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또...베네수엘라 청소년 야구팀, 미국 비자 거부로 '시니어리그 월드시리즈' 불참 [춘추 이슈]

트럼프 반이민 정책 여파... "15세 아이들이 무슨 위협이냐" 항변도

2025-07-27     배지헌 기자
카시케 마라 팀은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감을 표했다(사진=카시케 마라 SNS)

 

[스포츠춘추]

야구 소년들의 꿈이 혐오를 조장하는 정치의 벽에 가로막혔다. 베네수엘라 청소년 야구팀이 미국 비자 발급 거부로 시니어리그 월드시리즈 출전을 포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반이민 정책이 꿈의 무대를 앞둔 어린 선수들까지 좌절시킨 것이다.

리틀리그 인터내셔널은 7월 27일(한국시간) 베네수엘라 대표팀 '카시케 마라'가 미국 입국 비자를 받지 못해 시니어리그 월드시리즈에 참가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이 팀은 지난달 멕시코에서 열린 라틴아메리카 예선을 제패하며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28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리는 첫 경기엔 예선 2위였던 멕시코의 산타마리아 데 아과요 리틀리그팀이 대신 나선다.

시니어리그 월드시리즈는 13~16세 선수들을 위한 대회다. 매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이즐리에서 열리며, 미국 6개 지역과 해외 6개 지역 대표팀이 참가한다. 10~12세가 출전하는 리틀리그 월드시리즈보다는 덜 알려졌지만, 청소년 야구의 최고 무대 중 하나로 꼽힌다.

카시케 마라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선수들과 코치진이 7월 14일 비자 발급을 위한 인터뷰에 응했지만 미국 이민 담당관이 거부했다"고 밝혔다. 리틀리그 인터내셔널이 긴급 비자 발급을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팀 측은 전했다.

미 국무부는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카시케 마라의 입국 거부 결정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회 시작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뒤늦은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켄드리 구티에레스 카시케 마라 리틀리그 회장은 성명을 통해 "선수들의 사기가 꺾였다"며 "이들이 할 줄 아는 건 야구뿐"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베네수엘라와 라틴아메리카의 이름을 높이고 싶어 하는 15세 아이들이 미국에 어떤 위협이 된다는 말인가"라며 "이들은 월드시리즈 우승만을 꿈꾸는 소년들"이라고 강조했다.

LA 다저스가 이민 단속으로 위기에 처한 이민자들을 지원하고 나섰다.

이번 비자 거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월 발표한 대규모 입국 제한 조치의 연장선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12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전면 금지하고, 베네수엘라를 포함한 7개국 국민에 대해서는 부분적 입국 제한을 단행하며 스포츠계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이달 초 쿠바 여자배구 대표팀도 푸에르토리코에서 열린 노르세카 여자 파이널4 토너먼트 비자 발급이 거부됐다. 배구네이션스리그 진출을 위한 중요한 랭킹 포인트가 걸린 대회였지만 쿠바팀은 발을 묶였다. 결국 네이션스리그 진출이 사실상 무산됐다. 쿠바 역시 입국 제한 7개국에 포함돼 있다. 메이저리그 선수노조는 만일을 대비해 외국인 선수들에게 항시 이민 서류를 소지할 것을 권고한 상태다.

정치가 스포츠를 가로막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15세 소년들의 야구 꿈이 정치적 희생양이 된 셈이다. 내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과 북중미 FIFA 월드컵을 연달아 앞둔 상황에서, 세계 스포츠계의 고민도 더욱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