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우진 사태 충격 증언 "벌칙성 개밥 훈련, 선수는 여러 차례 거절"...실제 지시자는 따로 있다? [스춘 이슈]
구단 "파트 코치 권유" vs 제보 "실제로는 오윤 감독대행이 지시"...은폐 시도 의혹까지
[스포츠춘추]
안우진은 키움 히어로즈 에이스이자 KBO리그 에이스다. 150km/h 후반대 강력한 패스트볼과 괴물같은 슬라이더로 2022시즌 15승을 거두며 팀을 한국시리즈까지 이끌었다. 메이저리그에서 포스팅을 통한 진출이 가능한 선수로 주목하는 대어다. 그런 에이스가 구단의 어이없는 행태로 1년을 날리게 됐다. 여기에 이를 무마하고 책임을 축소하기 위해 구단이 사실과 다른 해명을 내놨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구단 해명과 실제 벌어진 상황은 전혀 달랐다는 게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들의 제보다.
지난 4일 한 매체의 보도로 알려진 안우진의 부상 소식에 대해 키움 구단은 하루 뒤 안우진의 수술 소식을 전하며 이를 인정했다. 구단 발표에 따르면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인 안우진은 지난 8월 2일 휴일을 맞아 퓨처스팀 홈구장인 고양 국가대표야구훈련장에서 자체 청백전에 등판해 1이닝을 소화했다.
구단은 "자체 청백전 당시 선수들의 경기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패배 팀에 추가 훈련(펑고)이 예정돼 있었다"고 했다. 안우진이 속한 팀이 경기에서 패했고, "안우진은 추가 훈련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패배 팀 전체가 참여하는 분위기 속에서 파트 코치의 권유로 훈련에 동참하던 중 부상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야 필드에서 진행된 추가 펑고 훈련은 강도가 높지 않았고,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마치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코치의 가벼운 권유로 훈련에 참여했다가 우발적으로 부상을 입은 것처럼 묘사했다. 키움 관계자는 "당시 훈련에 참가한 선수들에게 물어보니 그날따라 훈련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다른 날보다도 좋았다고 하더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키움 사정에 정통한 야구인의 증언은 구단 해명과 정반대였다. 이 야구인은 "구단에서는 파트 코치가 안우진에게 훈련 참가를 지시한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로는 달랐다"고 증언했다.
안우진은 거부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고 훈련장에서 떠나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코칭스태프가 선수를 보내서 안우진을 불렀다는 것이다. 이어진 과정도 구단 설명과 전혀 다르다. "안우진은 다시 파트 코치에게 가서 '이걸 왜 해야 하나. 하기 싫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전했다. 그러자 코치는 '내가 결정할 게 아니다. 감독대행에게 물어보라'고 얘기했다. 어찌보면 파트 코치는 억울할 수 있는 상황이다."
안우진은 감독대행과 만나 '안 하면 안 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돌아온 대답은 "해야 하지 않겠냐"는 답변이었다. 여기서 안우진의 기분이 크게 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원래는 스파이크도 신고 해야 하는데, 스파이크도 안 신고 일반 운동화를 신었다고 한다. 기분이 상해서 본인 글러브가 아닌 다른 선수 글러브를 끼고 참가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키움이 '외야 펑고'라고 표현한 훈련은 단어가 주는 가벼운 느낌과는 전혀 다른 훈련이었다. 소식통은 "구단에서는 '외야 펑고'라고 했던데 실제 훈련은 '개밥'이라는 훈련이었다. 공을 사이드로 멀리 때리면 그걸 잡으러 가는 훈련이다. 우리가 개한테 공을 멀리 던지면 개가 달려가서 물어오지 않나. 그래서 붙은 이름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야구인은 "요즘 야구에서는 투수들한테 그런 걸 시키는 팀 없다. 옛날 김성근 감독 시절에나 하던 훈련이다"고 말했다. 다른 야구단 출신 관계자도 "투수에게 그런 훈련 시키는 팀이 요즘엔 거의 없다"고 확언했다. 키움이 주장한 "강도가 높지 않은 훈련"과는 거리가 먼, 일종의 체벌성 훈련이었다는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안우진은 '개밥' 훈련 두 차례 만에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소식통은 "두 개밖에 안 했는데 넘어져서 사고가 났다. 본인이 할 의사가 없는 걸 억지로 하다 보니 그런 사고가 발생한 거다. 내가 이거 왜 해야 돼? 그러다 보니 집중해서 하기 어렵고 사고가 발생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키움 출신 한 방송인은 "펑고를 하다가 어떻게 어깨 인대를 다칠 수가 있는지 의문이었는데, 그런 훈련이었다면 의문이 풀린다"고 혀를 찼다.
