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고민 많았겠나" 돌부처 오승환의 결단...삼성도 화답, 은퇴투어+은퇴식 '성대한 마무리' [스춘 이슈]

정규시즌 한창인 8월초 은퇴 결심한 오승환, 7일부터 인천에서 은퇴투어 출발

2025-08-07     배지헌 기자
삼성의 돌부처 오승환이 마운드를 떠난다(사진=삼성)

 

[스포츠춘추]

한국 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마무리투수의 시대가 막을 내린다.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끝판대장' 오승환이 21년 프로 경력에 스스로 마침표를 찍었다. 삼성은 6일 "오승환이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발표하며 레전드의 은퇴를 알렸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이었을까.

삼성 관계자는 "올해 초 전지훈련 때 선수와 이종열 단장이 만나 이야기를 주고받은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본인도 구단도 올해가 계약 마지막 해인 만큼, 오승환은 오승환대로 선수로서 최선을 다해서 해보고 구단도 최선을 다해서 선수를 지원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삼성과 커리어 첫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한 오승환에게 올해는 특별한 의미였다. 지난해 후반기 평균자책 7.41로 무너지며 가을야구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겪은 뒤라, 자존심 회복이 절실했던 상황이었다. 올해를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든, 아니면 건재를 증명하고 선수 생활을 이어가든 올 시즌 성적이 중요했다.

하지만 마음같지 않았다. 스프링캠프 중 모친의 건강 악화로 조기 귀국했고, 이후 모친상까지 당하며 몸과 마음 모두 힘든 시간을 보냈다. 5월 중순부터 퓨처스리그에서 조정을 시작했지만, 전성기 150km/h대였던 구속이 140km/h 초반대에서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6월 뒤늦게 1군에 합류했지만 단 11경기에서 평균자책 8.31을 기록했다. 7월 8일 NC전 0.1이닝 2실점이 마지막 1군 등판이었다.

삼성의 돌부처 오승환이 마운드를 떠난다(사진=삼성)

구단 관계자는 "올시즌 몸 상태나 성적 등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며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부분도 고참 선수로서 답답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퓨처스리그에서조차 10경기에서 평균자책 9.82를 기록하며 부진이 이어졌다. 한미일 통산 549세이브를 기록한 전설적인 투수에게는 견디기 힘든 현실이었을 터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부진이 올해까지 이어지고, 1군 마운드에 서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자 오승환도 고민이 깊어졌다. 구단 관계자는 "얼마나 고민이 많았겠나"라며 "그렇다고 구단에서 선수에게 거취를 이야기할 수는 없다. 선수의 결심을 묵묵히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많은 생각 끝에 선수가 먼저 구단 측에 은퇴 의사를 전달해왔다"고 전했다.

오승환이 시즌 중인 8월 초에 은퇴를 결심하면서 삼성은 역사상 최고 마무리투수를 성대하게 보내줄 수 있게 됐다. 삼성 관계자는 "만약 시즌 뒤 은퇴하면 은퇴투어를 진행하기는 어려웠을 것이고, 은퇴식과 은퇴경기도 은퇴한 지 한참 뒤에 치러야 해서 분위기가 달랐을 것이다. 어떤 면에선 선수가 너무 늦기 전에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8월 7일 인천 SSG 랜더스파크에서 예정된 첫 은퇴투어는 삼성과 SSG의 올시즌 마지막 인천 경기였다. 만약 이 시리즈가 지난 뒤 은퇴를 결심했다면 전구장 은퇴투어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은퇴투어 자체가 핵심은 아니지만, 덕분에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투수를 모든 구단과 팬들이 함께 보내줄 수 있게 됐다.

오승환이 은퇴 의사를 밝히자 구단도 화답했다. 유니폼 21번의 영구결번 지정과 은퇴투어, 은퇴경기 등이 논의됐다. 이런 예우는 선수와 구단이 은퇴를 놓고 협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오승환이 삼성과 한국야구에 남긴 기록과 커리어를 고려하면 당연한 예우이기도 하다.

삼성의 돌부처 오승환이 마운드를 떠난다(사진=삼성)

다만 은퇴 발표가 긴박하게 이뤄진 탓에 준비가 완벽하지 못한 점도 있었다. 은퇴투어는 KBO와 10개 구단, 그리고 프로야구선수협회 등의 협조가 필수다. 당장 6일 은퇴 소식을 접한 SSG 구단은 긴급 회의를 열어 7일 경기를 앞두고 간소하게 행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KBO와도 이제 협의를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긴박하게 결정돼서 KBO와 다른 구단에 미안한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2005년 삼성 유니폼을 입은 뒤 KBO 리그에서 44승 33패 427세이브 평균자책 2.32를 기록한 오승환. 2006년과 2011년 47세이브로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을 세웠고, 2014년 일본 한신에서 2년 연속 센트럴리그 구원왕을 차지했다. 2016년부터는 MLB 세인트루이스, 토론토, 콜로라도에서 42세이브 45홀드를 추가하며 한미일을 아우르는 대기록을 완성했다.

'돌직구', '돌부처', '끝판대장'이라 불리며 21년 동안 한국 야구팬들의 가슴을 뛰게 했던 그의 마지막 여행이 시작됐다. 분명한 건 하나다.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투수를 온 야구계와 팬들이 함께 보내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