeNA의 절박함도 이해할 만하다. DeNA는 현재 투수진 보강이 절실한 상황이다. 선발 로테이션은 아즈마 카츠키, 안드레 잭슨, 앤서니 케이 이후가 불안하고, 트레버 바우어는 기복이 심하다. 여기에 마무리 이리에 타이세이는 신경장애로, 셋업맨 로완 윅도 컨디션 난조로 연달아 이탈했다. 후지나미를 로또삼아 긁어보는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하지만 후지나미에게는 더 이상 선택권이 많지 않다는 것도 현실이다. 가장 씁쓸한 대목은 모구단 한신이 그에게 제의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안타깝게도 오퍼는 없었다"는 그의 고백에서 착잡함이 묻어났다.

10년간 한신에서 57승을 올린 선수에게 돌아올 자리가 없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한신으로서는 제구력 문제로 인한 메이저리그 참담한 성적은 물론, 과거 사생활 논란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후지나미는 2020년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 대규모 파티에 참석해 감염되면서 NPB 개막 연기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고, 이후에도 훈련 지각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는 7월 18일 후지나미와 계약을 체결하고 공식 입단식을 가졌다.

2012년 고교 시절 후지나미와 오타니는 일본 야구계의 양대 거물이었다. 둘 다 프로 1년차부터 주목받았고,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둘의 행보는 극명하게 갈렸다.

오타니는 메이저리그에서 MVP를 세 번 수상하며 야구 역사에 영원히 남을 이름을 새기고 있다. 반면 후지나미는 일본에서도 제구력 문제로 기복이 심했고, 메이저리그에서는 더욱 참담한 결과를 맞았다. 비슷한 재능을 타고났다고 여겨졌던 두 선수의 운명이 이토록 다를 줄 누가 알았을까.

후지나미는 "다른 환경, 다른 문화에 뛰어들어 많은 경험을 했다"며 지난 3년 간의 미국 생활을 되돌아봤다. 또 "DeNA 베이스타즈가 가장 열정을 보였다"며 "그 정열에 응답하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메이저리그에서 쌓은 것이 정말 값진 경험인지, 아니면 실패를 포장하는 정신승리인지는 의문이다. DeNA의 뜨거운 러브콜 운운도 마찬가지다. 실제로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실패한 선수가 자신의 처지를 합리화하려는 전형적인 모습으로 보인다.

계약 조건도 과거에 비해 초라해졌다. 후지나미는 등번호 27번을 배정받았고, 연봉은 5천만엔(약 4억 7천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한신 시절 최고 연봉 1억 7천만엔에 비하면 3분의 1도 안 되는 액수다. 그는 "팀 사정에 따라 선발과 구원 모두 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이는 더 이상 보직을 가릴 처지가 아닌 후지나미의 현실을 보여주는 발언이기도 하다.

31세 후지나미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하지만 과연 그에게 몇 번의 기회가 더 남아 있을까. 메이저리그에서의 쓰라린 실패를 딛고 일본에서 재기할 수 있을지, 아니면 이번이 정말 마지막 기회가 될지는 오직 후지나미가 하기에 달려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