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준까지 주고 보강했는데, KIA 불펜 정말 답 없나...이대로면 김도영 와도 5강 장담 못 한다 [스춘 이슈분석]
승리조 추격조 할 것 없이 다 무너진 KIA 불펜, NC 이적생 듀오가 힘 보탤까
[스포츠춘추]
디펜딩 챔피언의 강력했던 불펜이 어쩌다 이렇게 망가졌나. KIA 타이거즈가 불펜의 총체적 난조 속에 7연패 수렁에 빠졌다. 승리조는 잡았던 승리를 지키지 못하고, 추격조는 벌어진 점수차를 더 크게 벌리면서 타선의 추격 의지를 꺾고 있다. 불펜이 이대로면 김도영이 돌아와도 5강을 장담할 수 없다.
최근 KIA의 7연패 과정에는 두 가지 패턴이 반복됐다. 하나는 잡아야 할 경기에서 승리조가 무너지는 유형이다. 22일 정해영의 블론세이브, 23일 조상우의 붕괴가 대표적이다. 다른 하나는 일찌감치 큰 점수차로 벌어진 뒤 뒤늦게 추격하다 결국 지는 패턴이다. 29일 두산전에선 중반까지 7점차로 끌려가다 막판에 맹추격했지만 '졌잘싸'에 만족해야 했다. 승리를 지켜야 할 승리조도, 점수차가 더 벌어지지 않게 버텨줘야 할 추격조도 모두가 부진한 가운데 연패가 길어지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 통합우승 시즌인 작년 KIA 불펜은 평균자책 4.98로 전체 3위를 기록했다. 1점차 이내 접전 상황에서 불펜진 평균자책은 4.44로 전체 3위였다. 정해영의 깔끔한 마무리에 마당쇠 장현식, 좌완 불펜 곽도규, 마무리급 셋업맨 전상현 등 필승조 투수들이 뛰어난 구위로 뒷문을 탄탄히 지켰다.
그러나 올 시즌 KIA 불펜은 평균자책 5.24로 9위까지 추락했다. 장현식이 FA 자격으로 LG로 이적했고, 곽도규는 수술로 시즌아웃됐다. 대신 조상우를 트레이드로 영입했지만 좀처럼 예전만한 구위를 찾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조상우는 관리가 필요한 유형이라 언제 어떤 상황에 아무렇게나 마운드에 던져놔도 제몫을 해줬던 장현식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7-8회를 지켜준 버팀목이 빠져나간 KIA 불펜의 올시즌 이닝별 실점을 살펴보면 8회가 평균 0.75점으로 최다다. 장현식과 곽도규가 있었던 작년에는 0.58점이었다. 접전 상황에서의 부진도 도드라진다. 1-3점차 상황에서 불펜 평균자책이 무려 7.48에 달한다.
로우 레버리지 투수들이 하이 레버리지 상황으로 이동하면서 자연히 추격조 불펜도 약해졌다. 성영탁, 이호민 등 신인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신인은 어디까지나 신인이다. KIA는 3점 이내 열세 상황에서 불펜 평균자책 7.48로 9위, 3점차 이상 큰 점수차 열세에서는 8.38로 10위를 기록하고 있다.
점수차로 뒤진 상황에 나오는 투수들이 줄줄이 실점하니 타선의 힘으로 역전하는 능력도 예년만 못하다. 작년에는 5회까지 열세 경기 승률이 29%, 6회까지 열세 경기 승률이 28%였다. 하지만 올해는 5회까지 열세 경기 승률 18%, 6회까지 열세 경기 승률 6%로 좀처럼 뒤집기 승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
후반기 들어 불펜 평균자책이 8.48로 더 치솟은 KIA는 결국 휴식일인 28일 3대 3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지난해 통합우승 주역인 외야수 최원준과 이우성, 내야수 홍종표를 NC에 보내고 신인 정현창과 투수 김시훈, 한재승을 영입했다. 불펜 문제 해결을 위해 즉시전력감 불펜 2명을 데려오는 승부수였다.
다만 트레이드 후 첫 경기에서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일단 선발 김도현이 5.1이닝 6실점(4자책)으로 무너지면서 일찌감치 점수가 벌어졌다. 6회초가 끝났을 때는 점수가 0대 7이었다. 6회말 1점을 따라붙은 뒤 여기서 이적생 김시훈을 기용했지만, 김재환을 상대로 2점 홈런을 허용해 1대 9로 점수가 더 벌어졌다. 김시훈은 KIA 데뷔전에서 1.2이닝 2피안타(1홈런) 2탈삼진 2실점으로 아쉬운 신고식을 치렀다.
KIA 타선은 1대 9로 벌어진 뒤부터 뒤늦게 추격을 시작했다. 7회말 나성범의 홈런 등으로 3득점, 9회 김태군이 2점 홈런을 날려 6대 9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세이브 상황이 되자 두산은 마무리 김택연을 올려 1이닝 2탈삼진 퍼펙트 무실점으로 경기를 종료했다.
지난해 우승 주력타자 최원준, 이우성을 내주고 단행한 트레이드인 만큼 KIA는 일단 김시훈과 한재승에게 승리조 불펜급 활약을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김시훈은 한때 NC 마무리 역할도 했고 승리조에서 활약했던 투수다. 한재승도 묵직한 구위로 차세대 마무리 후보로 꼽혔던 투수다. 둘이 NC 필승조 시절의 능력과 경험을 살려 반등에 성공해서 승리조 역할을 해준다면 KIA로선 베스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두 선수가 올시즌 NC 주력 불펜에서 밀려난 상황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당장 승리조 활약은 무리한 기대일 수 있다. 기존 KIA 불펜진과 비교해 확실한 업그레이드라고 하기엔 애매한 점이 있다. 그보다 승리조는 아니라도 추격조에서라도 나름의 몫을 해주길 바라는 게 현실적 기대일지 모른다.
새 얼굴들이 추격조에서 잘 버텨주면서 지친 기존 불펜진의 부담을 덜어주고, 그 속에서 타선의 힘으로 뒤집는 경기가 나오면 침체된 분위기가 살아날 수 있다. 추격조에서 어느정도 경쟁력을 보여준 뒤 승리조로 이동하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승리조 추격조 할 것 없이 다 무너진 KIA 마운드의 현 상태에선 호랑이가 아니라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서 뒷문을 지켜야 한다.
시즌 개막부터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좀처럼 치고 올라가지 못하는 KIA다. 이제 타자들은 하나둘씩 복귀해서 거의 베스트에 가까운 멤버를 가동하고 있다. 작년 MVP 김도영까지 8월 중 돌아오면 완전체 라인업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타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승리조, 추격조 할 것 없이 무너지는 현 불펜 상태로는 2년 연속 우승은 고사하고 가을야구 진출도 위태롭다. 그것을 알기에 KIA도 3대 3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을 것이다. 오늘 포함 이틀 남은 트레이드 마감일 전에 불펜 강화를 위한 KIA의 후속 대책이 있을지도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