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볼볼볼, 볼볼볼볼, 볼볼볼볼...스트라이크가 안 들어간다, 삼성 불펜 충격과 공포의 역전패 [춘추 리뷰]
원태인 7이닝 무실점에도 날아간 승리, 고영표는 7이닝 1실점 패전 위기 모면
[스포츠춘추]
볼볼볼볼, 볼볼볼볼, 볼볼볼볼. 스트라이크를 넣지 못하는 마법에라도 걸린 걸까. 삼성 라이온즈가 불펜투수들의 제구 난조 속에 올시즌 가장 충격적인 방식의 패배를 당했다.
삼성은 7월 27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전에서 9회말 3대 4로 끝내기 역전 패배를 당했다. 9회초까지 3대 0으로 앞서가다 9회말 한 이닝에 4실점하며 순식간에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8회까지만 해도 모든 게 완벽했다. 선발 원태인이 7이닝을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막아냈고, 구자욱의 활약으로 선취점과 추가점을 뽑아냈다. 9회엔 강민호의 솔로 홈런까지 터지면서 2연승과 위닝시리즈를 앞두고 있었다.
9회말 마무리 이호성이 올라와 선두 황재균을 내야뜬공으로 아웃시켰을 때 삼성의 승리 확률은 무려 97.9%에 달했다. 아웃카운트 2개만 더 잡으면 승리와 함께 다음날 기분 좋은 휴식일을 맞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호성이 안치영을 상대로 2스트라이크까지 잡아놓고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낼 때만 해도 이후에 펼쳐질 상황은 예상하기 어려웠다. 이호성이 보크로 안치영을 2루로 보냈을 때도, 조대현에게 적시타를 맞고 1점을 내줬을 때도 여전히 승패가 뒤바뀔 가능성은 없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호성이 좀처럼 영점을 잡지 못하고 계속 흔들렸다. 멜 로하스에게 볼넷을 허용하고 권동진에게 안타를 맞아 1사 만루가 됐다. 이어 강백호를 상대로는 스트라이크 하나도 던지지 못하고 밀어내기 볼넷을 내줬다. 점수는 3대 0에서 3대 2가 됐고 삼성 벤치의 분위기는 심각해졌다. 삼성은 급히 이호성을 내리고 베테랑 김태훈으로 투수를 교체했다.
김태훈 역시 KT 쪽으로 기울어가는 분위기를 되돌리지 못했다. 안현민을 상대로 2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중견수 쪽 희생플라이를 허용해 3대 3 동점을 내줬다. 이어 장성우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해 다시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김태훈의 공은 계속해서 ABS 존을 벗어났고, 허경민을 상대로도 또다시 4구 연속 볼을 던졌다. 결국 밀어내기 볼넷으로 끝내기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며 게임이 끝났다.
삼성 투수진은 8회까지만 해도 단 1개의 볼넷만 허용할 정도로 완벽한 제구력을 자랑했다. 그런데 9회 올라온 이호성과 김태훈은 한 이닝에 스트레이트 볼넷 3개와 몸에 맞는 볼 1개 등 총 5개의 4사구를 허용하는 제구 난조 속에 무너졌다. 이날 삼성이 내준 6개의 4사구 가운데 5개가 9회에 나왔다.
삼성 원태인의 7이닝 완벽투와 승리는 불펜 난조로 인해 허무하게 날아갔다. 마무리 이호성은 0.1이닝 동안 2피안타 2볼넷 1사구 4실점으로 패전투수의 멍에를 썼다. 반면 9회초 팀이 0대 2로 뒤진 가운데 등판한 KT 마무리 박영현은 행운의 승리투수가 됐다. 7이닝 1실점 호투를 펼친 KT 선발 고영표의 패전 기록은 사라졌다.
충격적인 패배와 함께 삼성은 47승 1무 47패로 다시 5할 승률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반면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KT는 시즌 50승 고지에 올랐다. KT는 50승 3무 45패로 리그에서 네 번째로 시즌 50승을 달성하며 4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