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블랜드·워싱턴 팀명, 인디언스·레드스킨스로 되돌려라"...트럼프의 황당한 '역차별' 주장 [춘추 이슈]

스타디움 건설 훼방 위협까지..."원주민들이 원한다" 궤변

2025-07-21     배지헌 기자
클리블랜드 옛 로고를 볼 수 있는 영화 '메이저리그'의 한 장면.

 

[스포츠춘추]

도널드 트럼프에겐 모든 것이 정치적 계산이다. 인종차별 논란으로 이름을 바꾼 스포츠팀들마저 자신의 정치적 무기로 활용하려 한다. 그런 그가 이번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아예 노골적으로 옛 이름으로 되돌아가라고 압박하기 시작했다.

21일 오전 AP통신과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트럼프는 2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워싱턴 커맨더스(NFL)와 클리블랜드 가디언스(MLB)가 과거 팀명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팀 모두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인종차별 논란으로 2020년 이후 팀명을 바꾼 바 있다.

트럼프는 "워싱턴 '뭐시기들'은 즉시 워싱턴 레드스킨스 풋볼팀으로 이름을 되돌려야 한다"며 "이에 대한 큰 요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마찬가지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도 그래야 한다. 6개 원년 야구팀 중 하나로 영광스러운 과거를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우리의 위대한 인디언 사람들 다수가 이를 원하고 있다"며 "그들의 유산과 위신이 체계적으로 빼앗기고 있다"고 억지 주장을 펼쳤다. 팀 구단주들에게는 "당장 해내라!"며 노골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몇 시간 후 트럼프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워싱턴이 팀명을 레드스킨스로 되돌리지 않으면 워싱턴 DC의 RFK 스타디움 부지에 새 경기장을 건설하는 거래를 막겠다고 위협했다. "팀 가치가 훨씬 높아질 것이고, 모든 사람에게 흥미진진한 거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위협이 실현될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RFK 스타디움 부지는 원래 연방 소유였지만,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DC 시정부에 99년간 이양하는 법안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이는 바이든의 임기 말 주요 조치 중 하나였다.

트럼프는 또 가디언스 구단주 관련해서도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매트 돌런은 매우 정치적인데, 그 말도 안 되는 이름 변경 때문에 연속으로 3번의 선거에서 패배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는 매트 돌런의 형 폴 돌런이 가디언스의 주요 구단주이고 CEO다. 매트 돌런은 부분 지분만 갖고 있으며,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으로 활동하다 2022년과 2024년 연방 상원의원 선거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패배한 바 있다.

워싱턴 레드스킨스 시절의 로고.

두 팀의 반응은 단호했다. 가디언스의 크리스 안토네티 야구운영 총괄은 20일 "몇 년 전 우리가 내린 결정에 대해 다양한 관점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내린 결정"이라며 "지난 4년간 가디언스로서 브랜드를 구축할 기회를 얻었고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커맨더스는 즉각적인 논평을 피했지만, 조시 해리스 구단주는 지난 2월 "논란이 되는 이 별명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해리스는 "이제 우리 팀, 문화, 코칭 스태프가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우리는 그것으로 간다"고 못박았다.

두 팀 모두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전국적인 인종정의 시위가 확산되면서 이름 변경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도 트럼프는 이를 "정치적 올바름"을 위한 것이라며 반대했다. 월마트, 타겟, 나이키, 페덱스 등 주요 기업들이 팀명 변경을 촉구하며 관련 상품을 진열대에서 철수시키기도 했다.

워싱턴은 1933년 보스턴에서 레드스킨스로 창단해 1937년 수도로 이전했다. 2020년 임시로 '워싱턴 풋볼팀'을 거쳐 2022년 커맨더스로 정착했다. 클리블랜드는 1901년 아메리칸리그 창설 8개 구단 중 하나로 출발해 블루버즈, 브롱코스, 냅스를 거쳐 1915년부터 인디언스로 불렸다. 2019년 '추장 와후' 로고를 퇴출시킨 데 이어 2021년 가디언스로 변경했다.

트럼프는 스포츠계 논란에 자주 개입해왔다. 2017년엔 국가에 기립하지 않고 항의하는 NFL 선수들을 해고하라고 구단주들에게 압박했고, 최근엔 트랜스젠더 선수 참가를 금지하는 행정명령 발동을 검토 중이라고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원주민 단체들이 수십 년간 인종차별적이라고 비판해온 명칭을 "원주민들이 원한다"며 되살리자는 것이다. 정치적 계산이 상식을 압도한 대표적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과연 미국 스포츠계가 이런 시대착오적 압박에 굴복할까. 답은 이미 나와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