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섹스 테이프 유포한 레알 마드리드 수비수, 징역 2년 6개월 구형...소속팀의 선택적 침묵 [춘추 해축]

미성년자 성관계 영상 유포한 선수 끝까지 보호한 레알 마드리드

2025-08-03     배지헌 기자
성관계 동영상 유포 혐의로 수사를 받는 아센시오(사진=아센시오 SNS)

 

[스포츠춘추]

2일(한국시간) 스페인 검찰이 레알 마드리드 수비수 라울 아센시오(22)에게 징역 2년6개월을 구형했다. 미성년자 성관계 영상 유포 혐의다. 소속 클럽 레알의 반응은 전에도 지금도 여전했다. 침묵. 그리고 또 침묵. 2년 가까이 이어진 길고 긴 침묵 뿐이다.

2023년 6월 카나리아 제도에서 벌어진 사건은 복잡하지 않았다. 레알 유스 선수들이 16세 미만 소녀를 포함한 성관계를 촬영했고, 당사자 동의 없이 유포했다. 아센시오는 직접 촬영하지 않았지만 영상을 받아 타인에게 보여줬다. 피해자들이 삭제를 요청했을 때 선수들은 "삭제하겠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다른 휴대폰으로 옮겨 저장했다.

9월 스페인 헌병대가 훈련장에 나타났을 때 레알의 대응은 신속했다. 성명서 한 장. "사실관계 파악 후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 페란 루이스, 후안 로드리게스, 안드레스 가르시아는 체포됐고, 아센시오는 증인에서 용의자가 됐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레알이 말한 '적절한 조치'에 따라 체포된 3명은 모두 팀을 떠났다. 루이스는 지로나로, 로드리게스와 가르시아는 3부 리그로 향했다. 지난 여름 일제히 레알을 떠난 이들에 대해 구단은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이들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적절한 조치'에서 아센시오는 예외엿다. 아센시오는 지난해 11월 톱팀으로 승격됐다. 수비수 부상 사태가 기회를 열어줬고, 그 뒤는 순탄했다. 3부 리그 카스티야에서 뛰던 선수가 챔피언스리그에 나서고, 46경기를 소화했다. 올 3월엔 스페인 대표팀에도 발탁됐다. 같은 사건에 연루된 다른 선수들과는 정반대의 행보였다.

대표팀 발탁 당시 아센시오는 여유만만했다. "자신의 행동은 본인이 가장 잘 안다. 그렇기에 나는 매우 편안하다."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말치곤 당당했다. 5월엔 더욱 구체적인 성명을 발표했다. "어떤 여성의 성적 자유도 침해한 적 없다."

결백 주장은 피의자의 권리다. 문제는 구단의 일관성 없는 기준이었다. 무죄추정의 원칙. 말이야 좋지만 원칙이 선택적으로 적용됐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다른 3명 역시 유죄가 확정된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조용히 레알을 떠났고, 아센시오만 베르나베우에 남았다. 이유가 무엇일까.

카를로 안첼로티가 브라질 대표팀 지휘봉을 잡는다(사진=안첼로티 SNS)

그 사이 축구장은 난장판이 됐다. 레알 소시에다드 원정에서 시작된 야유가 알라베스까지 이어졌다. 주심이 라리가의 혐오 발언 금지 조치를 발동해 경기를 중단시킬 정도였다. 당시 안첼로티는 기자들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경기에서 뺄 생각 없다." 감독은 피해자가 아니라 선수 보호를 우선했다.

레알은 지금도 아센시오를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올 여름 딘 하위센을 영입했고, 밀리탕과 뤼디거도 부상에서 돌아왔다. 알라바까지 복귀하면 중앙 수비수만 5명이다. 그럼에도 사비 알론소 신임 감독 체제에서 아센시오의 자리는 견고하다. 축구적 가치 때문일까, 아니면 이미 내린 결정을 번복하기 어려워서일까.

검찰의 이번 구형은 구체적이었다. 아센시오에게는 징역 2년6개월과 피해자 각각에 5000유로(약 797만원)씩 총 1만유로의 배상. 나머지 3명에게는 4년7개월의 중형과 2만5000유로의 배상이었다. 피해자들은 현재 모두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치료받고 있다. 16세 미만이었던 소녀의 상처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스페인 사법부에 따르면 이런 사건들은 보통 몇 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린다. 아센시오와 나머지 피고인들은 재판이 열리면 법정에 직접 서야 한다. 언젠가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때가 되면 레알 마드리드도 다시 한번 '적절한 조치'를 내놓을까.

돌이켜보면 2023년 9월 구단이 약속한 '적절한 조치'는 처음부터 이런 것이었는지 모른다. 같은 사건에 연루된 4명 중 3명은 조용히 정리하고, 1명은 에이스로 키워내는 것. 그 선별 기준이 축구 실력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무엇이었는지는 레알 마드리드만이 알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 모든 선택의 결과는 결국 구단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