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한국어 교가를 고시엔까지! '디펜딩 챔피언' 교토국제고, 연장 10회말 대역전 끝내기 승 [춘추 이슈]

지난해 여름 고시엔 우승팀, 연장 10회 밀어내기 몸에 맞는 볼로 끝내기 승리

2025-07-18     배지헌 기자
교토국제고 에이스 니시무라

 

[스포츠춘추]

작년 여름 일본 고교야구 최고 무대인 고시엔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던 한국계 민족학교 교토국제고가 올해도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교토국제고는 7월 18일 와카사 스타디움 교토에서 열린 제107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 교토대회 4회전에서 연장 10회 끝에 교토공영학원을 3대 2로 꺾고 8강에 진출했다

이날 경기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교토국제고의 에이스 좌완 니시무라 가즈키(3학년)가 선발 마운드에 올라 9회까지 4안타 무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그러나 교토국제고 역시 득점하지 못해 경기는 연장으로 이어졌고, 니시무라는 10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왔다.

연장 10회 타이브레이크에서 교토국제고는 패배 위기에 몰렸다. 1사 2, 3루에서 스퀴즈로 선제점을 내주더니, 이어 1사 1, 3루에서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추가점까지 허용했다. 니시무라는 순간 주저앉으며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작년 우승팀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듯했다.

하지만 교토국제고의 팀컬러인 '기적'이 10회말에 펼쳐졌다. 무사 만루 상황에서 이노마타가 2점 2루타로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다. 고의볼넷으로 다시 만루찬스에서 하세가와 타석에서 밀어내기 몸에 맞는 공으로 결승 득점 주자가 홈을 밟았다. 3대 2로 교토국제고가 끝내기 승리를 거뒀고, 10이닝을 13탈삼진 2실점으로 책임진 니시무라가 승리투수가 됐다.

지난해 최동원상 수상 소식을 접한 교토국제고 학생들(사진=최동원기념사업회)

교토국제고는 지난해 여름 고시엔에서 교토 지역으로는 68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특별한 학교다. 전교생 160여 명의 소규모 학교가 일본 전국 3715개 학교를 제치고 정상에 선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특히 우승 직후 고시엔 구장에 울려 퍼진 한국어 교가는 일본 전역에 큰 감동을 안겼다.

이 감동적인 우승으로 교토국제고는 지난해 11월 최동원기념사업회로부터 '제5회 백송홀딩스 최동원 불굴의 영웅상'을 받기도 했다. 야구를 통한 한일 가교 역할을 인정받은 뜻깊은 수상이었다.

교토국제고의 뿌리는 194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재일교포들이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를 모태로 하는 이 학교는 재일 한국인 학생들의 민족교육을 위해 시작됐다. 2003년 현재의 교명으로 바뀌면서 일본인 학생을 받기 시작했고, 지금은 한국어, 일본어, 영어 3개 언어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다문화 공존의 모범 사례라 할 만하다.

하지만 올해 2연패에 도전하는 교토국제고의 여정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지난 가을 교토대회에서 4회전에서 교토외국어대학부속 니시고에 패해 센바츠(봄 고시엔) 출전권을 놓쳤다. 올 봄 교토대회에서도 1회전에서 강호 류코쿠 다이헤이안고에 패하며 시드권 없이 여름대회를 시작해야 했다.

이날 상대인 교토공영학원 역시 만만치 않았다. 올 봄 교토대회 우승팀인 공영학원은 에이스 좌완 고바야시 가이토(3학년)를 앞세워 니시무라와 팽팽한 투수전을 벌였다. 결국 교토국제고가 극적인 승부에서 웃었지만, 고시엔을 향한 여정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교토국제고의 고마키 노리츠구(41) 감독은 지난해 우승 후 "1999년 야구부 창단 이후 여러 드라마가 있었지만, 고시엔에서 우승하게 돼 너무 기쁘다"며 감격을 표한 바 있다. 그로부터 1년, 이들은 다시 한 번 꿈을 향해 달리고 있다. 작은 학교의 2년 연속 고시엔 진출이란 큰 꿈이 올해도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