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케레스 아스널 이적 확정! 그런데 등번호가 14번? 앙리 등번호 택한 진짜 이유는...? [춘추 해축]
6350만 유로+1000만 유로 보너스 최종 합의... 토요일 메디컬 예정
[스포츠춘추]
빅토르 요케레스의 아스널 이적이 최종 완료됐다. 총액 7000만 유로가 넘는 이적료도 놀랍지만, 그만큼 화제가 되는 건 등번호다. 27세 스웨덴 스트라이커가 선택한 숫자는 14번이었다.
7월 25일(한국시간) 디 애슬레틱의 데이비드 온스타인 기자에 따르면 아스널과 스포르팅 리스본은 요케레스 이적에 완전 합의했다. 기본 6350만 유로(약 1016억원)에 1000만 유로(약 160억원) 보너스 조건이다. 스포르팅은 요케레스의 출국을 허가했으며, 토요일 아스널 메디컬을 받을 예정이다. 5년 계약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등번호 선택이 예사롭지 않다. 요케레스가 선호하는 9번은 이미 가브리에우 제주스가 달고 있어 선택할 수 없었다. 그래서 고른 번호가 14번이다. 하필이면 아스널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트라이커 티에리 앙리의 상징적인 번호를 택한 것이다. 377경기 228골, 아스널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의 주인공 말이다.
등번호 하나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축구에서 등번호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특히 아스널에서 14번은 더욱 그렇다. 앙리 이후 시오 월컷,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이 이 번호를 달았다. 모두 클럽의 주포 역할을 했던 선수들이다.
아스널 전담 기자 제임스 맥니콜라스는 "14번을 택한 것은 상당한 자신감의 표현"이라며 "앙리와 아스널 득점왕 계보에 대한 분명한 오마주"라고 분석했다. 요케레스는 왜 굳이 이 부담스러운 번호를 택했을까. 9번이 막혔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까? 아니면 정말로 앙리의 계보를 잇겠다는 의지의 표현일까.
지난 시즌 스포르팅에서 52경기 54골을 기록한 요케레스다. 숫자만 보면 앙리에 버금가는 득점 감각을 보여줬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는 다르다. 포르투갈 리그와는 수준이 다를 뿐만 아니라, 아스널이라는 팀 자체가 갖는 특별함도 고려해야 한다.
미켈 아르테타 감독은 25일 싱가포르 기자회견에서 요케레스 영입을 직접 확인해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만약 스트라이커를 영입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팀에 합류시키고 싶다"며 "즉시 팀에 합류해 서로를 알아가고 우리가 원하는 아이디어를 머릿속에 넣는 게 낫다"고 말했다.
아스널은 지난 시즌 리버풀보다 17골이나 적게 넣으며 3년 연속 준우승에 그쳤다. 카이 하베르츠와 가브리에우 제주스 부상으로 제대로 된 스트라이커 없이 시즌을 보냈던 것이 결정적이었다. 최종 3분의 1 지역에서 느린 공격 전개가 상대 수비에 번번이 막혔다.
요케레스 영입은 단순한 득점력 보강을 넘어선다. 아르테타가 추구하는 전술적 진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기본 4-3-3에서 요케레스-부카요 사카-가브리엘 마르티넬리 조합이 유력하지만, 하베르츠와의 투톱 시스템도 가능해졌다. 지난주 영입한 노니 마두에케, 마르틴 수비멘디까지 더해지면 훨씬 유연한 전술 운용이 가능하다.
톰 해리스 데이터 분석가는 "요케레스는 골 이상의 가치를 제공한다"며 "폭발적인 주력과 물리적 능력으로 반복적인 고강도 움직임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수비 뒷공간을 노리거나 측면으로 빠져 채널을 달리는 움직임이 뛰어나다"며 "프리미어리그 팀들이 아르테타의 아스널을 파악했다고 생각한다면, 이번 영입이 새로운 차원을 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온스타인 기자에 따르면 1000만 유로 보너스 조건 중 500만 유로는 일정 출장 수 달성 시 지급되며, 나머지는 득점 관련 성과와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연동돼 있다. 요케레스는 다른 클럽들의 막판 러브콜에도 흔들리지 않았고, 에이전트는 이적 성사를 위해 수수료까지 포기했다고 전해졌다.
14번을 선택한 순간부터 요케레스는 특별한 기대를 짊어지게 됐다. 앙리라는 거대한 그림자는 축복이자 저주다. 그 무게를 감당할 각오가 있기에 14번을 택했을 테지만, 실제로는 어떨까. 스트라이커로서의 실력은 이미 입증했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 앙리의 계보를 이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토요일 메디컬을 통과하면 모든 절차가 완료된다. 그리고 나서 진짜 승부가 시작될 것이다. 6350만 유로짜리 스트라이커가 아니라, 14번을 단 아스널의 새로운 에이스로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