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아섭 트레이드, 3개 구단에서 제안했다...NC "최종 오퍼는 한화 포함 2곳, 시간 쫓긴 헐값 거래 아냐" [스춘 이슈분석]

복수 구단이 최종 오퍼...NC "구단으로서도 더 나은 조건, 선수에게도 좋을 팀이 한화였다"

2025-08-05     배지헌 기자
한화 유니폼을 입은 손아섭(사진=한화)

 

[스포츠춘추]

통산 2500안타 타자 손아섭을 탐낸 구단은 한화 이글스 한 팀만이 아니었다. 복수 구단이 손아섭 영입전에 참전해 최종 오퍼를 건넸고, NC 다이노스는 그중 가장 나은 조건을 제시한 한화와 손잡았다. 헐값 매각이나 시간에 쫓겨 한 협상은 결코 아니라는 게 NC 주장이다.

NC는 지난달 31일 베테랑 외야수 손아섭(37)을 한화로 보내고 2026년 신인 3라운드 지명권과 현금 3억원을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트레이드가 마감 직전 이뤄진 데다 손아섭이라는 이름값에 비해 돌아온 대가가 크지 않아 '헐값 매각'이라는 비판이 일각에서 나왔다. 하지만 NC는 이런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NC가 처음부터 손아섭을 내놓으려 했던 건 아니다. NC 핵심 관계자는 "당연히 우리 구단도 손아섭 선수에 대한 미련과 애착이 있다"면서 "고참 선수로서 보여준 워크에식은 최고였고 인간적으로도 동료, 직원들과 정말 잘 지냈다. 마케팅적인 면에서도 구단에 도움되는 부분이 많았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스포츠'만 생각하면 손아섭과 계속 함께하는 게 맞았다.

선수단과 인사하는 손아섭(사진=한화)

하지만 비즈니스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프로야구의 세계다. 시즌 후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는다는 점과 내년 38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를 감안해 계산기를 두드려볼 필요는 있었다. 이에 NC는 몇 달 전부터 손아섭에 대한 '태핑(시장 반응 조사)'을 조심스레 진행해왔다. 손아섭의 시장 가치가 어느 정도 수준에서 형성될지, 잔류 계약이 가능할지를 가늠하는 데 필요한 절차였다. 이 과정에서 NC가 손아섭 트레이드를 고려한다는 소문이 야구계에 퍼졌다.

한편 4월 중순까지 4할대 타율을 넘나들며 폭발적인 타격감을 자랑하던 손아섭은 이후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조금씩 페이스가 하락했다. 5월 타율 0.228, 6월 타율 0.250으로 주춤했고 5월 말과 7월 말 두 차례 부상자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출전 기회가 조금씩 줄어드는 가운데 KIA 타이거즈와의 3:3 트레이드로 외야수 2명(최원준, 이우성)을 영입하면서 팀 외야 뎁스에도 변화가 생겼다. 손아섭의 플레잉타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시즌 뒤 FA가 되는 선수 입장에선 충분한 기회가 주어져야 가치를 증명하고 몸값을 높일 수 있는데 답답한 노릇이었다. 구단도 선수도 결국 트레이드가 탈출구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가운데 트레이드 마감일을 앞두고 몇몇 구단에서 손아섭 영입을 문의해왔다. NC 핵심 관계자는 "마감일 당일 3곳 정도 구단에서 문의가 왔고, 이 가운데 두 구단에서 최종 오퍼가 들어왔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는 단독 선두로 우승을 도전하는 한화 이글스도 포함됐다. 공격력 강화가 필요한 한화는 여러 주전급 야수 자원을 알아보다 여의치 않자 베테랑 손아섭을 타깃으로 삼았다. 트레이드 마감 2시간 정도를 앞둔 시점이었다.

NC는 두 구단의 제안을 비교한 끝에 한화를 택했다. 제안 내용에 현격한 차이는 없었지만 한화 쪽이 근소하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했다. NC 핵심 관계자는 "구단 입장에서 좀 더 나은 오퍼인 것도 있지만, 이왕이면 손아섭 선수에게도 좋을 만한 팀을 고르려고 했고 그게 한화였다"고 밝혔다.

손아섭은 포스트시즌은 여러 차례 출전했지만 아직 한국시리즈 경험이 없다. 트레이드 당시 기준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는 한화에 합류하면 우승 도전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손아섭 합류로 한화가 우승을 차지한다면, 부상과 부진으로 다소 하락한 FA 시장에서의 가치를 다시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NC에서 한화로 이적한 손아섭(사진=NC)

일각에서 '헐값' 비판을 제기했지만 NC 생각은 다르다. 올 시즌 손아섭의 연봉은 5억원이다. 잔여 기간 지불해야 하는 연봉과 옵션을 합하면 남은 금액은 3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트레이드로 이 금액이 세이브되고, 트레이드 머니로 받는 3억원도 있다. 그리고 3라운드 드래프트 픽까지 받았다.

C등급인 손아섭이 FA로 이적할 경우 NC가 받을 수 있는 보상금은 7억 5천만원(연봉의 150%)이다. 핵심 관계자는 "트레이드 머니 3억원과 세이브된 3억원을 합하면 보상금으로 받을 수 있는 7억 5천만원에 조금 못 미친다. 이를 드래프트 픽으로 상쇄한다고 보고 트레이드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미 시장에서의 가치가 어느 수준에서 형성될지는 파악한 상황이었다. NC가 받은 오퍼들이 사전에 파악한 밸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다른 구단 프런트 출신 야구인도 "손아섭의 나이와 예비 FA라는 점, 전체 계약에서 남은 시즌 세이브되는 금액을 고려해서 트레이드 대가를 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외부에서 볼 때 아쉬울 순 있는데 크게 밑진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NC 핵심 관계자는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된 임선남 단장의 '시간이 부족했다' 발언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임 단장의 말은 트레이드가 마감시한에 임박해서 이뤄졌기 때문에 좀 더 '네고'를 하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한 것"이라며 "마감시한 전이 아니었다면, 더 시간을 두고 협상해서 하나라도 더 받는 거래가 됐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에 쫓겨 헐값에 한 거래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NC 베테랑 타자 손아섭(사진=NC)

결국 손아섭 트레이드는 NC 입장에선 현재 선수단 구성과 중장기적 비전, 구단 재정을 고려한 비즈니스적 선택이었다. 물론 이런 설명으로 팬들이 느끼는 박탈감과 아쉬움을 달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선수를 향한 팬들의 애착은 감정의 영역인데 여기에 논리를 따지는 게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NC 핵심 관계자도 "팬들이 서운해하시고 비판하시는 부분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하지만 만약 NC가 손아섭을 계속 보유하고 그대로 남은 시즌을 보냈다면, 구단과 선수 모두 손해인 결과였을 것이다. 구단은 아무것도 손에 넣지 못하고, 손아섭은 벤치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예비 FA로서 가치만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그대로 FA 시장에 나갔다면 원하는 평가를 받기도 어려웠을 터다.

트레이드로 NC는 뎁스 정리와 함께 드래프트 픽을 확보했다. 손아섭은 우승에 도전하고 가치를 증명할 기회를 얻었다. 한화도 우승에 필요한 공격력 보강을 얻었다. 스포츠로 생각하면 욕먹을 각오를 하고 한 일이지만, 비즈니스로 생각하면 완전히 잘못된 거래라고 하기 어렵다. 가끔은 욕을 먹어도 눈물을 머금고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