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억 잭팟 송성문, ML 진출 여전히 가능하다? 키움 "계약기간 내 포스팅 가능...진출시 잔여 계약 파기" [스춘 이슈분석]
6년 120억원 무옵션 다년계약...포스팅 통한 미국 도전은 여전히 가능
[스포츠춘추]
송성문의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 완전히 소멸한 건 아니다?
키움 히어로즈는 4일 "송성문과 6년 120억원 규모의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구단과 선수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3일 롯데전이 끝난 뒤 계약식을 가졌다. 계약 조건은 6년 120억원에 무옵션으로 전액을 보장하는 파격적인 조건이다. 계약기간 내 옵트아웃 조항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KBO리그 비 FA 다년계약 중 역대 여섯 번째로 총액 100억원을 돌파한 이번 계약으로 송성문은 버건디 원클럽맨 행보를 걸어갈 수 있게 됐다. 지난해부터 각종 트레이드설이 끊이지 않았고, 포스팅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설도 계속 나왔지만 결국 키움 잔류를 선택한 송성문이다.
다만 이번 다년계약으로 미국 진출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키움 관계자는 "여전히 본인이 메이저리그를 원하고, 송성문을 원하는 구단이 있으면 계약기간 내에 포스팅에 도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경우 잔여계약은 파기된다. 관계자는 "미국에 진출했다가 만약 KBO리그로 돌아오면 키움이 보류권을 갖는다. 이 경우 규정상 4년 이후에 FA 신청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2031년까지 이어지는 다년 계약을 맺긴 했지만, MLB 포스팅 도전은 계약 기간 중에도 계속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르면 당장 올 시즌이 끝난 뒤라도 포스팅이 가능하다. 이 경우 키움이 6년 120억원을 지불하기도 전에 계약이 파기될 가능성도 있다.
키움 관계자는 "우리 구단은 선수들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더 큰 무대에 도전하는 걸 항상 응원해 왔다"면서 "송성문이 충분한 실력과 경쟁력을 갖추고,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주는 외국 구단이 있다면 상호 논의 하에 수락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송성문의 미국 진출은 현 단계에선 어디까지나 사고 실험의 일종이고 가능성의 영역이다. 일부 미국 구단 스카우트들이 관심을 보이고는 있지만 앞서 진출한 김하성, 이정후, 김혜성 수준의 적극적인 관심은 아니다. 한 내셔널리그 구단 스카우트는 "만약 포스팅을 시도하더라도 김하성, 김혜성만큼의 조건을 받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키움 관계자는 최근 구단을 둘러싼 여러 논란과 이번 계약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송성문 계약 소식이 전해진 뒤 야구계 일각에서 '2년 뒤 샐러리캡 하한선 도입을 대비한 것 아니냐' '비판 여론 무마나 국면전환용 아니냐' 등의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지만 "제도 변화, 외부 요인과는 무관한 계약"이란 설명이다.
키움 관계자는 "우리 구단은 송성문 선수와는 반드시 함께 가야 될 것 같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연초부터 계획을 해왔고, 이미 작년 시즌을 마치고 이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송성문의 팀 내 위상과 향후 가치, 구단 전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이뤄진 계약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키움은 과거에도 종종 주축 선수나 FA 시장에서 의외의 거액 계약을 체결한 사례가 있었다. 2012년에는 트레이드로 다른 팀에 보냈던 이택근과 4년 총액 50억원 FA 계약을 맺어 야구계에 충격을 안겼다. '선수를 파는 구단'이라는 기존 이미지와 정반대 움직임이었다. 2022년에도 원종현과 4년 25억원 계약을 체결해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일반적인 구단이라면 송성문처럼 FA를 앞둔 리그 정상급 주축 선수가 있으면 당연히 비FA 다년계약을 추진하게 마련이다. 키움이라는 팀명을 지우고 보면 송성문의 다년 계약 체결이나 계약 조건은 지극히 정상적인 수순이다. 선수 입장에서는 만약 미국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 계약을 파기하고 도전할 수 있고, 구단 입장에서도 코어 선수를 장기간 보유할 수 있으니 윈-윈이다. 혹시 미국에 가더라도 돌아오면 4년 보류권을 행사할 수 있으니 나쁠 게 없다.
키움의 한 현장 지도자는 "내년 안우진이 본격적으로 합류하면 외국인 투수들, 하영민과 함께 상당히 경쟁력 있는 투수진을 갖추게 된다"고 말했다. 투수진에는 안우진, 타선에서는 송성문이 기둥 역할을 하면서 올시즌과는 다른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기대다. 송성문 장기계약은 이런 구상 실현을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