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승부였다" 신인왕 후보 맞대결, 5이닝 무실점 송승기 판정승...안현민은 4타수 1안타 [스춘 리뷰]
관심 집중된 안현민 vs 송승기 대결에서 송승기 승리투수...5이닝 무실점 호투로 시즌 9승째
[스포츠춘추]
관심을 모았던 신인왕 후보 1순위와 2순위의 맞대결이 2순위 송승기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는 LG가 18대 0으로 대승을 거두며 마무리됐다. 18점 차는 올 시즌 최다 점수 차 기록이다.
이날 경기는 올해 신인왕 레이스 강력한 후보로 평가받는 안현민(KT)과 송승기(LG)의 직접 맞대결로 눈길을 끌었다. 두 선수 모두 입단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올 시즌 놀라운 활약을 펼치며 깜짝 스타로 떠오른 신예들이다. 안현민은 규정타석에 조금 못 미치지만 타율, 출루율, 장타율 부문에서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하며 '한국의 애런 저지'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송승기도 140km/h 중후반대 강속구와 뛰어난 제구, 변화구를 앞세워 LG 국내선발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이날 전까지 판세는 안현민 쪽이 우세한 흐름이었다. 송승기도 뛰어나지만 안현민은 신인왕을 넘어 MVP 후보로까지 거론될 정도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송승기 본인조차 인정할 정도로 안현민의 임팩트가 강한 상황에서, 추격자 송승기로서는 안현민과의 맞대결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게 중요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경기만 놓고 보면 송승기의 '판정승'이었다. 송승기는 3번타자 지명타자로 출전한 안현민과 세 차례 대결했다. 1회 첫 대결은 1사 주자 2루 득점권 찬스 상황에서 벌어졌다. 송승기는 초구 몸쪽 꽉 찬 속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2구째 가운데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던져 안현민을 3루 땅볼로 잡아냈다. 어려운 고비를 넘긴 송승기는 1회를 실점 없이 마무리했고, LG 타선이 2회말 공격에서 선취점을 뽑아냈다.
송승기는 경기 후 "안현민 선수와의 대결에서는 생각보다 첫 타석에서는 크게 의식하지 않고 던질 수 있었다"며 "2번째 타석까지도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대결은 1대 0으로 앞선 3회초였다. 이번에도 2사 1루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대결이 이뤄졌다.
송승기는 초구 바깥쪽 빠른볼로 스트라이크를 잡고, 2구째는 비슷한 코스에 체인지업으로 파울을 유도했다. 3구째 낮게 벗어나는 슬라이더 볼 이후 4구째 바깥쪽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던졌다. 안현민의 방망이가 따라나오면서 땅볼 타구가 형성됐고, 유격수 쪽으로 향하면서 1루 주자가 2루에서 포스아웃됐다. 역시 실점 없이 이닝을 종료했다.
LG 타선은 3회말 공격에서 무려 6점을 뽑아내며 송승기를 지원했다. 4회말에도 2점을 추가해 점수가 순식간에 9대 0이 됐다. 송승기는 5회 승리투수 자격을 얻으러 등판했다. 2사 후 3루수 실책으로 주자를 1루에 둔 상황에서 안현민과 세 번째로 상대했다.
이번에도 송승기는 공격적인 피칭으로 유리한 카운트를 잡고 시작했다. 초구 파울, 2구째 루킹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3구째 몸쪽 깊은 속구가 볼로 빠져 1-2 카운트가 됐다. 여기서 4구째 앞 타석처럼 바깥쪽 크게 벗어나는 체인지업을 던졌다. 그러나 여기서 안현민이 기술적인 타격으로 밀어서 우전안타를 연결했다. 세 번째 타석만에 첫 안타를 기록한 것이다.
송승기는 "세 번째 타석에서는 점수차가 크게 나다보니 욕심이 생겼고 안타를 내줬다"며 "역시 훌륭한 타자임을 느낄 수 있었다. 재밌게 승부를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송승기는 후속타자 멜 로하스를 3루수 파울플라이로 잡고 역시 실점 없이 이닝을 마감했다. 5이닝 5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이날의 피칭을 마감했다.
송승기의 호투 뒤에는 포수 이주헌의 리드가 있었다. 송승기는 "오늘 피칭은 평소보다 덜 공격적이었는데, 포수인 이주헌이 리드를 잘해주면서 흥분할 때마다 가라앉혀주었다"며 "전체적으로 직구가 힘있게 들어가서 경기를 잘 끌고 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경기 전에는 선배들이 팀 타격이 올라왔기 때문에 내 역할에만 집중하면 된다고 응원해주었고, 이에 힘입어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LG 타선은 이날 21안타 18득점으로 KT 마운드를 녹아내리게 만드는 화력을 발휘했다. 2회말 선두타자 문보경이 우월 솔로홈런을 날려 선취점을 뽑았다. 3회에는 1사 1, 2루에서 김현수가 좌익선상 2타점 2루타를 날리는 등 타자일순하며 대거 6점을 뽑아 7대 0으로 크게 앞섰다. 4회에는 다시 문보경이 투런홈런을 날린 뒤, LG는 5회말에도 타순이 한 바퀴 돌며 7점을 추가해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LG는 5회말 공격에서 대거 7득점을 몰아치며 16대 0으로 리드를 크게 벌려 KT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사라지게 했다. 8회말에는 마운드에 오른 강백호를 상대로 이주헌이 솔로홈런을 치는 등 2점을 추가하며 쐐기를 박았다. LG 문보경은 홈런 두 방을 포함해 6타수 5안타 7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3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한 김현수는 역대 세 번째로 통산 1천500타점을 달성했다.
안현민은 8회초 마지막 타석에서 좌완 최채흥을 상대로 4구 만에 루킹 삼진아웃을 당하며 이날 경기를 4타수 1안타로 마감했다. 시즌 타율은 0.362로 소폭 하락했다. 반면 송승기는 시즌 9승(5패)을 기록하며 평균자책을 3.12로 끌어내려 다시 2점대 진입을 바라보게 됐다. 또 1승만 추가하면 LG 좌완선발 역사에 또 하나의 10승 투수로 올라갈 기회를 잡았다.
송승기는 "간만에 잠실에서 던지게 되었는데 팬분들의 함성으로 승부욕이 끌어올랐다"며 "그래서 더 힘을 낼 수 있었고, 팀 스윕에 공헌할 수 있었다. 다음 등판에도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전체적으로 타선이 터지면서 오랜만에 여유 있는 경기를 했고, 박해민 3안타, 구본혁 4안타, 문보경이 홈런 2개 포함 5안타 7타점으로 전체적인 타선을 이끌었는데, 이 타격감이 계속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또 "선발투수 송승기가 자기 역할을 잘해주었고, 이어나온 함덕주, 백승현, 최채흥이 자기 이닝들을 책임지고 잘 막아주었다"며 "김현수 1천500타점을 축하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