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형제가 같은날 트레이드? 잠수함 로저스는 메츠로, 좌완 로저스는 신시내티로 이적 [스춘 MLB]
타일러는 메츠로, 테일러는 파이리츠로...MLB 역사상 보기드문 형제 같은날 트레이드 진기록
[스포츠춘추]
매년 12월 17일이면 타일러 로저스와 테일러 로저스는 생일 기념 캐치볼을 한다. 이제 이 쌍둥이 형제에겐 7월 30일도 기억해야 할 기념일이 됐다. 둘 다 같은 날 트레이드됐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서 900경기 넘게 뛰며 2023년과 2024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형제는 31일(한국시간) 각각 다른 팀으로 흩어졌다. 좌완 테일러는 신시내티 레즈에서 피츠버그 파이리츠로, 우완 타일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 메츠로 향했다.
메츠는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하루 앞두고 불펜 보강에 사활을 걸었다. 그 결과물이 바로 독특한 언더핸드 투구폼으로 유명한 타일러 로저스다. 메츠는 호세 부토와 유망주 드류 길버트, 블레이드 티드웰을 넘기고 로저스를 데려왔다.
34세인 타일러는 지난 5년간 마무리가 아닌 불펜투수 중에서는 최고 수준의 활약을 펼쳤다. 평균자책 2.74를 기록하며 클리블랜드의 엠마뉴엘 클라세보다 많은 346경기에 나섰다. 올 시즌엔 평균자책 1.80으로 구원투수 중 9위에 올라 있다.
타일러의 성공 비결은 독특한 폼에서 나오는 공의 궤적이다. 잠수함 형태로 던지는 그의 평균 구속은 83.3마일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느린 수준이다. 삼진을 잡아내는 비율도 20% 남짓으로 평균에 못 미치지만, 특이한 팔 각도 때문에 타자들이 제대로 맞히기 힘들어한다.
타일러의 평균 릴리즈 포인트는 지면에서 1.4피트 높이다. 워낙 독특해서 여러 메이저리그 팀이 사용하는 투구 시각화 시스템 '트라젝트'조차 그의 투구를 재현해내지 못한다. 그의 슬라이더는 좌타자에게 위쪽과 안쪽으로 휘어 들어가는데, 이는 일반적인 우완 투수의 슬라이더와는 정반대 궤적이다.
메츠가 로저스를 데려오기 위해 치른 대가는 만만치 않았다. 부토는 작년 여름부터 메츠 불펜의 한 축을 담당하며 83이닝 동안 평균자책 2.93을 기록했다. 길버트는 2023년 저스틴 벌랜더 트레이드로 메츠가 얻은 유망주로, 올해 최근 47경기에서 OPS 0.890을 기록하며 기량을 되찾고 있었다. 티드웰은 2022년 2라운드 지명을 받은 유망주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평균자책 9.00으로 고전 중이었다.
불펜 보강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메츠는 이번에 좌완 그레고리 소토에 이어 타일러까지 영입하며 포스트시즌을 겨냥한 전력 보강을 완성했다. 샌프란시스코 역시 시즌 말 자유계약선수가 될 로저스 대신 메이저리그급 선수 3명을 확보하며 미래를 위한 포석을 다졌다. 최근 13경기에서 11패를 당하며 5할대로 추락한 상황에서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같은 날 형제가 모두 트레이드되는 상황은 54년 만의 일이다. 테일러는 신시내티 레즈에서 피츠버그 파이리츠로 향했다. 파이리츠는 3루수 키브라이언 헤이즈를 신시내티에 보내고 좌완 테일러를 영입했다. 형 타일러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테일러 역시 메이저리그에서 검증받은 불펜 투수다.
형제가 같은 날 트레이드된 마지막 사례를 찾으려면 1970년 11월 30일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포수 대니 브리든과 1루수인 그의 형 할 브리든이 각각 다른 거래를 통해 시카고 컵스로 이적했다. 하지만 두 형제 모두 타율 1할대에 그치며 큰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로저스 형제는 브리든 형제와 다른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는 1976년 조 니크로가 형 필 니크로를 상대로 생애 유일한 홈런을 터뜨린 일화처럼 기억될 만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매년 생일 기념 캐치볼을 할 때, 이들에겐 7월 30일의 기억도 함께 떠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