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칙 강요 피해자 안우진의 잃어버린 시간 어떻게 보상 받나...조기 국외진출은 불가능, 소송 외엔 답 없다 [스춘 이슈분석]

실질적인 보상과 복귀는 불가능...포스팅 자격 채우기 전에 조기 국외진출도 현실적으로 어려워

2025-08-07     배지헌 기자
안우진은 부상과 수술로 내년 시즌 후반에나 복귀할 수 있게 됐다(사진=스포츠춘추 DB)

 

[스포츠춘추]

강요된 벌칙의 피해자 안우진이 키움 히어로즈 구단의 어처구니없는 행태로 잃게 된 시간을 보상받을 방법은 없을까. 현재로선 실질적인 보상과 복귀는 불가능해 보인다. 포스팅 자격을 채우기 전에 일찍 국외진출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운 시나리오다.

안우진 부상 파문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키움 구단은 5일 안우진의 어깨 수술이란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사회복무요원 신분인 안우진은 구단 청백전에 참가한 뒤 패한 팀에게 주어진 벌칙 훈련을 하다 넘어져 크게 다쳤다. 재활 기간만 1년, 내년 후반에나 복귀가 가능해졌다. 팀 에이스이자 리그 에이스로 내년 WBC 대표팀 발탁까지 바라봤던던 투수가 아까운 시간을 통째로 날리게 됐다.

안우진에겐 계획이 있었다. 올해 말 소집해제 후 경기 출전과 내년 WBC 출전으로 포스팅 기간을 1년 단축하면 만 27세에 포스팅 자격을 얻고 28세부터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수술로 1년을 날리면서, 아무리 순조롭게 복귀해도 만 30세에나 포스팅 신청 자격이 생기게 됐다. 계획보다 무려 2년이나 뒤로 밀린 셈이다.

이는 명백히 구단과 코칭스태프의 책임이다. 안우진이 사회복무요원 신분으로 토미존 수술 재활 중인 선수였음에도 벌칙성 훈련에 참가하게 한 것 자체가 문제다. 이른바 '개밥' 훈련이라 불리는 체벌성 훈련에서 안우진은 여러 차례 거부 의사를 드러냈지만, 감독대행의 지시로 억지로 이행하다가 투수에게 중요한 어깨를 다쳤다.

미리 스케줄에 포함된 훈련이고 강도가 심하지 않았다는 구단 해명에 대한 야구인들의 반응은 황당 그 자체다. LG와 한화 2군 감독을 지낸 박용진 야구 원로는 "본질은 명백하다. 벌을 위한 훈련, 의미 없는 반복, 심신의 소진, 지도자의 무능을 감추는 위장막일 뿐이다. 이건 훈련이 아니다. 지도자의 폭력이며, 코치라는 이름을 단 무지한 자의 방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른 구단에서 수십 년간 근무한 야구인도 "그런 훈련을 투수한테 시킨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 아직도 그런 훈련을 시키는 팀이 있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아마추어 코치는 "그 훈련이 일상적이고 아무 문제없는 훈련이라는 소리는 키움 스스로 프로팀이 아니라고 자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 나오는 '부주의했던 선수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식의 주장은 대응할 가치조차 없어 보인다. 애초에 재활 중인 투수에게, 그것도 거부 의사를 밝힌 선수에게 해당 훈련을 강요한 게 문제다. 구단 측이 방어를 위해 여러 주장을 내놓지만, 오히려 해명이 제기된 폭로와 주장의 진실성을 강화하는 자기모순도 눈에 띈다.

안우진은 부상과 수술로 내년 시즌 후반에나 복귀할 수 있게 됐다(사진=스포츠춘추 DB)

그렇다면 명백한 구단 책임으로 생긴 이 피해를 안우진이 보상받을 길은 없는 걸까. 안타깝게도 현재 규정상 안우진이 7시즌을 채우기 전에 포스팅 자격을 얻어 메이저리그로 나갈 방법은 없다. KBO 규정이 포스팅 신청 자격을 7시즌 동안 1군 무대에서 활동한 선수로 명백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KBO 규약 제104조 [외국 프로구단에 대한 선수계약의 양도 등]에 따르면 "구단은 제25조에 따라 KBO에 현역선수로 최초 등록한 후 7 KBO 정규시즌 이상을 활동한 선수에 대하여 총재의 사전 승인을 얻어 외국 프로구단에 해당 선수와의 선수계약을 양도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에는 어떤 예외도 없다.

