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마침내 헤어질 결심 "토트넘 떠나겠다...내 축구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결정" [스춘 해축]
서울 기자회견서 이별 공식화... "마지막 월드컵 위해 새 환경 필요"
[스포츠춘추]
결국 그 순간이 왔다. 토트넘 훗스퍼의 주장 손흥민(33)이 2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여름 클럽을 떠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축구 인생에 가장 어려운 결정이다"라고 말했다. 10년 여정의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LAFC와 사우디 구단들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았던 터였다. 토마스 프랭크 신임 감독 체제에서 입지가 줄어들 거란 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막상 본인 입에서 나온 이별 선언은 무겁게 다가왔다.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뉴캐슬전이 캡틴의 마지막 토트넘 무대가 될 것이다.
손흥민은 "올여름에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며 먼저 입을 열었다. 지난 5월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지 두 달 만이다. 이유는 명확했다. "UEFA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내가 이룰 수 있는 걸 다 했다는 게 가장 컸다"고 말했다. "새 환경에서 나를 밀어붙이고 약간 변화를 줘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떠나기로 결심한 건 "좀 오래됐다"고 손흥민은 털어놓았다. "그래서 나에게 쉽지 않은 몇 주, 며칠이었다"며 "10년을 보낸 곳에서 홀가분하게 떠나는 게 쉽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미리 소식을 접한 동료들의 반응에 대해 "오랜 동료이자 친구로 실망하면서도 존중하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선수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는 말에선 동료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엿보였다.
옆에 앉은 토마스 프랭크 감독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감독은 "이 환상적인 사람이자 선수와 함께 할 기회를 갖고 싶었다"며 "모든 면에서 진정한 토트넘 레전드"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선수가 한 클럽에 오래 있었다면, 클럽이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항상 온다"는 말로 축구 '비즈니스'를 받아들였다.
손흥민의 선택 배경엔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이 있다. "월드컵이 가장 중요하다. 나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 있기에 내가 모든 것을 다 쏟을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행복하게 축구할 수 있는 곳"이라는 말도 의미심장했다. 단순히 높은 연봉이 아니라 마지막 전성기를 위한 최적의 환경을 찾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현재 LAFC와 협상이 진행 중이다. 사우디 구단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손흥민은 미국행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체적인 행선지에 대해서는 "미래의 거취는 내일 경기 이후 확실해지면 말씀드릴 수 있다"며 신중함을 보였다.
손흥민의 토트넘 마지막 경기는 고국에서 펼쳐진다. 3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뉴캐슬전이다. 1일 인천공항에 몰린 수백 명의 팬들처럼, 일요일에도 66,000여 관중의 뜨거운 환호가 기다리고 있다. 이보다 완벽한 피날레가 있을까.
프랭크 감독은 "손흥민이 주장으로 팀을 이끌 것"이라고 확인했다. "만약 마지막 경기라면, 고국에서 모든 팬들 앞에서 토트넘 커리어를 마무리하는 것은 아름다운 엔딩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손흥민도 "내일 즐거운 경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즐기겠다"고 다짐했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454경기 173골을 기록했다. 클럽 역사상 5번째 득점 기록이다. 2021-22시즌엔 아시아 선수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23골)에 올랐고, 2019년 번리전 골로 FIFA 푸스카스상을 수상했다. 해리 케인, 가레스 베일, 루카 모드리치가 트로피를 찾아 떠났지만 손흥민만은 끝까지 남아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뤘다.
손흥민은 "난 북런던에 23세 소년으로 왔고, 영어도 못 했었다. 그러다 이제 남자로 떠난다"고, "10년간 축구선수로 가장 많이 성장한 곳이 토트넘이다"라고 지난 10년 세월을 돌아봤다. 이어 "팀에서도 많이 도와주고 내 선택을 존중해줘서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구단에 대한 고마움도 표했다.
"토트넘 팬들 모두에게 너무나 많은 사랑을 주고 내 고향이란 느낌을 줘서 감사하다"는 마지막 인사는 뭉클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결정이지만 그래야 할 시기라고 생각했다. 모두가 이를 존중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10년 토트넘 여정의 마침표가 이렇게 찍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