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초' 이치로, 명예의 전당 입성+동판 공개..."51세에도 야구에서 멀어지지 않아 행복하다" [춘추 MLB]

와그너 "끈기는 위대함으로 가는 길"...작고한 파커·앨런은 가족이 대신 연설

2025-07-28     배지헌 기자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이치로(사진=MLB 네트워크 방송화면)

 

[스포츠춘추]

스즈키 이치로가 아시아 태생 선수로는 최초로 명예의 전당 헌액식 무대에 올랐다.

28일(한국시간) 뉴욕주 쿠퍼스타운에서 열린 2025 명예의 전당 헌액식 행사에서 명예의 전당은 이치로의 시애틀 매리너스 모자가 새겨진 기념패를 공개했다. CC 사바시아, 빌리 와그너도 함께 헌액식을 가졌고, 작고한 데이브 파커와 딕 앨런의 가족들이 대신 무대에 올라 뭉클함을 더했다.

이치로의 소감은 간결했지만 깊은 여운을 남겼다. 그는 "여기 서 있으니 내 야구 인생이 완전한 원을 그린 것 같다"며 "51세가 된 지금도 야구에서 멀어지지 않고 있다는 게 행복하다"고 말했다. 27세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3089안타를 기록한 이치로는 일본 시절 1278안타를 합쳐 총 4367안타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남겼다. 394표 중 393표를 얻어 만장일치에는 1표 모자랐지만, 야수로는 역대 최고 득표율(99.746%)을 기록했다.

빌리 와그너의 연설은 이날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다. 10번째이자 마지막 투표에서 극적으로 입성한 그는 "제일 크지도 않았고, 타고난 왼손잡이도 아니었으며, 여기 설 자격이 있다고 여겨지지도 않았던 선수"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어린 시절 오른팔 골절로 왼손 던지기를 익혀 100마일 속구를 던지게 된 사연을 털어놓으며 "끈기는 단순한 특성이 아니라 위대함으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와그너는 부모님께 "환경이 당신을 규정하게 두지 말라고 가르쳐주신 것"에 감사하다며, 아내 사라에게는 "힘과 우아함, 사랑"에 대해 고마움을 표했다. 16시즌 동안 422세이브를 기록하며 피안타율 1할8푼7리라는 경이적인 지배력을 보여준 그는 "나처럼 작은 선수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사바시아는 뉴욕 양키스 모자로 헌액됐다. 통산 251승 3093탈삼진을 기록한 그는 250승과 3000탈삼진을 동시에 달성한 세 번째 좌완투수다. 밀워키 시절인 2008년 4경기 연속 3일 휴식으로 등판해 팀을 플레이오프에 이끈 일을 회상한 사바시아는 "팀을 위해 모든 걸 쏟아낼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현재는 MLB 커미셔너 특별보좌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야구가 내게 준 모든 것에 감사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이치로(사진=MLB 네트워크 방송화면)

 

작고한 선수들은 가족이 대신 연단에 올랐다(사진=MLB 네트워크 방송화면)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작고한 선수들의 가족이 대신 무대에 선 장면이었다. 데이브 파커의 아들 데이브 파커 2세는 아버지가 미리 준비한 연설문을 낭독했다. 그 안에는 파커 특유의 유머가 담긴 시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제 명예의 전당에 들어갔다 / 아무도 이걸 빼앗을 수 없어 / 동상은 멋져야 해 / 내 얼굴이 잘 생겼다는 걸 알잖아."

파커는 헌액식을 29일 앞두고 파킨슨병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들은 "아버지는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핵심이었고, 파이리츠에서 전설을 만들었으며, 피츠버그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며 아버지를 추모했다. 파킨슨병 퇴치를 위한 데이브 파커39 재단의 사명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딕 앨런의 부인 윌라는 남편이 단순히 351홈런과 1119타점이란 숫자가 아니라 "원칙과 열정, 그리고 의지의 사람"이었다고 강조했다. 1971년 다저 스타디움에서 16세 소년의 사인 요청을 받고 "사인보다는 악수를 하고 싶다"며 2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일화를 소개했다. 그 소년은 현재 70세가 되어 이날 헌액식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윌라는 "남편은 구장 뒤편의 모든 사람들, 주방 직원, 클럽하우스 스태프, 매점 직원, 청소부들과 인사를 나눈 뒤에야 자신이 가야 할 곳으로 향했다"며 "그를 믿어주고 마침내 고향으로 데려와 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헌액식에는 도쿄에서 텍사스까지 전 세계 팬들이 몰려들었다. 특히 이치로를 보기 위해 온 일본 팬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MLB 네트워크와 MLB.TV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된 이번 행사는 비 때문에 예정보다 1시간 늦게 시작해 총 2시간 30분간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