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직변경, KS 엔트리 제외, 부진, 부상...세월 못 이긴 끝판대장, 끝내 유니폼 벗는다 [스춘 이슈분석]

2024시즌 앞두고 FA 2년 계약, 거듭된 부진과 부상에 결국 은퇴

2025-08-06     배지헌 기자
투런 홈런을 맞고 무너진 오승환(사진=삼성)

 

[스포츠춘추]

KBO리그 역대 최초 마무리투수도 세월을 거스를 순 없었다. 삼성 라이온즈 끝판왕 오승환이 지난해부터 거듭된 부진과 부상 속에 마침내 은퇴를 결심했다. 

삼성은 6일 "오승환이 올시즌을 마지막으로 21년간의 프로야구 현역 생활을 마감한다"고 발표했다. 오승환은 지난 주말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유정근 구단주 겸 대표이사와 면담을 갖고 은퇴 의사를 전달했다. 구단은 오승환의 유니폼 21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하고, KBO 및 타구단과 협의해 은퇴투어를 진행하기로 했다.

오승환의 은퇴 결정에는 지난해부터 계속된 부진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삼성과 2년 총액 22억원의 FA 계약을 맺으며 자존심 회복을 노렸던 오승환은 전반기 24세이브, 평균자책 3.79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후반기 21경기에서 평균자책 7.41로 무너지며 마무리 자리에서 밀려났고, 급기야 가을야구 엔트리에도 포함되지 못하는 굴욕을 맛봤다.

올해는 더욱 힘든 시간이 이어졌다. 스프링캠프 도중 어머니의 건강 악화로 조기 귀국한 오승환은 모친상까지 당하며 몸과 마음 모두 지친 상태였다. 5월 중순부터 퓨처스리그에서 복귀를 노렸지만, 5월 24일 KT전에서 완벽한 투구를 선보인 직후 담 증세를 겪는 등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패스트볼 구속은 140km/h 초반대로 떨어졌고, 1군이 기대하는 수준에는 크게 못 미쳤다.

6월 3일 뒤늦게 1군에 합류한 오승환은 36일간 머물렀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7월 8일 NC전 0.1이닝 2실점을 마지막으로 1군에서 내려간 뒤 다시 올라오지 못했다. 올 시즌 1군 성적은 11경기에서 승패와 세이브 없이 8.2이닝 8실점, 평균자책 8.31에 그쳤다. 퓨처스리그에서도 10경기 1패 5홀드, 평균자책 9.82로 부진했다.

오승환은 2005년 2차 1라운드로 삼성에 입단한 뒤 KBO리그에서 737경기 427세이브를 기록했다. 2013년 팀의 통합우승 3연패를 이끈 뒤 일본 한신 타이거스로 건너가 80세이브를 쌓았고, 이후 MLB 세인트루이스, 토론토, 콜로라도 등에서 42세이브를 추가해 한미일 통산 549세이브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오승환은 “고민 끝에 은퇴를 결정했다”며 “투수로서 다양한 리그에서 정말 많은 경기를 뛸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동안 분에 넘치는 응원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며, 은퇴 후에도 잊지 않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삼성 구단은 오승환이 원할 경우 해외 코치 연수를 지원하기로 했으며, 시즌 말 은퇴경기도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