포스팅 조항이 생기기 전에는 구단이 선수를 국외 구단에 임대하는 일도 있었다. 1995년 12월 해태 타이거즈(현 KIA) 선동열이 일본 주니치 드래건스로 임대 이적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1997년 이상훈의 미국 진출 시도를 계기로 포스팅 규정이 생긴 이후 선수 임대는 역사에서 사라졌다. 일본프로야구에선 사사키 로키나 오타니 쇼헤이처럼 구단이 대승적으로 선수를 보내주는 경우가 종종 나오지만, 한국야구에는 근거 규정이 없다.

KBO 고위 관계자도 "포스팅 제도 안에서는 방법이 없다. 구단과 선수 간의 합의로도 안 되고, 총재 승인 같은 형식으로도 불가능하다. 현재 규정에서는 규정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구단 운영팀 관계자는 "설령 총재 승인이 가능하다고 쳐도 키움 구단한테 KBO가 그걸 허용할 리가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굳이 방법을 찾자면 구단이 선수를 자유계약선수로 공시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KBO 고위 관계자는 "구단이 선수를 방출하면 된다. 그러면 무소속이니까 포스팅이 아니라 자유계약으로 진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에이전트도 "구단이 대승적 차원에서 풀어주겠다고 방출하면 국외 진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경우 구단이 손에 쥐는 게 아무것도 없다. 키움은 그간 박병호, 강정호, 김하성, 이정후, 김혜성 등 주축 선수를 포스팅으로 미국에 보내 총액 4500만 달러(약 66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포스팅비를 챙겨왔다. 최근에는 이 수입이 구단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갖고 있다. 키움처럼 운영되는 구단이 포스팅비 없이 선수를 외국에 보내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다.

그렇다고 선수를 방출해주는 대가로 미국 진출 시 받는 계약금 일부를 구단에 돌려주는 식의 합의를 한다는 것도 상식 밖이다. 물론 과거 뒷돈 트레이드 같은 음습한 일들이 야구계에서 벌어지긴 했지만 지금 분위기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안우진이 꼼짝없이 만 30세까지 키움에서 뛰어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이유다. 한 에이전트는 "기껏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선수가 자칫 의욕이 꺾이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의견을 전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다른 시나리오는 당장 내년에라도 KBO 규정 변경으로 포스팅 기간을 7년에서 6년 이하로 줄이는 규정이 통과되는 것이다. 실제 키움은 그간 단장모임인 실행위에서 여러 차례 포스팅 기간 단축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계 일각에서도 아마추어 선수들의 미국 직행 사례를 줄이려면 포스팅 기간 단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다른 구단들의 호응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볼 때, 단시일 안에 규정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오히려 업계에서는 선수가 구단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게 피해를 구제받을 유일한 방법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상으로 잃게 된 시간에 대해 민사소송을 제기하면 승소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한 에이전트는 "만약 우리 선수가 같은 일을 당했다면 소송할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른 에이전시 대표도 "충분히 고려할 만한 선택지"라고 조언했다.

물론 승소해도 배상액이 크지는 않겠지만 선수와 법정까지 가는 일은 구단 입장에서는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다른 구단 운영팀 관계자는 "만약 우리 팀 일이라면, 선수 측을 달래기 위해 온갖 당근을 제시할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구단에서 어떤 약속을 해도 선수의 부상과 잃어버린 시간을 돌려받을 방법은 없다. 그간 키움의 행태로 볼 때 구단의 약속을 곧이곧대로 믿기도 어렵다.

키움 출신 한 야구인은 "벌써부터 안우진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식의 터무니없는 소리가 나오는데, 나중에 어떤 식으로 나올지 굳이 겪어볼 필요가 있겠나. 더 안타까운 건 안우진 정도 되는 선수조차도 이런 피해를 봐야 하고,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