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정규시즌 최초 여성 심판 탄생! 젠 파월, 주말 마이애미-애틀랜타전에서 새 역사 쓴다 [스춘 MLB]
마이애미-애틀랜타전서 '역사적 순간'...맨프레드 커미셔너 "모든 여성과 소녀들에게 본보기"
[스포츠춘추]
메이저리그 역사상 첫 여성 심판이 탄생한다. 48세 젠 파월이 이번 주말 마이애미 말린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경기에서 MLB 정규시즌 최초의 여성 심판으로 데뷔한다.
MLB는 파월이 10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트루이스트 파크에서 열리는 더블헤더에서 루심을, 11일 경기에서는 구심을 맡는다고 7일 발표했다.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야구에서 이뤄진 이 역사적 성취는 파월의 노력과 헌신, 그리고 야구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특히 그라운드에서 역할을 꿈꾸는 모든 여성과 어린 소녀들에게 훌륭한 본보기를 보여준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파월의 데뷔는 다른 스포츠와 비교하면 오히려 늦은 편이다. NBA가 1997년 성별 장벽을 무너뜨린 지 28년, NFL이 정규직 여성 심판을 배치한 지 10년, 남자 축구 월드컵에 여성 심판이 등장한 지 3년이 지난 시점이다. NHL만이 여전히 빙상에서 여성 심판을 배치하지 않고 있다.
야구계에서 파월의 여정은 선수로 시작됐다. 호프스트라 대학교에서 포수로 뛰며 3차례 올컨퍼런스팀에 선정됐고, 2001년에는 USA 베이스볼 여성 국가대표팀에도 선발됐다. 하지만 대학 졸업 후 교사 자격증 과정을 수강하며 동네에서만 야구를 하던 그에게는 해소되지 않는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선수 시절을 마치고 지역에서만 뛰니 갈증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파월은 회상했다. 그러던 중 심판을 보며 새로운 길을 발견했다. "바로 저거다. 저 길로 가야겠다"고 생각한 파월은 2010년부터 NCAA 소프트볼 심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전환점은 2015년 찾아왔다. MLB 심판 트라이아웃 캠프에 참가한 파월은 플로리다 베로비치의 심판 훈련 아카데미에 초청받았고, 이듬해 걸프 코스트 리그에서 첫 심판직을 제안받으며 본격적인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9년. 파월은 마이너리그 계단을 차근차근 올라갔다. 2023년 트리플A에 도달해 34년 만에 해당 레벨의 첫 여성 심판이 됐고, 그해 트리플A 챔피언십에서 구심을 맡았다. 2024년에는 심판조장까지 승진했다. 2007년 리아 코르테시오 이후 17년 만에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심판을 맡은 여성이기도 했다.
파월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예견된 일이었다. 2023년 같은 심판조에서 일했던 조나단 오르테가는 "파월은 해낼 것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해낼 것"이라며 "내가 본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야구계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LA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야구계가 포용성을 높이는 데 훌륭한 일을 해왔다. 파월의 데뷔는 야구에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트레아 터너는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여러 번 봤는데, 그녀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걸 보니 기쁘다"고 덧붙였다.
MLB 심판 협회는 "이 순간은 파월 개인의 이정표를 넘어 우리 직업과 스포츠에서 여성 발전을 위한 획기적인 발걸음"이라며 "파월의 능력과 헌신, 인내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현재 MLB는 76명의 정규직 심판을 두고 있으며, 부상이나 휴가로 인한 공석에 17명의 트리플A 심판을 대체 투입한다. 뉴저지 출신인 파월은 그 중 한 명이다. "단순하게 유지하고 열심히 일하며 내일을 준비하는 것. 그게 매일 생각하는 전부"라고 말하는 파월의 철학처럼, 꾸준함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