사태는 해당 파트 코치가 책임을 지고 사임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이로써 키움 2군 코칭스태프는 6명에서 5명으로 줄었다. 키움 구단은 다른 책임자나 윗선에 대해서는 안우진 수술 문제 등이 정리된 뒤 추후 필요성이 있다면 징계를 논의할 수도 있다면서 선을 그었다. 꼬리자르기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관해 소식통은 "코치가 책임지고 사임했지만 코치는 분명히 선수에게 얘기를 했다고 한다. '감독대행에게 가서 물어보고 못한다고 얘기하라'고. 그래서 말했는데 감독대행이 '해야 하지 않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거다. 코치는 사실 억울할 수 있는 입장이다"라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키움 관계자는 "오윤 감독대행이나 2군 책임자인 육성팀장이 그날 해당 자리에 있지 않았고 안우진에게 훈련을 지시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한편 일각에선 구단 차원의 '은폐 입막음' 의혹도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안우진 부상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 키움 히어로즈 관계자가 안우진 부상 사실 유출을 막기 위해 은폐를 시도했다"는 내용이 한 아마야구 전문 매체에 올라와 일파만파 번졌다.
"관계자가 사실을 숨기기 위해 퇴단까지 언급했다. 선수들에게 부상 사실을 발설하는 선수는 곧바로 퇴단시킬 것이라며 입단속을 지시했다. 언론 보도 후 관계자들이 선수들을 재차 집합시켜 내부자 색출에 나섰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키움 관계자는 "지목된 관계자로 추정되는 팀장에게 확인했지만 그와 같은 식의 표현을 선수들에게 사용한 사실이 없다고 한다"며 "부상 소식이 외부에 미리 알려지면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조심하자고 선수들에게 이야기하는 정도였다. 언론 보도 이후 추가 소집도 없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하지만 키움 2군의 분위기로 봐선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게 키움 소식에 정통한 이들의 증언이다. 한 소식통은 "입단속 시키는 일은 항상 있었다. 어떤 기사가 나거나 하면 '이거 누가 얘기했냐'며 찾아내려고 하곤 했다. 현재 선수들이 불만이 굉장히 많지만 외부에 쉽게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얘기했다가 의심받으면 분명히 불이익을 당한다"고 말했다.
이에 관해 키움 관계자는 "입단속이라는 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입막음한다고 외부에 알려지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소식통은 "구단으로서는 이 일이 알려지지 않아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며 "이장석 전 대표이사가 사실을 알면 노발대발했을 것이다. 거기까지 보고가 올라가지 않기를 원해서 조용히 해결하려고 했는데, 외부에 알려지고 기사가 나면서 일이 커진 것은 아니겠는가"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키움이 공식 해명을 내놓고 사태 수습을 시도하고 있지만 당시 실제 벌어진 일을 둘러싼 여러 의혹과 증언이 나오면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구단과 코칭스태프의 터무니없는 행태로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에이스 투수의 1년을 통째로 날리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이런 구단을 과연 다른 9개 구단과 같은 프로 구단으로 대우해야 할지 의문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